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서 울리는 경적에 대해서
일주일 _ 최진영 을 읽고 쓰는 글
나는 책에 밑줄을 잘 긋지 않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옮겨 적어놓는다. 이 책을 읽고 적어놓은 가장 첫 번째 문장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에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나는 부끄러워서 괜히 오토바이 경적을 울렸다.’라는 문장이다.
그럴 때가 있다. 지난 기억에 몸에 간질간질하게 부끄러워지면 뭔가 소리를 내거나 행동을 하게 된다. ‘아’하고 한숨 섞인 소리를 내거나 괜히 발길질을 하거나 하는데 얼마큼 부끄러운지에 따라 소리나 행동의 크기도 달라지는 것 같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런 기분을 털어내려고 ‘하게 되는’ 반사 행동 같기도 했다. 처음 그런 행동을 하는 걸 의식했을 땐 그 자체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두고두고 기억날 만한 부끄러운 기억이 있는 것도 싫은데, 그럴 때마다 내가 뭘 하고 있었건 상관없이 밖으로 소리를 내거나 행동을 하다니..
부끄러워서 몸이 간질간질할 때 내 앞에 경적을 울릴 오토바이가 있다면 나도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작가의 문장들이 ‘너만 그런 거 아니야’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아서 반갑고 신기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서로 ‘신기하다’고 반가워하면서도 안심했던 것처럼.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했다. 부끄러운 기억을 떠올린 순간을 그냥 넘기지 않고 문장을 남기는 사람에 대해서. 부끄러운 기분을 떠올리는 순간과 나를 하찮은 존재로 만드는 일을 하는 순간과 기분을 적는 직업에 대해서. 냉정하고 잔인한 일에 대해서. 하지만 그로서 자꾸만 작가에게 가까워지는 기분에 대해서. 작가는 인물들에게 더 알고 싶다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친해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자꾸 혼자 작가와 친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