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의 시간은 짧습니다.

찰나를 스쳐가는 주마등처럼...

by 보리아빠

제겐 3살 딸아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당연히 그렇겠지만, 저 역시 딸바보로 살고 있지요. '본능'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붙는 엄마와 다르게, '아빠'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만들어진다는 얘기도 있지요? 초보 아빠로 살아가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얼마 전 아이의 세 번째 생일이 지나, 이제 아이는 세는 나이로 4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초보 딱지는 떼지 못한 느낌입니다.

물론 웬만한 엄마 못지않은 육아에 통달한 아빠들도 세상에 존재할 겁니다. 그렇지만, 아빠에게 아무리 육아의 신이 내려와 봤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아이 세상의 '중심'은 여전히 엄마고, 아이에게 엄마는 '신' 그 자체니까요. 강림한 신은 언젠간 하늘로 다시 돌아갈 테지만, 엄마의 신격과 오라는 영원합니다. 서운하신가요? 원래 그런 거니 서운해할 필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빠들은 조금이라도 신에 가까워지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합니다. 그중 아이가 보내는 시간을 잘 보내는 게 정말 소중하다고 봅니다. 물론 하루 8시간을 밖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평일 퇴근 후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린 지친 마음이라면, 집에 와서는 그냥 쉬고 싶기도 하지요. 하지만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리면 현관에 나와 방방 뛰고 있는 딸을 보는 순간, 그런 마음은 사라집니다. 요즘은 겨울이라 밖에 잘 나가진 않지만, 여름이 끝나는 무렵부터 추위가 찾아오는 계절이 옷깃을 때리기 전까진 퇴근 후 딸아이와 동네 산책을 가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이름 모를 잡초나 빌딩 앞 녹슨 장식물 같은 별 것 아닌 존재까지 꼼꼼히 구경하며 가는 딸아이를 쫓아가다 보면, 매일 새벽에 무심히 지나는 이 길이 다른 길로 보입니다. 전철 시간에 쫓겨 가는 길에 뭐가 있는지 관심 없이 앞만 보고 다니는 게 민망할 정도로 말이죠. 아이와 보내는 이 시간 덕분에, 조금이라도 세상을 넓게 보려고 최소한의 노력을 하게 됩니다. 적어도 내가 가는 길에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몇 개나 있는지는 이젠 대충 알게 되었죠.

하루종일 엄마랑 둘이 놀면서 아빠가 집에 오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아무리 몸이 지쳐도 힘이 나게 됩니다. 특히나 '딸아이'와의 시간은 정말 짧기에,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빠른 속도로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밥 먹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예요. 그래서, 딸아이가 뭔가 '아빠'랑 하고 싶은 게 있어서 표현을 하면 그냥 아무 소리 말고 따라 주는 편입니다. 세월은 생각하는 것만큼 빨리 흐르고, 아이는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자라니까요. 이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보리는 엄마 닮았어, 아빠 닮았어?"


"엄마!"


산책 중 매일 이런 대화가 반복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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