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평생 아팠으니까
아침에 눈을 뜨면 엄마 방 문이 열리고 엄마가 부엌으로 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엄마의 발소리는 약간 질질 끄는 느낌이 섞여있고 양쪽의 리듬이 살짝 다르다. 설명하긴 어려운데 듣기만 해도 엄마 발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다.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가면 엄마는 끓여서 식힌 보리차를 컵에 따라서 한 모금 드신다. 물을 많이 드시지 않는 편이다. 한 모금 살짝 마시고는 컵 위에 뚜껑을 덮으신다. 엄마 배 쪽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온 내복 실루엣을 보고 다가가서 살짝 엄마 배를 만져봤다.
내가 무슨 의도로 엄마 배를 만져봤는지, 다음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엄마는
“괜찮아.”
하신다.
“괜찮아?”
나는 엄마가 정말 괜찮기를 바란다.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기억 속에 엄마는 늘 돈에 쪼들렸고, 고달팠고 눈물짓는 날이 많았다.
젊은 시절에는 사는 게 고달프더니
자식 다 키우고 좀 쉴 나이가 되니 몸에 병이 들었네 엄마는.
아빠도 위암이었다.
아빠가 마지막 얼마 동안 통증으로 너무 고통받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던 나는
엄마도 그렇게 아플까 봐 걱정하고 있다.
내 표정에 그 걱정이 고스란히 비쳤겠지.
엄마는 나만 보면 괜찮다고 하신다.
안 아프다고.
엄마가 내 뒷바라지를 해주는 동안 늘 했던 말이 있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호강시켜 줄게.’
엄마한테 늘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나중에
이따가
그런 나중은 없다는 걸 너무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내뱉으면서 살았다.
엄마는 이제 갈 준비 하신다는데.
엄마의 마지막 길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시겠다는데.
엄마가 이제 몸에도 마음에도 아픔이라는 건 모르셨으면 좋겠다.
내 바람은 이제 그거 하나뿐이다.
엄마가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엄마가 아픔이라는 걸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