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만난 강아지들

제주에서 보리 키우는 이야기

by 서기

보리 산책은 하루 두 번이 기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산책과, 저녁 먹기 전후에 하는 산책. 산책의 모습은 그때그때 달라서, 동네 한 바퀴를 하고 오기도 하고, 차를 타고 가까운 바닷가에 가기도 한다. 배변을 위해 잠깐 나가는 것이나 물놀이 채비를 하고 바다에 나가는 거나 외출에 동행하는 것은 산책으로 치지 않는다.

보리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나는 동네 산책보다는 가까운 바닷가에 가는 산책을 좋아한다. 걸리는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바다에 가는 것이 확실히 기분 전환이 되기 때문이고, 응가 횟수로 미루어 보아 보리도 동네 산책보다는 바다 산책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잠이 덜 깬 상태로 운전하기가 부담스럽거나 저녁에 조금 빨리 돌아와야 할 때 동네 산책을 나서는데, 우리 동네는 시골이지만 차들이 꽤 많은 편이다.

농사일을 나서는 어른들의 트럭들도 다니고,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는 부모들도 많고, 근처 숙소에 묵는 여행객들의 차들도 있다. 집집마다 저마다 바쁘게 나와 움직이는 시간이 아침과 저녁이라 우리가 산책하는 시간과 겹칠 때가 많은데 아무래도 위험할 수 있고 복잡해서 좋아하지 않는다. 동네 산책이 바다 산책보다 덜 즐겁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동네 곳곳 집집마다 묶여 지내는 보리와 비슷한 강아지들 때문이다.

우리가 지나가면 매우 짖거나, 낑낑거리며 가까이 오고 싶어 하거나 하는데,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짖으면 동네가 금세 시끄러워지기도 하고, 보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은 보리를 부러워할 것만 같아서 안쓰럽고, 늘 자거나 늘어져있는 아이들은 묶여있었던 세월 때문에 무기력해진 것만 같아 안쓰럽다.

제주도에 동물 보호 활동 단체에서 시골에 개를 키우는 집들을 찾아가 구충제와 사상충 약도 먹이고, 인식도 변화될 수 있도록 교육활동을 진행하신다고 해서 신청을 했다. 그리고 교육대상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집의 개들이 몇이나 되는지 정리를 해 봤다.


우리 집에서 오른쪽 첫 번째 골목


- 가장 먼저 존재를 인식시킨 마당 넓은 집의 개 두 마리. 처음 왔을 때도 개 두 마리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들이 잔뜩 생겼었다. 새끼들이 커서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관심을 보이며 길가까지 나오려고 하니까 마당 안에 묶인 개 두 마리가 엄청 날카롭게 짖었었다. 지금은 새끼들 중 한 마리가 남아 아빠 개랑 묶여 있고 역시나 늘 짖는다. 짖는 소리만 들으면 사나운데 엄청 귀엽게 생겨서 엄청 안쓰럽다.


(- 그리고 그 집 맞은편에 있는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 처음에는 있는 줄도 몰랐는데, 건너편 집 개들이 엄청 짖으니까 종종 따라 짖기 시작했다. 공터를 사이에 두고 길 안쪽에 있는 집이라서 자세히 보지는 못 했는데, 늘 테라스(옛날 집에 있는 대리석 느낌의 창문 없는 테라스)에 나와 있는 건지 아니면 보통은 집 안에 들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묵 줄이 있는 수컷 진돗개 한 마리가 자주 돌아다니고, 우리 집에도 자주 왔었다. 꼭 우리 집 마당 앞에 쉬를 하고 가서 보리가 산책 나갈 때마다 냄새를 맡느라 바빴다. 그 개가 어느 집 마당에 묶여 있는 걸 봤는데, 그 집에 개들이 두 마리인가 세 마리가 있었다. 새끼들을 낳은 집과 같은 길에 공터 하나 사이로 앞 뒤 집이다. 그 개들이 모조리 짖으면 동네가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줄이 풀려 돌아다니던 개는 주인이 일부러 산책하라고 줄을 풀어주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자주 보였었는데 요즘은 잘 돌아다니지 않는 것 같다.


주차장에서 내려가는 골목


- 공영 주차장을 지나 꺾으면 담장 안에 묶여 있는 황구. 도사견이 섞인 것 같은 인상에, 덩치는 크고 귀는 뾰족하다. 얼굴 표정은 아주 순딩이라서 귀엽다. 담을 사이에 두고 그래도 가까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보리랑 지나갈 때 종종 간식을 던져줬다. 개들이 있는 집을 지나갈 때 보리는 늘 낑낑거리는데, 그 친구는 점잖게 있다. 담장 안에 있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해 짖거나 줄을 당기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주인아저씨가 나와서 개랑 놀아 주는 모습도 가끔 봤는데, 거의 혼자 있고, 여름에는 그늘이 거의 없는 콘크리트 바닥이라서 어디서 쉴지 걱정이 됐다.


