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린 자녀와 같이 다니는 자유여행에서의 노하우
할 일없이, 그저 할 것이라고는 조용하게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음식 맛을 보는 것밖에 없다는 듯
주로 된장찌개에 공깃밥을 좋아하던 나는 태국에서 6개월 정도 생활하며 입맛이 많이 바뀌었다 우물 안 개구리라고 했던가?! 나고 자란 지역에서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 한식이다 보니 그러했을 텐데 지독히도 코 끝을 자극하며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던 태국 음식을 귀국한 뒤에는 못내 그리워 자꾸 그 땅에 가고 싶다 했었지
이후로 한국 음식 외 다른 나라의 음식을 진정 사랑하며 먹게 된 나는 사이판으로 가 현지식을 먹었다 거기에는 ‘음식은 지역과 나라의 문화를 반영한다‘는 철학과 ‘새로운 음식은 뇌를 자극해 활성화시킨다’는 이론이 담겼다
사이판은 지역을 대표할 음식이 별다르게 없다, 그래도 참치회와 스테이크는 먹어볼 만하다는 여행 후기들을 읽으며 이 두 가지 음식은 먹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첫 날 찾았던 코코레스토랑에서는 음식을 좀 남겼지만, 플루메리아에서는 대부분 다 먹고 나왔다
그레이스 역시 스테이크를 맛있게 남김없이 먹었다 이전과 달리 잘 먹는 모습에 이유를 물으니 맛있단다 그래, 별다른 이유가 있으랴~ 맛있으니 잘 먹는 거다
현지 직원과 주문을 두고 이야기를 하던 중, 직원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이내 주방에서 한 여성이 나왔고, 자신은 한국 사람이라 소개한 뒤 주문을 도와줬다
여행 중간중간 의사소통이 원활치 못할 때면 이처럼 한국 직원이 와서 도움을 주거나 파파고를 사용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해외여행 전 관련 국가 정보가 담긴 책이나 여행사 잡지 등을 보거나 현지어가 적힌 통역 책을 들고 가 낯선 장소에서 어리버리한 표정과 몸동작으로 이곳저곳 둘러보는 것이 일상적이었다면, 지금은 파파고나 블로그 글 등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그래도 종이 질감이 뇌를 자극하는 부분이나 낯선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어리버리함과 실수도 즐거운 추억이 되는 아날로그적 정서가 아직도 난 참 좋다
나이 어린 자녀와 단 둘이 혹은 셋이 다니는 여행이 대부분이므로 실수없이 다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지만, 그런 만큼 얻어지는 열매의 맛은 더 달콤한 거 같다
그래서 나 자신의 견문이 넓어지거나 자녀에게 타국에서의 여러 경험을 통한 지경이 넓혀지는 것 외에 서로 간의 사랑이 깊어지고,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이는 만큼 자녀 역시 엄마가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좀 더 깊게 생각해보고 행동하거나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다니는 법도 배우게 된다 자녀가 커가는 정도에 따라 큰 캐리어에 이것저것 담아 움직이던 것에서 최대한 짐을 줄여 기내용 정도로 들고 다니다가 이제는 각자 배낭 하나씩 짊어지는 정도로 움직이는 중이다 어릴 때는 지하철이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나 그레이스와 제이콥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면 내가 짐을 대신 들어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자신이 짐을 들겠다고 먼저 말하기도 한다 물론 지금도 그레이스는 나와 다니는 여행은 육체적으로 좀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폴까지 같이 다니는 여행을 더 선호하는 것 같긴 하다
동남아시아 여행을 갈 때는 여성이나 마른 남성처럼 체구가 작은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문화를 안 뒤로 일부러 살을 찌워 몸집을 크게 만든 뒤 갔다 그 때 찐 살은 아직도 거의 유지 중이지만 !
음식은 맛과 재료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먹는가가 큰 영향을 미친다지
그레이스와 함께한 식사 시간은 “네가 시킨 거 먹어~” “엄마께 더 맛있어” “그럼 이거 더 먹어봐봐” “나도 먹어보자” “맛있다” “더 먹을래 더 먹을래” 는 말들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