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이 아니면 어떤 개를 키우면 좋을까?

제주에서 보리 키우는 이야기

by 서기


개를 지칭하는 말들도 참 많다. 유기견, 학대견, 방치견, 공장견, 식용견(하.. 참), 가정견, 품종견, 믹스견, 잡종견, 구조견, 임보견, 실내견, 실외견, 소형견, 대형견, 중형견 또 뭐가 있을까.. 이 말 들 중에는 겹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우리가 개를 키우려고 생각하면 이 중 한 두 가지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내 경우 보리를 데려올 때 시골집에 방치-밥과 물이 적절히 제공되지 않고, 질병과 위험으로부터 보호될 수 없는 환경-되어(방치견) 살고 있는 것은 학대라고 판단했고(학대견), 나름의 구조를 해서(구조견), 임보를 하다가(임보견). 입양을 했다. 보리는 중형견이고, 믹스견이고, 현재 실내견으로 살고 있다.

개들도 겨울엔 춥다.

보리를 데리고 와서 입양 홍보를 열심히 할 때 태그를 어떻게 달아야 할지 조금 고민했었다. 보통 개인 구조자들이 입양 홍보를 할 때는‘유기견'인 경우가 많고, 유기견들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서 태그를 하면 좀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보리는 실제로 유기된 것은 아니고 주인은 있지만 직접적 폭행이 아니더라도 동물 학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었다.(보리는 등산복 비슷한 차림의 사람들을 무서워했고, 우산 같은 막대기를 무서워한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학대견'이라는 말은 괜히 내가 무서워서 쓰다 말다 했고, '방치견'이라는 말을 많이 썼던 것 같다. 보리가 주인이 있는 채로 태어났고, 적절한 관리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주인이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주인인 우리와 살게 되었다고 해서, 그러니까 보리가 유기된 적이 없다고 해서 우리와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냐 하면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 집에 있는 보리의 엄마와 형제도 구해 오고 싶었고, 개를 키워 본 적도 없고 한 번에 한 마리 이상 기르는 것은 능력 밖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리를 먼저 좋은 사람에게 입양을 보내주고 싶었다. 그러자면 보리가 먼저 사람과 사는데 익숙해져야 했다. 산책이건 훈련이건 모두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래도 보리는 어릴 때부터 우리를 자주 봤고, 맛있는 간식을 주거나 산책을 시켜주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기에 우리와 가깝고 친숙했지만 함께 사는 건 다른 문제였다.


1살을 막 지난 에너지가 넘치는 보리는 놀다가 흥분을 하면 입질을 하기 시작했다. 배변 문제나 짖음이나 공격성 문제가 있거나, 사람을 경계하고 트라우마가 있는 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입질만으로도 고민이 많이 됐다. 옆집에 살며 돌볼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고, 보리가 쁘띠 사이즈라고는 해도 정말 물리면 위험할 수도 있기에 겁이 나기도 했다. 책도 읽고, 유튜브로 영상도 찾아보면서 하나씩 방법을 찾아봤다. 겁을 주거나 폭력을 쓰는 방법은 절대 쓰지 않았다. 아프다는 소리를 내서 놀라게 하거나, 톤과 볼륨을 다르게 해서 단호하게 ‘안 돼’라는 말을 하기도 해 보고, 열 셀 동안 다른 방에 가 있는 방법도 써 보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효과가 있었던 건 ‘놀이의 중단’이었던 것 같다. 원리로는 ‘그렇게 해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인데, 재밌게 놀다가 흥분을 해서 물면 바로 놀기를 멈추는 것이었다. 놀이가 멈추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해 주려고 일부러 신나게 놀아주기도 했다. 입질이 나타난 것이 우리 집에 와서 몇 주 뒤고, 멈추게 된 것은 문제를 인지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다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참을성과 믿음이었다.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결국 나아질 거라는 믿음.

그리고 입질하는 버릇이 고쳐진 후로 한 번도 입질을 한 적이 없다. 놀 때 입으로 무는 시늉을 하기는 해도 그게 어디까지나 놀이라는 것을 서로가 정확하게 알고 있다.


