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도쿄 시나가와역에 시나가와 프린스 호텔에서 브런치를 쓰고 있다. 보통은 여행에 다녀와서 하루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기억을 더듬으면서 글을 쓰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여행 마지막 밤을 기록해 본다.
이번 도쿄는 세 번째 여행이고 또다시 느낀 건 내가 너무 급한 상태로 세팅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밥을 먹을 때나 어디를 갈 때, 타인을 바라볼 때 등등. 시부야의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처럼 바쁘게 살지만 인적 드문 카와고에시에서 훨씬 정서적 안정감이 느껴졌었다. 하라주쿠는 홍대 입구로 가는 잡화 골목을 옮겨놓은 것 같았고 우에노 시장은 둔촌동 시장 같았고 사람 사는 곳은 어느 정도 비슷했다. 생선, 노포, 식재료들. 낮에도 보이지 않는 골목은 쾌쾌하고 어둡지만 어딘가는 너무 밝고 생생하다. 하루 전 도쿄 JR선에서 누군가 지하철로 뛰어들어 노선이 마비되었고 그 수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피해 호텔에 도착했다.
도쿄 지하철은 민영으로 되어있어 정신없고 일본어와 한자를 잘 모르는 방문객에게는 길 잃기 쉬운 나라다. 잘 되어 있는 건 지역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만들어진 상품과 그에 맞는 홍보물들 그리고 감각적인 디저트 패키지들과 길거리 포스터들인데 보다 보면 눈이 즐겁다. 이건 대학 시절부터 일본을 바라볼 때 막연하게 알게 됐던 아주 일부의 사실이었고 그래픽이나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 배울 것이 많은 나라라고는 생각해 왔었다.
잘 몰랐지만 한국의 앙버터, 센베, 쌀과자 등이 일본에서 변형되거나 착안하여 브랜드화되었다는 것도 일상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알게 되었고 이제는 일본에서 벤치마킹하여 만들 수 있는 상품이 많이 고갈되었으니 아시아여도 범주를 넓혀 식품군을 찾아야 된다는 것도 직접 와서 느꼈다. 아마 해외 시장 조사를 위해 일본을 앞으로 오진 않을 것 같고 물론 100프로 안 간다고 할 수는 없지만 범주를 넓혀야 된다는 판단은 쉽게 다가왔다.
묵고 있는 호텔은 그럭저럭 괜찮다. 런드리도 가능하고 내부시설로 식당가, 약국, 볼링, 편의점 등등 편의 시설이 잘 되어있어 한 곳에 올인원, 풀케어가 가능하다. 숙소는 효율적이고 똑똑한 공간이나 비좁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일본에 와서 좀 답답한 건, 몇몇 식당과 카페를 가보니 테이블이 작고 통로 간격이 좁아 전반적으로 사용하는 공간 면적이 협소하다는 점. 공간 사용 범위, 불친절한 지하철, 밀집된 인구, 구글로 찾아도 거리가 잘 체크가 안돼서 헤매게 만드는 시스템만 아니라면 살 수는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세 번이나 왔는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