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해방

다른 사람으로부터 벗어나 내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다른지

by 글쓰는 여자





처음 만나 낯선 언어까지
그토록 어색할 수 없는 사이였지만,

건네받은 코코넛 안 넘칠 듯
출렁이는 워터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으며

“오~!”라고 외쳤다

정직한 상인으로부터 비롯한 이 외침은
사이판은 여행자를 속인다는 말로부터
나를 자유케했고,

아무 표현없이 조용히 없는 듯있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단 길들임으로부터
해방을 의미했다






아직 코비드 19의 여파가 세게 남아있던 때라 야시장 입구에서는 방문자에게 방역 키트를 나눠주었다 가방 안에는 성인용 마스크 한 박스와 소아용 마스크 한 박스 등이 있었다




야시장과 축제


여행은 시작부터 휴식과 거리가 멀었다 당초 계획은 이전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의 역할이었지만, 반대를 무릅쓰고 출발한 것부터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사이판 도착 이후로 나는 조금씩 나의 시선을 갖게 되었다 그건 마치 양자역학 같아서 내 눈으로 보는 여행지는 그에 맞게 새로운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오래전, 내가 여행에서 바라고 기대했던 것들을 차츰 풀어내기 시작했다


사이판 야시장은 상설로 금요일부터 이뤄졌는데, 찾았을 때는 야시장 정보가 부정확했다 블로그를 검색하고 호텔 직원에게 물어본 뒤 찾아갔는데, 마침 축제 기간과 맞물려 평소보다 많은 업체가 참여해 먹을거리와 볼거리 등이 풍성했다


여행자들이 맛있다고 말한 레스토랑들은 숙소와 멀어 가보기 어려웠던 차에 축제에 모두 참여해 맛있는 음식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었다 즉석에서 구워낸 크디 큰 갈비를 포장해 그레이스에게 가져다주며 먹어보라고 했을 때, 무척이나 잘 먹어 참으로 기뻤다 사이판을 시작으로 간 여행지마다 행여 물갈이나 배앓이를 할까 싶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고를 때마다 마음 속으로 기도하며 신중을 기하곤 했다 감사하게도 한 번도 그러한 부분으로 어려움이 없어 정해진 일정을 다 소화하거나 좀 더 연장하는 경우들이 생겼다 그러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레이스는 “자신은 여행에 적합한 사람”이라며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수제 버거





햄버거와 코코아 워터


수제버거는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종종 이야기를 나눌 만큼 맛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먹었던 이 음식은 패티가 정말 맛깔스러웠는데 그레이스는 이거 하나와 갈비를 다 먹었다



코코아워터는 야시장 옆 마트에서 구매하려다 딴지 오래된 것 같아 보여 그냥 나왔다 행여 야시장 안에서 볼 수 있을까 싶어 찾아다녔는데 마침 큼지막하고 꼭지가 싱싱해 보이는 것들을 진열해 놓은 매대가 있었다 가까이 가서 하나 달라고 부탁하니 진열대 뒤쪽으로 가져가 큰 칼로 껍데기를 자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꽤 흐르고 있어 워터가 잘 나올까 싶기도 했지만, 이내 능숙하게 코코넛을 먹기 좋게 만들어 빨대와 같이 내주었다 건네받은 나는 무게에 한 번 감탄하고 넘칠 듯 가득 찬 양에 다시 감탄했다 이러한 상황이 오더라도 감탄사를 입 밖으로 내는 것은 조용히 있는 역할을 맡아오던 내게는 거의 금기시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오!”라는 말과 동그래진 두 눈, 웃음이 하나가 되어 밖으로 표현되었다 그것을 본 상인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졌고, 이야기를 전해 들은 그레이스도 웃었다


이건 기쁜 경험 이상으로 다른 이와 웃음을 공유하고, 낯선 곳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 그리고 나를 옥죄고 있던 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했다


긍정적인 감정을 스스럼없이 솔직히 표현한 순간은 이후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이는 내 얼굴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다소 차분하고 조용해 보이던 얼굴 분위기는 웃음기와 자유롭고 도전적이며 활동적으로 변화했다 최근 여러 번의 수술과 골절로 인해 여러 변화가 있었겠지만 그동안의 여행은 내게 이러한 선물을 주었다 그래서 다음 여행을 다시 소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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