- 파란 대문 집 검둥이.

새끼 때부터 데려와서 그 집 아이들이 귀여워하며 길렀던 것 같다. 오후에 산책하면서 만나면 보리가 얌전하다고 신기해하면서 이것저것 묻고 그랬었다. 간식도 주면서 교육을 하고 싶고, 산책도 해 주고 주고 싶은데, 부모님이 간식도 안 사주고, 산책시키기도 버거운 듯했다. 사료도 안 사줘서 음식 남은 걸 준다고, 용돈을 모아서 강아지 사 줄걸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날 보리랑 산책하는데 데리고 나왔는데, 안아서 데리고 나와 땅에 내려놓자마자 보리에게 사납게 달려들었다. 보리는 겁이 나서 줄을 감으며 도망을 다니고, 내가 막으려다 종아리를 살짝 물렸다. 살짝 이라고는 해도 청바지가 뚫리고 멍이 들 만큼이었다. 묶지는 않고 대문을 닫아 놓고 마당에서 키우는 것 같았는데, 어느 날부터 대문이 늘 대문이 열러 있고, 강아지가 보이지 않았다. 이 집 강아지는 또 어디로 간 건가 마음이 안 좋았는데, 또 어느 날부터 강아지가 다시 나타났다. 원래 있던 강아지가 맞는 것 같고, 다시 대문이 닫혀 있기 시작했다.


- 할머니가 사는 집에 강아지 두 마리. 여기도 어느 날부터.. 새끼 강아지가 나타났다. 어미는 안 쪽에 묶여 있고, 새끼는 점점 호기심이 많아져서 클수록 우리에게 호기심을 나타내며 가까이 오려고 했는데, 어미는 점점 더 무섭게 짖었다. 조금 더 크니까 새끼도 묶여 지내기 시작했는데, 문에서 더 가까운 곳이라 안에 묶여 있는 어미개는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새끼는 별로 겁이 없어서 보리한테 가깝게 와서 인사하고 싶은데, 어미개가 너무 짖으니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새끼는 쑥쑥 자라고 있고, 하얗고 너무 예쁘다. 더운 여름에 쉴 수 있는 그늘이라도 있을지 걱정이 됐다.


군대 관사 가는 길


- 크림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래브라도 리트리버 답게 엄청 순하고 억울하게 생겼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짖는데, 그 타이밍이 좀 희한하다. 주로 엎드려 있다가 우리가 지나간 다음에 억울한 듯 짖을 때가 많다. 표정이 괜히 우울해 보여서 마음이 쓰이는데, 길가 쪽 하우스 앞에 묶여서 가족들의 시선도 별로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겨울에는 사람 조끼를 입고 있어서 웃웃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했는데, 여전히 관심과 사랑은 부족해 보였다. 펄럭이는 귀가 귀여운 큰 강아지다.


- 부동산 건물 옆 공간에 사는 귀여운 진도 믹스. 그 길로 갈 때면 보리가 늘 가까이 가서 인사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다. 인사라고 별 건 없고, 가까이 가서 코로 킁킁하고, 한 바퀴 돌아서 엉덩이 냄새 맡으라고 하고, 낑낑 소리를 내면서 돌아오는 게 다다. 그렇게 하고 끝일 거면서 가겠다고도 엄청 앓는 소리를 낸다. 처음에 산책할 때는 우리가 지나갈 때면 많이 짖었는데, 어느 날부터 아침에 아저씨랑 같이 산책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우리가 지나가도 짖지 않는다. 새삼 산책의 힘이 대단하다고,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무화과나무 길에 있는 집 멍멍이. 길가에 집이 있고, 마당이 길과 접하는데, 마당 한쪽 나무 아래에 백구가 한 마리 있다. 레트리버가 섞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진도 믹스인 것 같기도 한 댕댕이. 늘 집 밖에 나와 엎드려 자고 있는데, 아주 가끔 보리를 보고 짖기도 한다. 집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마당 구석이어서 줄은 아주 짧은 것 같지 않지만 외로워 보인다.


