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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Aug 28. 2020

개를 임시보호하고 있다.

강아지와 고양이 이야기

이사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고, 보리랑 같이 살고 있으니 글쓰기가 더 어려워진다. 하루하루 명확한 에피소드는 없는데 항상 바쁘고, 보리는 조금씩 더 잘 적응하고, 좋아지는 것 같은데 그만큼 우리 할 일도 더 많아진다. 산책도 더 일찍, 더 길게 혹은 더 멀리 다녀와야 하고,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 의지와 횟수가 더 많아져서 그만큼 시간도 더 많이 써야 하는 데다, 좀 더 세심한 교육의 필요성도 높아지는 것 같다.

강아지 한 마리리로 일상의 그림이 이렇게 다양해진다.

용수리에서 오며 가며 세 마리 개들에게 밥을 주고, 산책을 시켜줄 때와는 천지차이다. 개 한 마리를 키우는 것, 그리고 가족이 되어 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아무리 상상을 해 봤어도 추상적인 이미지들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아마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도 비슷할지 모른다. 육아서가 아무리 많고,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던’ 것들을 말해주는 만화, 글, 방송이 나와도 그걸 얼마나 구체적으로 받아들이는지 에는 개인차가 클 것이다. 게다가 실제를 막상 경험하면 모든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내가 ‘정말 몰랐던’ 혹은 ‘들어보지 못한’ 힘들고 어리둥절하고 또 사소한 일일 수 있겠다.


보리와 같이 사는 일은, 산책을 하기 위해 해가 더 높아지기 전에 일어나야 한다거나, 저녁에 쉬고 싶어도 나가야 한다거나, 보리가 왔다 갔다 해서 청소를 더 자주 해야 한다거나,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아, 물론 산책을 나갈 때 하네스도 착용해야 하고, 똥 봉투와 간식을 챙겨야 한다거나, 청소를 할 때는 털뿐만 아니라, 진흙이나 발자국 같은 것 까지 닦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다(강아지와 함께 사는 분들 이불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너무 궁금하다. 사진으로는 정말 하얗고, 예쁘고 행복해 보이는데, 보리가 하얀 이불에 발자국 내면 나는 안 행복할 것 같다). 그보다 우리가 이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고 있는지, 스트레스 없이 행복한지, 위험하거나 아픈 일로부터 잘 지켜내고 있는지, 지킬 수 있는지 하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보리와 함께 사는 하루하루가 즐거운 일로만 가득하지는 않은 이유다.

이런건 괜찮다는 얘기다.

그리고 보리를 데리고 온 것이 ‘임시보호’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보리와 평생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보리가 입양을 잘 가면 무무도, 아이비도 데려오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보리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너무 예쁘고 좋다가도 아이비와 무무가 생각나고, 보리가 입양을 잘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고, 모든 일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이 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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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보리랑은 잘 지내고 있다. 입양처를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유튜브를 해야겠다 생각하다가, 영상 편집을 배워야 하는데 뭐부터 해야 하지 싶다가, 사진 정리부터 하자 하다가, 밥 먹어야 되고, 보리랑 산책 갈 시간 되고, 뭐 그렇게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원래 보리를 집 안에서 지내게 하는 건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 보기로 했는데, 태풍이 와서 보리도 무서울 텐데 작업실이나 세탁실에 혼자 두기가 안쓰러워 집에 들여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보리가 왔다 갔다 하고, 편하게 자는 모습 보면 행복하고, 그러다 놀아줘야 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놀아주지 싶어서 유튜브 보고, 책 사고, 어쨌거나 간식은 통하는구나 싶다가 간식만 먹고 교육은 안 되면 어쩌나 또 걱정하고.. 장난감 만들어 주는 것도 여간 일은 아니다. 잘 놀아주기만 하면 치우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걸 자주 해 줘야 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고. 개 한 마리 키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정말 애는 어떻게 키우나 싶다. 다들 괜찮은 걸까. 나만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이 와중에도 보리는 옆에 누워서 잘 자고 있다.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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