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발자전거 선생님

진숙언니 고마워.

by 신민화

우리 집 꼬마가 얼마 전에 두 발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네발자전거를 타는 아이를 볼 때는 저 꼬마가 두 발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계속 넘어지고 핸들이 흔들리고 페달을 잘 밟지 못하고 균형을 잡지 못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다가

아빠가 뒤에서 잡아주고 좀 이따 손을 놓으면 균형을 잡고 달리는 것까지 · 감을 잡았다.

아빠가 처음 두 발자전거 탈 때 페달각도와 발의 위치를 말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걸 몸으로는 알지만 이론적으로는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몸에 익어서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그렇게 타야 두 발자전거가 타지니까 타는 건데

아이 아빠는 페달각도부터 핸들 잡을 때 어깨에 힘 빼기, 방향을 돌리고 싶을 때 머리를 이용하는 것 등등 다양한 실전비기들을

말로 설명하고 몸으로 보여주면서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난 어떻게 두 발자전거 타기를 배웠더라. 난 어떻게 배웠길래 몸으로는 알지만 이렇게 하나도 모를까.

내 기억 서랍들 앞에서 한참 기억을 더듬다 생각난 기억은 진숙이 언니였다.

35년 전쯤 기억 속 두 발자전거를 처음 타던 내 뒤에는 언니가 있었다. 그건 분명하다. 오빠 아니고 동생 아니고 언니였다.

언니의 자전거였다. 언니가 나한테 두 발자전거를 내어줬다.

우리 집엔 자전거가 없었다.

그리고 그 자전거를 타던 장소가 맞다면 나는 국민학교 2학년이었다. 낙민국민학교..(내가 2학년 때 공유가 6학년에 다니고 있었음 쿨럭)

그 언니도 그래봤자 4학년정도 됐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억 속 내가 '진숙이 언니'라고 부른다.

언니는 내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고 내가 앞에서 막 사시나무 떨듯 흔들흔들거리고 있으면 안 넘어지게 꽉 잡아준다.

그리고 몇 번이나 계속 자전거를 타게 해 준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우리 집 꼬마보다 3, 4살 정도 더 많은 아이들이었는데

한 명은 태워주고 한 명은 배웠다.

그때 진숙이 언니는 너무도 언니였는데 우리 집 꼬마를 보면서 생각해 보니 언니는 너무나 아이였네.

당시 언니의 존재감은 우리 꼬마에게 아빠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정말 그랬다. 그 때 언니는 내게 너무너무 언니였다.

언니 덕분에 언니 자전거로 나는 두 발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말로는 하나도 설명하지 못하지만 몸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익힐 수 있을 때까지 언니는 내게 자전거를 내어줬다.



그때 나 언니한테 고맙다고 말했었나?

말... 했겠.... 지?

내가 두 발자전거 타는 법을 완전히 익히게 된데 얼마나 걸렸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자전거를 타는 내 뒤에서 언니가 기뻐하던 목소리는 또렷이 생각난다.

진숙이 언니였다.

내 두 발자전거 선생님.

언니 너무 고마워.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

언니가 잡아주지 않아도 나 홀로 두 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을 때 언니가 기뻐해주었던 모습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어.

너무 고마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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