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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28. 2020

고양이와 개를 구한 다른 사람들을 본다.

개와 고양이 이야기


인스타그램에 보면 유기견 유기묘들을 구해서 행복하게 같이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예전에 팟캐스트를 듣다가, 강아지에게 제시카 심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같이 살면서 다른 강아지나 고양이도 임보하고 입양을 보내기도 하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는 너무나 흔한 누렁이를 임보 하다가 입양하여 같이 살게 되었는데, 강아지도 너무 예쁘고, 큰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들 때문에 모자나 옷도 귀엽게 입혀 산책하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 아마 제시카 심순(시카) 표정이 예뻐서 어떤 옷이나 모자도 다 예뻐 보인 것이겠지.

복구가 우리 집에 다녀가고 나서 나도 큰 개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유기동물에 대한 뉴스나 입양 공고들도 종종 보면서 항상 관심은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제시카 심순 계정을 보면서 관심만은 더 커지곤 했었다.

제주에 오니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내가 제주에 살아서 제주 관련 키워드들이 더 자주 노출되는 것인지, 나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는 계정들이 내게 보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게 보이는 정보로는 제주도에 살면서 유기동물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에는 친구가 고양이 세 마리와 최근에 입양한 큰 강아지와 함께 살며 직접 지은 예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계정을 알려 주었고, 동네에 좋아하는 술집 사장님도 큰 강아지와 함께 사는데,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낸 것은 아니고 이제 서로 익숙해지는 중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서울에서부터 ‘제주 오름이들’이란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그 계정의 주인이 다섯 마리의 버려진 아기 진도들을 구조하고, 자신의 직업인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 두 마리를 육지로 입양 보내고 다른 세 마리와 함께 살게 된 스토리를 최근에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알게 되자 보리와 무무를 처음 만났을 때 생각이 났다. 이번 여름이 오기 전에 보리와 아이비 무무 중성화도 해 주고, 입양처도 다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지난해 봄에 아이비의 일곱 마리 새끼들을 처음 만났을 때를 자꾸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때 강아지들을 집 안에 데리고 와서 깨끗하게 씻기고, 한 마리씩 입양처를 알아봤다면 어땠을까. 어미에게 떼 놓을 수가 없어서 다시 제 집에 데려다주었지만, 아이비까지 다 데려와서 보살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다른 아이들도 믿을 만한 곳에 가서 더 행복하게 살고, 무무와 보리도 지금 여기 남아있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이비도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그때는 그때 할 수 있는 선택을 했고, 지금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지만 그래도 그때 생각이 자꾸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도 그림이나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다른 재주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 당시도 지금도 돈도 없고, 어디로 갈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라 더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강아지들을 데려와서 씻기고, 꼬물이들을 보살피며 나도 더 일찍 제주에 내려와 지냈다면 좋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서울에서는 알바라도하고 있지만 제주에 내려와서 뭘 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고, 혼자 있는 형용이에게 강아지들을 책임지라고 할 수도, 그리고 나도 뭔가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찾은 다음에 제주에 오거나 서울에 있거나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제주에 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내려와서 지내게 된 지금은 돈이 없는 것은 비슷하지만, 공간이 작아서 강아지나 고양이 단 한 마리도 데려와서 기를 수가 없는 환경이니 조금이라도 공간이 더 넓었던 그때 강아지들을 데려왔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었을지 모르는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것이다. 하긴 지금도 어디로 이사 갈지 모르는데 고양이도 강아지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처해 있는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수를 내게 마련이겠지만 당장 고양이든 강아지든 한 마리라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있었다면 고려해야 할 것도 더 많았을 것이고, 아마 이렇게 오래 놀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난 일에 대한 후회는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니 그만 하더라도, 바구니에 담겨있던 일곱 마리 아기 강아지들은 자꾸 생각난다. 짧은 영상이나마 찍어두어 다행이다. 그중 한 마리는 우리가 땅에 묻어 주었고, 나머지는 모르는 곳에 뿔뿔이 흩어졌는데, 그 어떤 강아지들 못지않게 사랑스러웠던 꼬물이 시절 모습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자꾸 커지기만 하는 것이다. 그래도 보리나 무무 아이비 모두 덩치는 다 컸지만 예쁜 아이들이라서 잘 씻기고, 중성화도 해 주면 더 좋을 곳에 갈 수 있을지 모른다. 당장 씻길 일이랑, 차에 싣고 제주시까지 나갈 일 어느 하나도 만만하게 여겨지는 일은 없지만 또 이런 후회를 하느니 부딪혀 보면 되는 일일 것이다.

제주에 이른 장마가 찾아와서 일이 자꾸 미뤄진다. 날이 좋은 날 어디서든지 보리부터 목욕을 시키고 병원에 데려가야겠다. 그러고 나서 우리 집 마당에 잠시 매어 두던지. 일단 밥이라도 잘 챙겨 먹이고 싶은데, 사료 사 오자는 말이 안 나온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저씨가 마당에 사료를 사다 놓아서 다행이긴 한데, 그것도 매일 챙겨주시는 것 같지는 않다. 그 아저씨는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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