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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Blues Jan 14. 2019

6. Mr. Incredible

풀타임 아빠 육아기 <아내가 이사갔다> 6화

지난 여름, 기다리고 기다리던 인크레더블 2편(Incredible 2)이 개봉했다. 이번 편은 거칠게 요약하자면 아내(엘라스티걸)가 멀리 일을 나가고 남편(미스터 인크레더블)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이야기. 인크레더블의 원조팬인 나는 극장에서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가사 육아 좌충우돌을 낄낄거리며 즐겼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 곧 내가 저리 될 줄 모르고..  


불과 두 달이 안돼서 우리집 엘라스티걸은 모 대학의 부름을 받아 인류(!)를 위해 떠나야했고 내가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되어야 했다.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나는 다행히도 애가 하나라는 점(그쪽은 애가 셋!), 더 다행스럽게도 나의 딸아이는 초능력이 없다는 점 정도?

다행히 우리 딸아이는 초능력이 없다


풀타임 육아 전담자가 되어 살다 보니 영화 속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떠올라서 혼자 피식 웃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악당 퇴치에 아내 엘라스티걸이 낙점, 투입되면서 본인이 가사를 책임지게 되는 순간,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살림과 육아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남자지만 영화를 보면서 ‘남자들이란ㅋ’했던 장면인데, 내가 그러고 있었다. 가사를 일종의 업무나 미션으로 받아들이는 심리. 내가 책임자라고? 그럼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자신 있어.(보통 그 ‘누구’는 전임자. 즉 아내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영화나 현실이나 똑같다 - 오버페이스에 이은 퍼지기. 회사 다닐 때의 폼이 아직 남아있어서 가만히 있으면 무언가 허전하기도 했고 쇼파청소, 가구재배치 등 그동안의 숙원사업 리스트를 하나하나 컴플리트 할 때의 쾌감을 즐겼다. 한 달 뒤의 모습은? ‘이건 내일하자’를 되뇌이며 기본업무만 하고 살고 있다.


사춘기 큰딸(violet), 장난꾸러기 둘째아들(dash), 넘사벽 초능력자 막내아기(jack jack)를 돌보느라 녹초가 된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모습도 생각난다. 압도적인 힘(power) 자체가 초능력인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육아로 녹초가 된 모습은 가사의 고됨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딸랑 애 한명, 그것도 다 큰 애 이학원 저학원 데려다주고 데리고오고 밥해먹이고 공부봐주는 정도로도 기가 소진되는 느낌이 드는데, 도대체 둘 키우는 전업 분들은 얼마나 정신없을까(셋은 상상도 안감). 주부를 해봐야지 느낄 수 있는 귀한 깨달음이다. 존경심이 생기며 다시 한번 겸손해진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또 생각나는 점은 딸과의 관계. 큰 딸 바이올렛(초6 정도?)은 짝사랑이 생긴 사춘기 소녀이다. 영화에서 상남자 아빠와 사춘기 딸은 서로 부딪히기 일수인데 이를 회복해보려는 시도는 번번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내가 그리 상남자도 아니고 아이가 사춘기도 아닌데도 남의 일 같지 않음이 마구 느껴진다. 아빠와 딸, 어른과 아이라는 큰 차이에다 성별의 차이까지 더해지는 이 조합은 어감이 주는 러블리함과 달리 한편으로 당황스럽고 한편으로 재미난 상황을 자주 만들어낸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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