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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여행 계획이 있으신가요?

작가가 여행을 준비하는 태도

by 봄인

제주에서 4년간 살다 온 서울 사람에게 올해 겨울 추위는 유독 가혹하게 다가온다. 따뜻한 섬, 제주도가 그립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는 따뜻한 나라로의 여행을 꿈꾸고 있는데 바로 태국 치앙마이이다. 물론 원래 가고 싶었던 도시는 런던이었지만, 런던의 어둡고 음습한 날씨와 추운 온도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런던 곳곳에 있는 무료 박물관만 돌아다녀도 충분히 일주일쯤은 보낼 수 있을 테지만, 온전히 바깥활동을 즐길 수 없는 런던 겨울 여행은 반쪽의 재미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따뜻한 동남아로 눈길을 돌리자, 제일 먼저 가고 싶었던 곳은 인도네시아의 발리였다. 세계 최고의 휴양지, 세계 1위의 허니문 성지답게 발리행 마일리지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이었고, 차선책으로 치앙마이를 선택했다.


재미있는 도시 문화가 많지 않은 여타의 동남아 도시와 다르게 치앙마이는 궁금하고,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운 좋게도 대한항공 마일리지 항공권의 치앙마이행 잔여좌석이 남아있어, 일찌감치 2024년 1 월행 비행기표를 예약해 두었다.


하지만 아직도 치앙마이를 갈지, 다른 도시를 갈지 고민하는 와중에 치앙마이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로 결심하자 문득 지난주에 읽었던 글이 떠올랐다.


임경선 작가의 책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에서 “여행 가기 전에 최대한 원고를 많이 써놓고 틀과 흐름을 잡아놓고 갈 것. 준비를 많이 하고 갈수록 여행 에세이의 밀도가 올라갈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여행 가기 전에 여행 에세이를 미리 써놓고 가는 힌트는 그녀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통해서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임경선 작가도 리스본에 가기 전에 관련한 책만 50권 넘게 읽고, 기초 정보, 역사, 개별 장소, 그날 하루의 동선까지 미리 짜놓았다고 한다.


김장으로 치면 미리 절임배추와 김칫소를 준비해 두고,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감정만 더해서 미리 준비해 둔 절임배추에 김칫소만 버무리는 과정을 거쳐 여행 에세이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나라와 도시, 동네를 다녔지만, 이처럼 모든 기초 조사를 끝내고 글의 초고까지 써둔 상태에서 여행을 했는지, 반성을 하게 된다. 작가의 부지런함과 꾸준함, 사고력과 통찰력은 역시 부지런한 습관과 끈질김, 집요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올 겨울 작가처럼 여행해 보기 위해서 내일부터 여행 에세이 초고를 미리 써보고자 한다. 이보다 완벽한 여행 준비가 또 있을까?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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