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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Aug 18. 2020

별별 알바, 독서 아르바이트

책 권하는 어른_1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3년간의 독서지원 프로그램 뒷얘기!


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만 3년간 1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가 기획하고 운영한 <독서 아르바이트>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흔이 넘어서야 책읽기의 재미를 알았고, 이 즐거운 책놀이에 내 주변의 아이들도 함께하길 바라는 맘에서 구상한 '개인 출연 독서 장학회'입니다. 대상은 내 주변의 가까운 아이들 입니다. 내 조카, 처조카, 친구 자녀, 교회 제자 등등. 각각의 어른들이 각각의 자리에서 자기 주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런 책읽기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미래의 독서 한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생각한 후 내 블로그에 올린 2016년 12월의 글입니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곤 하는데, 그 용돈을 받는 아이들은 그것을 그리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기 때문이리라. 난 조카들에게 가끔 용돈을 준다. 아직 학생인 경우 용돈이 필요하기에.


내 나름의 장학회를 운영해보려고 한다.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시급 7천 원가량을 받기 위해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래서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하도록 그 용돈을 주고 싶다. 다만 그냥 용돈을 주면 쉽게 쓸 수 있으므로 나름대로 대가를 지불하게 할 거다. 그 대가는 책읽기와 글쓰기다.


책읽기와 글쓰기는 아주 중요하다. 내가 학생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이것에 집중하고 싶다. 지금의 학생으로서는 그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한다. 인생 선배로서 나는 이것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연구과제에 동참토록 할 것이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 연구비(용돈)를 주기로. 한 달에 1~2권이며, 한 과제물당 5만 원. 이를 위해 필요한 시간은 대략 5시간 정도이니 시급이 1만 원 정도이다. 이렇게 해서 책과 친하지 않은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다면 나로서는 매우 흐뭇할 것이다.


이수민, 최린에게 제안했고, 아이들이 제안에 응했다. 아직은 이것을 내가 장학회로 하는 건지 아이들은 모른다. 그냥 어떤 특별한 아르바이트를 소개하는 걸로 알고 있다.


다음은 김예은, 최혜빈, 김나연에게. 그리고 박미주, 방하은, 문예준에게도. 또 박서진 등 내 주변의 아이들이 대상이다. 이를 위해 매달 30만 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 비용은 내 월급에서 따로 떼내서 충당할 생각이다. 내가 이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나를 위하고 아이를 위하는 좋은 거름이 될 것이다.


2가지 규칙은

1. 추천하는 책을 필히 읽어야 한다. (사서 보든 빌려서 보든)

2. 책을 읽고 감상문을 직접 써야 한다.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금물)


분량은 A4용지에 13포인트로 2장 정도다. 글을 써보지 않은 아이로서는 이것도 큰 부담일 게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하듯이 노동을 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이 노동은 아주 가치 있는 것이다.


2016. 12. 20.




처음 시작할 때는 끝날 때를 염두에 두진 않았습니다. 하다 보니 만 3년을 했습니다. 시작할 때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잘 따라줄까 하는 염려도 있었습니다. 호응이 적어서 혼자 장구 치고 북 치다가 슬그머니 접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017년 1월부터 일단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서너 명이었다가 최종엔 10명이었습니다. 10명까지는 감당할 수 있겠다 싶었죠. 매월 10명이 다 독후감을 낸다면 한 명당 5만 원이니 50만 원이 나가는데, 실제로 10명이 다 독후감을 내는 경우는 없었고, 내게서 매달 나가는 장학금은 30만 원 정도 되었습니다. 이것을 감당할 때까지 감당코자 했습니다. 남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비용으로 아이들 책 읽게 하자고 한 거죠. 


2019년 12월을 끝으로 접었습니다. 언젠간 끝이 있는 것인데, 하다 보니 3년을 한 겁니다. 중고등학교 입학하여 1학년생이었다면 3학년까지 참여하여 졸업한 셈이지요. 3년이면 충분했습니다. 이 기간에 몇몇 아이들은 변했습니다. 내가 사준 책이 펼쳐지지 않고 책꽂이에 꽂혀만 있었는데, 그 아이가 이제는 틈만 나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본다고 합니다. 뿌린 씨가 모두 싹을 터서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듯이 몇몇만 싹이 터도 실패는 아닙니다. 그들 중에 몇몇이 나로 인해 책읽기의 즐거움을 안다면, 나로서는 더 이상의 바람은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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