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물빛과 고운 모래가 참 아름다웠던 그곳
들어가기
마이크로비치는 어떠한 바다인지 모르고 갔다 나중에 알아보니 세계적으로 꽤나 유명한 바다였는데 PIC로 점심 뷔페를 먹으러 가던 중 다른 해변들을 보니 ‘마이크로 비치가 참 아름답구나!‘라는 마음이 더 들었다
수영복
물 안이 다 보이는 투명한 물빛과 아주 작은 알갱이로 쪼개진 백사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만, 미세한 모래들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새롭게 산 탑텐 수영복 조직의 미세한 구멍 안으로 들어가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세탁할 때마다 세탁기 안에 흔적을 남기곤 했다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가던 중 수영복이 없어 쇼핑거리로 가 물건을 사려는데 문 연 곳이 없었다 그나마 오픈 시간 10여 분 전 정도된 탑텐 앞으로 가서 혹시 제품을 살 수 있는지 물었다 직원은 매장 정리를 끝낸 뒤 열어주겠다고 한 뒤 조금 일찍 문을 열어주었다 그 덕분에 그레이스의 수영복을 구입하고 유쾌한 기분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물 혹은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시간
수영복을 입고 나간 비치에서 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어릴 적부터 물을 무서워했다 국민학교 (현)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근처 바다로 임해훈련을 가면 파도타기는 바다에 들어간 내내 할 정도로 즐겼는데 오죽하면 집에 와 방바닥에 누워서도 파도가 출렁출렁 내게 다가와 몸을 실어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 물 안으로 들어가 수영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렇게 물 공포가 있던 나였지만, 마이크로 비치 안으로는 서슴없이 들어가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유인즉 내가 알고 있던 바다는 물 안에서 바라보면 거칠고 어두운 파란색 같았지만 이 사이판의 해변은 너무나도 밝았고 파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를 즐겁게 해 주던 파도는 물 안에서 수영하며 움직이는 내게는 또 다른 두려움이었고,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 보이는 바닷물은 내가 어느 정도 깊이에 들어와 있는지를 가늠치 못하게 만드는 불안이었다
글을 쓰며 돌아보니 어쩜 나는 물보다 보이지 않는 어둠이 두려웠던 것 같다
집게발 게와의 교감
무릎 높이 정도 되는 바닷물 안으로 들어가 엎드려 손으로 쏟아져 내리는 밝은 빛을 한창 보다가 모래바닥을 파보았다 이 같은 행동은 손바닥 위에서 바닥 쪽으로 흘러내리는 모래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아름다움이 그 연유였는데, 갑자기 손가락이 무에 물린 듯 아리며 아팠다
생각지 못한 공격에 무슨 일인가 싶어 모래 안을 뒤적여 보니 드디어 집게발이 무쇠처럼 보이는 게가 여러 마리 나타났다
나는 내 손가락을 문 게를 찾아내 나를 물면 되냐고 말했다 네가 물어서 나는 손가락이 너무 아프다면서 손바닥으로 모래를 조금 떠 올려 다시 물지 못하도록 게 위에 얹었다 그러면서 보니 게의 다리가 흐물거렸다 내가 아픈 것에 집중하다 보니 게 상태를 잘 살피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게도 다친 상태였다 “너도 아파서 보호한다고 그랬구나 내가 놀다가 너를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하며 등껍질을 쓰다듬으며 양 손바닥 위에 모래와 함께 게를 올려 다른 쪽으로 빼내 주어 자유롭게 가라고 축복했다 물놀이를 어느 정도 마쳤을 때 보니 게는 모래사장 위에서 더 이상의 미동을 보이지 않았다
현지 아이들과 그레이스
바다에서 스노클링과 잠수, 토끼전 놀이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레이스는 한창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하던 백덤블링을 모래사장에서 했는데 위험할 것 같아 그만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나의 바램과 달리 그레이스는 지속적으로 백덤블링을 시도했고 결국 해냈다 하지만 나중에는 고전을 하다 허리가 삐끗해 아프다고 했고, 이후로는 집에 와서도 하지 않았다 종종 백덤블링을 하고 있는지 물을 때면 허리가 아파서 안 한다더니 몇 개월 뒤에는 제법 잘하고 있었다
그렇게 놀다 현지 아이들이 나무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레이스와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어 다가갔고, 그들은 스스럼없이 자리를 내주었다
한 명씩 줄을 서 차례대로 뛰어내렸다 아이들은 능숙하게 뛰어내렸고 서로의 모습을 보며 환호하거나 웃거나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비록 물은 얕았고 위험할 건 그다지 없었지만, 다이빙은 처음인지라 나와 그레이스는 멋진 포즈를 취하려다 이내 나무에 걸려 다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몇 차례 나무 위에서 통통 튀다 바다 안으로 쏘-옥! 들어가는 재미는 연거푸 줄을 서게 만들었다
그렇게 현지 아이들과 놀던 그레이스는 내게 다가와 그중 한 명과 대화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통역 좀 해줘”라고 말했지만, 나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영어도 있으니 직접 해보는 게 어떨까” 하고 물었다 그레이스는 계속 민망하다고 말하다가 자신은 영어를 못하니 엄마가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나는 이내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인사를 건네며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이후에는 둘뿐 아니라 놀러 나온 친구들과 어우러져 웃으며 놀았다
마무리
여행 가기 전에는 뽀얗고 티 하나 없던 그레이스는 이날 가라판 마켓에서 산 바나나보트 선크림을 발랐음에도 뒷날 아침 차모루 현지 아이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 같은 피부색을 보여줬다 순간, 나는 “어? 어떻게 여기 들어왔지?”라고 물었다
이때부터 탄 피부는 일 년 정도 되니 다시 하얗게 되었지만, 다이빙의 매력은 이후에 간 호텔에서의 다이빙 욕구를 자극하곤 했다 물론 호텔 수영장은 다이빙 불가라 잠수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