편의점 가는 골목


- 지붕 위의 블랙탄. 이 동네에서 와서 처음 산책을 할 때, 공터가 있는 골목으로 내려와서 편의점이 있는 데서 위로 올라가는 게 주 코스였다. 편의점 바로 뒤에 집에 블랙탄 한 마리가 지붕에서 짖어서 깜작 놀랐었다. 늘 옥상에 있는 건 아닌지 안 보이는 날도 있기는 했는데, 우리가 지나가면 패널로 된 지붕까지 떨어질 듯 가까이 와서 지켜보는 터에 떨어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보리는 여기도 친구가 있다고 낑낑거리지만 빨리 지나오는 게 그 아이에게는 나은 일인 것 같아 발걸음이 조금 급하다.


- 공터에 묶인 블랙탄. 마을 사람들이 주로 차를 대곤 하는 공터에 블랙탄 한 마리가 묶여 있다. 생각해 보니 주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싶은데, 내가 구하지 못한 아이비 생각에 사로잡혀 그 아이에게 가까이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내가 다 어떻게 해 줄 수도 없는데 섣불리 다가가 마음 상하고 힘들 일이 겁이 나 지나쳐버리고 만다. 그러니 시골 동네 사는 일이 자주 버겁게 느껴진다.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골목


- 게스트 하우스 뒷집 마당에 묶인 보리만 한 강아지. 마당 뒤에 있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같은데, 저녁에 지나가면 어두운 공터에 혼자 묶여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집과도 거리가 있고, 길가에서도 멀리 떨어져 집이 덩그러니 놓여 있고, 줄도 짧아서 고립감이 심할 것 같았다. 역시나 우리가 지나가면 맹렬하게 짖었다.


- 이층 집의 시츄 두 마리. 한 마리인지 두 마린지 헷갈린다. 두 마리라고 생각했었는데 한 마리만 있고, 풀려 있는 줄 알았는데 묶여 있다. 대문 아래 틈으로 엄청나게 짖었는데, 보리가 궁금해하며 문틈으로 코를 들이밀다가 혹시 물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요즘에 지나갈 때는 거의 목이 쉬어 있는 듯해서 그쪽으로는 웬만해선 잘 가지 않는다.


바로 옆 집


- 옆집 하우스 앞에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우리 집 마당 옆으로 담벼락을 마주하고 가까이 있어서, 우리가 이사 와서 보리랑 산책 다니고 마당에서 노는 걸 보셔서 그런지 종종 강아지와 놀아주는 소리도 들리고 그랬었다. 놀아준다기보다는 훈련을 명목으로 한 다그치는 소리가 많았지만..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집 강아지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담벼락에 가까이 가서 보니 너무 귀여운 새끼 강아지였다. 혼자 있으려니 무서워서 낑낑거리는 것 같아 몇 번 가까이 가서 간식을 던져주기도 했다. 그러다 담벼락 너머로 옆집 할머니를 만났는데, 전에 키우던 개는 털이 너무 날려서 팔고 어디서 이 아이를 데려왔다고 하는 것이다. 이 아이의 형제들이 또 9마리인가 그렇다는데.. 이 아이도 더 커서 털이 날리고 그러면 어찌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기 때부터 묶여 있기만 하면 예민해져서 더 짖고 힘들어질 텐데.. 지금은 제법 자라서 낑낑거리지 않고 짖는 소리를 내는데, 새끼 때는 귀여워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혼내는 소리가 들리는 때가 많은 것 같다. 개는 어떻게 키워야 한다는, 혹은 어떻게 해도 된다는 고정관념이 바뀌는 일이 이렇게나 힘들구나 싶다. 옆집 분들도 방송도 보고, 동네 젊은 사람들이 큰 강아지들 데리고 다니는 것도 보고 하면서 개를 키우는 것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을지는 몰라도, 자신들의 삶을 바꾸는 일은 차마 엄두를 못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를 키우는 것은 삶이 바뀌는 큰일인 것은 맞다. 그래서 그런 준비가 된 사람들이 개를 키우기를 바라고,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자신의 삶이 바뀌는 것을 수용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좋을 텐데, 시골 어른들에게 그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묶여서 지내는 개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건강을 챙겨줄 수 있고, 스트레스를 줄여줄 방법이라도 알 수 있다면 그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집 골목 가장 안쪽 집에도 강아지가 있었다. 그 집은 사람이 며칠씩 집을 비울 때도 많아서 강아지가 마당 안 쪽 개집에서 늘 외롭게 지내다가 사람이 가까이 가면 너무 좋아서 오줌을 싸곤 했다. 귀엽게 생긴 아이였고, 보리도 몇 번 집을 탈출해서 그 집 강아지와 놀고 오곤 했다. 그런데 이 아이도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 강아지가 어디로 갔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집주인이 개를 더 키우지 않는다는 것에는 조금 안도했었는데, 또 새끼 강아지를 데려와 묶어 놓기 시작했다. 겁이 너무 많은 아이여서 보리가 가까이 가면 작은 집의 구석 끝까지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가끔 낑낑거리기나 할 뿐 조용하고 겁 많은 강아지였는데, 조금씩 열심히 자라더니 어느새 보리만 한 개가 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아저씨가 아침이면 개를 풀어놓는 것 같았다. 동네 산책이라도 하고 돌아오라고 하는 건가 싶었는데, 보리가 마당에 있을 때는 우리 집에 와서 보리랑 신나게 놀았다. 낯선 간식은 잘 받아먹지 않다가 우리한테도 조금 익숙해져서 가까이 오기 시작했는데, 그 아이도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는다. 보리랑 아침 산책 나가는 길에 개장수 트럭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날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애써 연결시키고 싶지 않아 그 집에 일부러 올라가 보지도 않았는데, 며칠 뒤 가 보니 집이 비어있었다.