보리는 유기견은 아니지만 문제 행동이 있었고, 우리와 함께 살면서 그 문제를 고쳤다. 우산이나 막대기를 보며 놀라는 것도 많이 나아졌고, 산책할 때 당기는 것도 계속 나아지고 있다. 이제 청소기도 무서워하지 않고, 드라이기로 말리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만져주는 걸 좋아했지만 안는 건 싫어했는데, 이제 안으려고 해도 놀라거나 피하지 않는다. 보리와 처음 산책을 하고 간식을 줬을 때는 짜 먹는 간식은 줄 수가 없었다. 그런 걸 먹어본 적도 없고, 배는 고프니 뺏어가서 먹기에 바빴다. 이제는 얌전하게 간식을 먹는 것은 물론 자기 입맛에 안 맞으면 남기기까지 한다.

처음에는 차에 타는 걸 너무 무서워해서 차를 태우는데 30분이 걸리기도 했다. 이제는 차 문이 열려 있으면 먼저 올라탄다. 차를 타고 가면 늘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이불에 올라와 자다가도 사람이 움직이면 바로 내려갔는데, 이제는 직접적으로 몸이 닿아도 놀라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이것 말고도 보리의 변화는 더 많고 놀랍다. 우리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1년 사이 보리가 변화한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또 달라지는 모습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KakaoTalk_20210411_082133745.jpg 차에 타는건 언제나 좋아하는 강아지

개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쉽지 않은 일인데, ‘유기견’을 키우는 일은 더 쉽지 않게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아이비 입양 홍보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아이비는 어떤 이유로 유기견이 되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이비는 유기된 적이 없었기에 그렇게 말했지만, 그 질문을 받으며 유기된 아이들이 유기된 이유가 강아지에게 있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을 했다.

보리가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입질을 하고, 줄이 풀리면 불러도 돌아오지 않을 때, 왜 이맘때 나이의 강아지들이 많이 버려지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어떻게 강아지를 버릴 수 있는지, 강아지를 버리는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내 삶에 들여오기로 했던 생명을 어떻게 버릴 수가 있는지, 대체 누가 그런 무서운 일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기된 아이들은 사람에게 버려진 상처가 있기 때문에 키우기가 더 힘들다고 한다.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믿었던 가족에게 버림받는 상처가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들은 키우기 힘드니까, 사람에 대한 상처가 있으니까 키우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 아이들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상처를 회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상처가 없는 강아지를 데려오기 위해 아주 어린 새끼 강아지를 데려오면 그 강아지는 사람과 잘 지내고 괜찮을까?


유기견은 키우기 힘드니까 키우기 쉬운 강아지를 데려오겠다는 마음을 먹는 사람이라면, 강아지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개를 처음 키우기 때문에 유기견을 거르려고 하는 사람은 어떤 개도 길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개에게 문제 행동이 생긴다면 그 개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부모견이 문제가 있을 거라거나, 어릴 때 어미랑 너무 빨리 떨어져서 그렇다거나, 펫 샵에서 더 키우지 않기 위해 밥을 너무 조금 줘서 그럴 거라거나. 그리고 문제가 있는 강아지를 어떻게 할까?


앞서 말한 것처럼 개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강아지 교육기관도 많이 생기고, 강아지와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안내해주는 책과 영상들도 무수히 많다. 적어도 개를 키우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상처 없는 강아지를 골라서 자신의 삶에 그림처럼 데려올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강아지가 어떤 문제 행동을 보이든 같이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애초부터 강아지를 데리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유기견은 개를 처음 키우는 사람에게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기견을 키우려 하지 않고, 강아지 번식 공장과 경매를 거쳐 나오는 펫 샵에서 개를 사지도 않으려면 어디에서 내가 키울 강아지를 데려오면 좋을까? 가정에서 분양을 받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도 전문 브리더가 있고, 최근에는 강아지를 찾는 사람과 전문 브리더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도 생겼다고 한다. 다만 전문 브리더 문화가 아직 정착하지 않은 데다, 인식도 낮아서 ‘가정견’이라고 하면서 전문 브리더가 아닌 업체에서 분양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경우 실제로 펫 샵에서 강아지를 구입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 펫 샵의 경우는 소위 강아지 번식 공장이라고 하는 곳에서 평생 새끼만 낳다가 죽어야 하는 품종

