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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derless Sep 17. 2024

함덕해수욕장, 해녀김밥

제주 여행 2일 차 (2024.9.14.)

잠을 잘 못 자는 편이어도 7-8시에는 일어나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 시간쯤 일어나면 아무도 일어난 사람이 없어서 오히려 '일찍 일어나셨네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일정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잡아놓고 숙소는 오후 4시 반쯤에 들어가서 쉬기 시작했다.



함덕해수욕장

함덕해수욕장 전경

아침부터 찜통이라 조금만 걸어도 등이 축축해졌다. 단 한 번도 바다로 뛰어든 적도 없고 물이 무서웠다. 다행히 함덕해수욕장은 물 높이가 얕고 짙푸른 부분 전까지는 안전해서 큰 부담 없이 빼고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수경을 쓴 상태로 물속에서 놀 수 있었다. 수영을 못하니 연신 코에 바닷물이 들어가서 켁켁거렸지만 그 짧은 2시간 동안 진심으로 행복했다.


그렇게 한 참을 시간을 보내다보니 이미 2시간이 훌쩍 지난 상태다. 피부가 그렇게 탈 지 모르고 생각 없이 장 시간 긴 타월을 모래 위에 두고 누워 있었는데 물놀이가 끝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가 따갑고 붉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서울로 돌아온 당일까지 피부가 따가워서 혼났다. 덕분에 지금은 온몸이 간장맛 통닭으로 변해있고 원래 피부색으로 돌아오려면 한참은 지나야 될 것 같다.


해변가에서 책 보기

해변가에서 여유롭게 책도 보고 바다를 보는 게 버킷리스트였다. 볕에 타 죽을 것 같아서 책을 온전히 보기가 어려웠지만 더울 때마다 물속에 들어가 첨벙거리기를 반복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이라 새로웠고 또 다른 세상이 열린 것 같았다. 수영은 못하지만 난생처음 해변가에서 자유롭게 수영복을 입고 거리낌없이 돌아다녔다. 그저 스스로 할 수 없다는 규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불편했던 부분은 물놀이를 거의 끝내려고 할 때쯤 이상한 아저씨 한 분이 계속 거리를 두고 옆에 서 계셨다. 영 찜찜해서 옷도 갈아입고 자리를 옮겼는데도 어떻게 본 건지 근처에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별 수 없이 기사를 불러 자리를 옮겼다.


대 낮이니 그럴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뭔가 이상할 땐 빨리 자리를 이동하고 가급적이면 사람이 많은 곳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 그것 말고는 즐거웠다. 혼자 다닐 땐 항상 조심하시길 바란다. 화장도 다 지워지고 머리도 개털화되가는데다 까매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놀았다. 추워지기 전에 10월에 한 번 더 바다에 가면 좋겠는데 말이다.



해녀김밥 본점

주문한 전복김밥과 해물라면

바다 들어가기 전 간단하게 식사한 곳이다. 원래는 전복김밥을 사서 해변가 앞에서 먹으면서 낭만주의자처럼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날도 덥고 손에 든 짐이 많아 포기하고 식당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배를 채웠다.


해물라면에 있는 딱새우는 거의 먹질 못했다. 딱새우는 껍질 뜯기도 어렵고 살이 많이 없기 때문에 해산물을 드시고 싶으시면 아예 해산물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으로 가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다. 나는 아침부터 배부르게 먹는 건 어려워서 어느 정도 다 먹은 뒤에 남은 김밥은 포장해서 나왔다. 덕분에 저녁쯤 허기질 때 숙소에서 한 두 개 정도 꺼내먹을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날이 후덥지근해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관광객들이 아주 붐비진 않았다. 바다에서 깨달은 건 한 여름엔 일찍 해변가로 가거나 오후 4시 이후부터 놀 것. 9월 중순이 가을도 아니고 여전히 덥기 때문에 아침 9시에 가도 뜨겁고 물도 따뜻해서 계절에 맞게 적당한 시간대를 찾아 일정을 짜야 된다는 걸 알았다. 이 사실도 물놀이를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모든 경험은 도움이 된다. 다음엔 바다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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