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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준비하는 시간

처음 가는 치앙마이 준비

by 봄인

태국은 몇 번 가봤지만, 치앙마이는 처음이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가본 태국의 도시는 푸껫이었다. 사춘기가 극심했던 시절, 여름 방학을 맞아 엄마를 졸라서 이번 여름에는 휴양지에 가고 싶다고 했고, 엄마는 사춘기 딸에 푸념에 못 이기시는 듯 여행에 데려가주셨다.


패키지여행으로 찾은 곳은 그 당시 인기가 많았던 태국의 푸껫. 1990년대 여행이 그랬듯이 몇 가지 옵션 상품을 추가해, 바나나 보트, 제트 스키 같은 온갖 해양스포츠를 즐겼었고, 바다에서 조금 놀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지만 특별히 즐겁거나 인상 깊은 일은 없었다.


그 이후에 인턴으로 다니던 국제단체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콕을 갔었고, 엄마와 함께 동남아 배낭여행을 할 때에는 라오스에 가기 위해 태국의 우돈타니라는 지역에 가기도 했다. 우돈타니는 태국의 큰 도시는 아니었는데, 공항에 있는 서양 할아버지들이 한눈에 봐도 앳되어 보이는 동남아여성과 커플이나 가족을 이뤄서 앉아있던 모습이 지금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최근에 태국을 찾은 것은 그러니까 코로나 이전이다. 당시 유치원생,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 둘을 데리고, 여자 셋이서 호기롭게 푸껫을 찾았다. 3개의 리조트를 옮겨가는 일주일 가량의 여행을 계획했는데, 처음에는 큰 아이가 열이 나서 현지에서 급하게 열을 사서 먹기도 하고, 그다음에는 엄마인 내가 아파서 타이레놀을 먹으며 겨우 버텼던 기억난다. 열나는 아이 옆에 앉아서 이곳에서 응급실에 가면 비용이 얼마나 나올까 검색해보기도 했고, ‘남편이나 다른 보호자 없이 여자 셋이 해외여행을 오면 안 되겠구나’하고 깊게 후회하기도 했다.


아픈 첫째 아이도 문제였지만, 아픈 언니 때문에 제대로 수영한번 못하는 여섯 살 둘째도 문제였다. 혼자 리조트 키즈 클럽에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끝나고는 시간 보내며 논다고 해서 안심을 하고 맡겨두고 나왔는데, 몇 시간 후에 객실로 전화벨이 울렸다. 받아보니 둘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전화해 달라고 선생님한테 말했나고 하니 이렇게 얘기했단다.


“My mom said, She will come at 8 o’clock, but she didn’t come, yet. Can you call to my mother?


'아니 여섯 살짜리가 이렇게 영어 문장으로 술술 얘기하다니' 당시 영어 유치원에 보낸 엄마의 마음을 아주 뿌듯하게 만들었던 기억도 있다.(물론 제주도에서 지냈던 일곱 살에는 영어 유치원에 다니기 싫다고 해서, 일반 유치원을 다녔고, 아주 행복한 유치원 시절을 보냈다.)


그래도 무사히 여행이 일정이 다 끝나기 전에 몸이 회복돼서 나름대로 쇼핑도 즐기고, 수영도 하고, 시장에서 코코넛도 사서 먹으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여행에 다녀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런 태국에 다시 가게 되었다. 태국의 북부에 있는 도시 치앙마이. 북부의 장미, 한국에는 몇 해 전부터 한 달 살기의 성지로 널리 알려진 곳. 단순히 기후가 좋고 물가가 싸서 살기 좋은 곳은 아니다. 1296년에 란나 왕국의 수도로 지어진 곳으로, 역사와 전통이 깊고,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특히 공예품이 발달해서, 목공예 마을, 러스틱 마켓, 라탄 거리 같이 공예품이 모여있는 곳이 관광 명소가 된다. 예술인 마을도 작지만 개성 있는 분위기로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치앙마이 대학교도 값싼 가격에 살거리, 볼거리, 놀거리가 많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자연 또한 치앙마이의 매력이다. 예전에 태국 여행에서 코끼리 트레킹을 했을 때의 그 찝찝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금처럼 코끼리 트레킹의 폐해가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인위적인 자연환경에서 코끼리를 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던 기억이 남았다. 물론 그때는 패키지여행을 했던 때라 여행 상품에 포함되어 있었던 필수 코스 중 하나였다. 이제는 잔혹하게 코끼리를 학대하는 코끼리 트레킹은 사라지는 추세이고, 대신 코끼리 보호 센터가 있어, 그곳에서 코끼리를 위한 간식을 만들고 함께 머드 목욕을 하는 체험이 트레킹을 대신한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 아이들은 이번 여행에서 코끼리 생츄어리 체험만큼은 꼭 하고 싶다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태국 여행을 검색하니 이제는 예전과 달리 여행 가기 전에 몇 가지 앱 다운로드는 필수이다. 택시를 잡을 수 있는 그랩, 볼트, 현지에서 태국 화폐 대신 결제할 수 있는 결제 바코드 GLN(심지어 이 앱으로 야시장, 노점상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대신 여행 스케줄을 짜주는 트리플이라는 앱까지 다운로드하였다. 그래도 아직 여행 가기 전까지 몇까지 앱을 더 다운로드하여야 할지 모른다.


예전처럼 여행을 가면 가이드 북을 사서 공부하는 시대가 아니라 SNS를 찾고, 앱을 깔고 플랫폼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시대로 변한 것이다. 그래도 아날로그 세대에 가까운 사람은 책이 좋다. 비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 걸어가서 치앙마이 책 4권과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를 빌렸다.


학교가 끝나고 도서관에서 만난 두 딸들은 집에 오는 길에 서로 엄마에게 먼저 자신의 우산을 씌워준다고 아웅다웅한다.


“엄마 내 우산 쓰세요.”

“아니야, 언니! 엄마 제 우산 먼저 쓰세요”

“흠… 편의점까지 언니 우산 쓰고, 편의점에서 나와서 다음에 집까지 갈 때는 애지 우산 쓸게”


그동안 함께했던 많은 여행들이 우리에게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 지금의 관계를 만들어 준 게 아닌가 싶다.


책 5권을 담은 에코백은 무거웠지만 충실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마음과 아이들이 씌워준 우산덕에 도서관에서 집에 오는 발걸음이 아주 가벼웠다.


역시 여행은 준비할 때가 가장 즐거운 법이다.


#글루틴 #팀라이트 #치앙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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