견과 제대로 크지도 못한 채 팔려나가는 어린 강아지들의 문제가 있고, 심각한 동물권 침해 문제와 더불어 그렇게 ‘소비’된 강아지는 여러 문제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리고 이 문제가 결국 유기견 증가에 영향이 없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개를 사는’ 행위 자체에 우리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고,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 강아지를 사지 않고, 보호소에 있는 강아지들을 ‘입양’ 하자고 하는 것이다. 보호소에는 많은 강아지들이 있다. 유기된 아이들, 들개로 살아가던 아이들, 학대 현장에서 구조된 아이들, 그 아이들이 낳은 새끼들. 버림받고 학대받았는데도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이 필요한 아이들, 바보처럼 착하고, 그 바보처럼 착한 개들이 낳은 새끼들.


보리는 사람을 좋아하고, 다른 강아지들을 좋아하는 사회성이 좋은 강아지라고 할 수 있다. 그 성격은 보리의 엄마를 닮은 것 같다. 보리의 엄마인 아이비는 사람을 정말 좋아하고, 정말 바보처럼 착하다. 다른 개들을 만나도 호전적이거나 섣불리 다가가려고 하지도 않고 차분하다. 계속 묶여있기만 했는데도 점잖고, 상황만 된다면 배변도 자기가 쉬는 공간에서는 하지 않는 깔끔한 성격이다. 아이비의 새끼인 보리도 착하고, 보리 형제인 무무도 착하고, 아이비가 지난겨울에 낳은 새끼인 수수도 착하다. ‘착하다’는 주관적인 개념이지만 일단 사람을 좋아하고, 공격성이나 심각한 문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키우는데 크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인 것 같다.


이렇게 강아지들도 저마다 성격이 달라서 활동을 많이 하게 해 줘야 하는 아이들, 지적인 자극을 줘야 하는 아이들, 독립심이 강한 아이들, 사람을 좋아하고 의존적인 아이들, 강아지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들,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들, 장난감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 게으른 아이, 차분한 아이, 장난꾸러기, 새침데기 등등 같은 종이라고 해서 다 같지 않고, 크거나 작다고 해서 성격이 다 같지도 않다. 개를 처음 키우는 사람이 부모견도 알 수 없고,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는지도 알 수 없는 아주 어린 새끼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보호소에 있는 어린 강아지들의 경우 대게 모견과 같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어미개의 성격을 알 수 있으니 어린 강아지들의 성격도 대략 파악을 할 수가 있다. 형제들이 같이 들어온 경우는 그 안에서 사회화가 이루어질 테니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리는데도 큰 문제가 없을 확률이 더 크고, 보호소에서 성견을 입양하는 경우는 이미 얼마나 큰 지도 다 알고, 성격 같은 것도 일부 파악이 가능해서 정보가 더 많은 상태에서 데리고 올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개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정말 개를 키우고 싶다면, ‘반려 동물’로 내 삶에 들여놓고 싶다면, 삶이 바뀔 각오를 해야 한다.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어렵고, 너무 피곤할 때도 산책을 해야 한다. 강아지가 아프면 돈도 많이 들고, 생활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다. 강아지와 잘 살려면 공부도 해야 하고, 먹이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한다. 청소도 더 자주 해야 하고, 물건이나 음식을 두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이건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고, 사소한 것부터 큰 것 까지 생각지도 못 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반려견과 동반이 가능한 카페를 찾게 된다.

준비는 아무리 많이 해도 부족할 수도 있고,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강아지를 기르게 되었더라도 좋은 가족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매끈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면, 그런 강아지를 데려와서 상처 입은 강아지로 만드는 사람이 될 수 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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