보통은 잘 가지 않는 건너편 마을에 갔다가 4개월쯤 된 새끼 강아지 두 마리를 만난 적도 있었다. 보호해 주시고 있는 아저씨가 강아지들 데려가라며, 갑자기 나타났는데 조이고 있는 목줄도 잘라주고, 밥도 주고 했더니 안 간다고, 누가 버리고 갔는가 보다고 하셔서 당근이랑 여기저기 올렸더니 주인을 찾기는 찾았다. 주인이 직접 연락 온 것은 아니고, 강아지들 어릴 때부터 이웃집에서 보던 분인데, 주인이라는 사람들은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될 것 같았고, 소유권을 포기하겠다고 해서 나와 같이 임보처나 입양처를 찾아주자고 얘기했었다. 그런데 그 강아지들은 그 아이들의 모견을 키우고 있는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한다. 아마 분양을 보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다시 데리고 간 모양이었다. 뭔가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한편 다행이라 곳 생각했다. 우리가 입양 보내려고 했어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아이들 말고도 길에서, 산책하다가 만난 강아지들은 일일이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많고, 새끼 고양이들이 나타난 것을 보고 봄과 가을이 온 것을 느낄 만큼 고양이들은 부지런히 새끼들을 낳는다. 그럴 때며 새삼 고양이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고, 차에 치인 고양이들을 볼까 봐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벌써 한 계절이 다 지나갔다.


길에서 동물들을 봐도 내가 구하지 못한 아이들 생각에 더 다가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게 맞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일이라면 어느 만큼은 그 아이들의 운명에 맡겨야 하는 일 아닐까. 그리고 문제의 본질에 가깝게 다가가도록 노력해야지. 어쩔 수 없는 순간이 내게 다가올까 봐 늘 무서웠다. 그리고 이 조마조마함이 종종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인간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일말의 매듭이 풀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겠지.


아이비가 사는 곳은 면사무소 축산과에 민원을 넣었다. 그간 복지과에만 연락을 해서 방문을 해 봐 달라고 했는데, 진작 동물보호 업무를 하는 분에게 연락을 할 걸 그랬다. 다행해 집을 가 보고 심각성을 인지해 주시고, 대화를 해 보겠다 하셔서 조금 기대를 하고 있다.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게 아주 작은 실마리 인지도 모르지. 개도를 해 보는 방향 밖에는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소유권 포기만 한다면 내가 데려오겠다고 했다. 내가 데려온다고 해서 그것도 해결책을 될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보다야 낫겠지. 큰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눈앞의 한 생명이 얼마나 작은 것이든 그 생명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 결국은 내가 선택하는 방향 아닐까 싶다. 결국은 철학의 문제일 텐데, 매 순간에서는 철학보다는 마음이 끌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이 진짜 철학의 답 아닐까.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얼마나 작은 생명’이라는 것. 개미나 애벌레 같은 곤충의 생명은 주로 경시되고, 큰 동물일수록 마치 생명의 무게도 커지는 것 같은 이미지가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이 가장 우선되니까. 동네 강아지들 얘기하다가 갑자기 너무 멀리까지 와 버린 것 같다. 나머지는 다음에 써야겠다.

마음만 무겁게 갖고 있지 말고, 힘들어도 글로 정리하면서 나아가자고 생각하고 있다. 작년에 잘 안 됐지만 올해는 다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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