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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Aug 06. 2020

잠보

잠을 잤다. 

잠자며 잠 안 자는 꿈을 꿨다. 

잠은 게으름이므로 멀리해야 한다며 꿈에서 내버티며 잠을 안 잤다. 

잠이 오는데 잠을 안 자다가 결국 쓰러져 잠들었다. 

잠 속에서 잠드니 비로소 잠이 깼다.


문득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현실의 꿈인지 꿈의 현실인지 잘 모르겠다. 

꿈속의 현실일 수도 있고, 꿈속의 꿈일 수도 있다. 어쩜 현실이라고 여기는 지구에서의 삶이, 우주 현실의 꿈속 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길다고 여기는 인생살이 100년이 일장춘몽일지도 모른다. 꿈속에 또 꿈을 꾸듯, 우리는 꿈일지도 모르는 지금의 현실에서 아옹다옹하는지도 모른다. 

난 뭘 꿈꾸고 있지?


바보처럼 마냥 웃고 싶다.

울보처럼 실컷 울고 싶다.

먹보처럼 마구 먹고 싶다.

잠보처럼 쿨쿨 자고 싶다.


난 바보처럼 울보마냥 먹보같이 잠보인듯 체면과 명예와 지식과 억압의 옷을 훌훌 벗어젖히고 잠꼬대를 중얼거리고 싶다. 그러나 눈 뜨니 벽에 걸린 그림, 책상 위의 문방구, 바닥의 가방이 낯익은 그대로다. 


또다시 밤새 벗어 두었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일상(日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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