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어른_2
2018년 1월, 신둔면농업인상담소장으로 발령받아 왔을 때 신둔면 생활개선회 회장님이 내게 숙제 아닌 숙제를 주셨다. 올해 생활개선회가 지역을 위해 뜻있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생활개선회는 농촌의 식생활과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전통문화와 풍습을 살리며 웃어른을 공경하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봉사단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육성하는 단체이며, 읍면동의 생활개선회는 읍면동의 농업인상담소장이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작년부터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독서지원 프로그램'을 생활개선회와 함께 지역에서 해보기로 했다. 생활개선회는 농촌 주부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가 정성스레 밥상을 차리듯, 지역의 아이들이 마음의 양식인 책을 읽도록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엄마의 마음으로 책밥상을 차리는 운동을 계획하고 기획서를 작성했다.
지역 아동을 위한 독서 장학사업으로 정서생활 개선 기대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을 키움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촌마을
명 칭 : 『엄마의 책밥상』
- 자녀의 건강을 위해 정성스레 밥상을 차리듯이 아이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마음의 양식인 책읽기를 권하는 엄마들의 권유와 격려
대 상 : 50명 (신둔초교와 도암초교 4~6학년 학생)
- 참여 인원과 후원 금액에 따라 전 학년으로 확대 가능
참 여 :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면 도서상품권을 지급
기 간 : 8개월 (2018년 3월~10월)
예 산 : 8백만원 (20,000원 × 50명 × 8개월 = 8,000,000원)
- 마중물 기금 : 1백만원(신둔면 생활개선회)
- 우물물&도랑물 후원 : 7백만원(지역의 기관, 단체, 기업체 등)
카 페 : “엄마의 책밥상” (네이버)
- 독후감 운영 : 학생들이 제출한 독후감을 게시판에 올림
- 활동사항 보고 : 예산집행 현황 및 후원 현황 보고
주 관 : 신둔면생활개선회
- 협력기관 : 신둔면사무소, 신둔초교, 도암초교, 신둔작은도서관
- 사무국 : 신둔면농업인상담소
후 원 : 신둔면과 이천시 기관․사회단체, 기업체, 개인 등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면 도서상품권을 지급
책읽기 참여는 매달 최대 4편까지 독후감 제출 가능
독후감은 손글씨로 써야하며, 그림으로도 작성 가능
글자 수는 500자 이상이어야 하며, 그림은 100자로 인정
장난으로 작성하거나 타인의 자료를 베낀 경우에는 제외
모집 공고 : 지역 초등학교에 독서장학생 모집 공고(3월)
신청서 접수 : 학생 ⇒ 학교 ⇒ 농업인상담소(3월 15일)
- 붙임서류 : 『엄마의 책밥상』참가 신청서
독후감 제출 : 학생 ⇒ 학교 ⇒ 농업인상담소(매달 20일)
- 학생이 손글씨로 쓴 독후감을 담당 선생님에게 제출하면, 선생님은 독후감을 스캔(PDF)하여 농업인상담소로 전자메일 전송
․이메일주소 : paperdoll68@korea.kr
독후감 선정 : 독후감 인정 여부 및 등급 선정(매달 25일)
- <책밥상선정위원회>가 심의하여 독후감으로 인정한 일반 작품은 5천원 상당의 도서상품권을 지급하고, 수라상(최우수) 독후감은 2만원, 진지상(우수) 독후감은 1만원 상당의 도서상품권을 지급
- <책밥상선정위원회>는 5명이며 생활개선회 회장과 총무, 평생교육사, 작은도서관 사서, 농업인상담소장으로 구성
상품권 지급 : 농업인상담소 ⇒ 학교 ⇒ 학생(매달 30일)
- 학교에서는 공문에 적힌 명단의 학생들에게 도서상품권을 전달
십시일반(十匙一飯) :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 열 사람이 밥 한 숟가락씩 보태면 밥 한 그릇이 된다는 뜻
후원단위 : 숟가락과 그릇
- 개인은 숟가락 단위로 참여하며 밥 1술은 1만원
- 단체는 그릇 단위로 참여하며 밥 1그릇은 10만원
필요예산 : 8백만원 (20,000원 × 50명 × 8개월 = 8,000,000원)
- 마중물 기금 : 1백만원(신둔면 생활개선회)
- 우물물&도랑물 후원 : 7백만원(지역의 기관, 단체, 기업체 등)
후원계좌 : 농협, 000-0000-0000-00, 엄기순(책밥상)
후원현황 : 네이버 카페 <엄마의 책밥상>에 후원현황 보고
마중물 : 신둔면생활개선회 기금
-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 위에 붓는 물. 앞장서서 나서는 첫물
우물물 : 신둔면 기관 및 사회단체, 기업체 등 후원
- 마을의 우물에 고여 있는 물. 동네 사람들이 같이 나누는 샘물
도랑물 : 이천시 장학회, 평생학습센터, 참시민행복나눔 등
- 들을 지나는 내에 흐르는 물. 인근의 물이 이어져 도움을 주는 물길
1월 말에 생활개선회 연시총회에서 이 안건을 설명했고, 신둔면생활개선회에서 마중물로 백만원을 협찬하고, 회원 개인으로도 후원에 참여했다. 나는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지역의 단체 회의가 있을 때 찾아가서 지역독서장학프로그램을 설명했다.
우리 신둔지역에서 새로운 운동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아이들을 우리 지역의 어른들이 함께 돌보고 키우자는 운동입니다.
밥이 몸의 양식이라면 책은 마음의 양식입니다. 책 읽는 아이들에게 도서상품권을 지급하는 독서프로젝트 이름은 <엄마의 책밥상>입니다.
주관은 신둔면생활개선회가 하지만 이 운동은 신둔면의 모든 어른들, 즉 기관단체와 사회단체와 마을이 모두 참여하여야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둔초등학교와 도암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면 5천원권 도서상품권을 지급하는데, 이에 필요한 자금을 신둔면의 어른들이 실시일반 모아서 충당하려 합니다.
실시일반이란, 열 사람이 밥 한 술씩 모으면 밥 한 그릇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로, 여러 사람이 작은 정성을 모아 좋은 일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은 밥 한 숟가락인 1만원 단위로, 단체는 밥 한 그릇인 10만원 단위로 참여하면 됩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지역 아이들은 지역의 어른들이 함께 돌보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단체와 개인 후원으로 466만원이 모였다. 지역에 있는 두 초등학교에 가서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학교에서는 먼저 관심있는 학생들이 신청서를 제출하게 했고, 그 아이들이 3월부터 10월까지 독후감을 제출하면 책밥상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하여 도서상품권을 전달했다. 학교 선생님에게 행정적인 업무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내가 매달 학교에 가서 독후감을 받아왔고, 독후감 심사 후에는 도서상품권 봉투에 일일이 아이들 이름을 적어서 명단과 함께 학교에 전달했다.
신청서를 낸 학생들은 67명이었다. 10개월간 제출한 독후감은 306편이었으며, 이중에 270편을 선정하였다. 선정 독후감 중에 수라상은 41편, 진지상은 60편이다. 매달 마지막 주에 책밥상선정위원회에서 아이들의 독후감을 읽었는데, 아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읽을 수 있어 무척 재밌었다. 책밥상선정위원회는 나를 포함하여 5명인데, 생활개선회 회장님과 총무, 평생학습사, 작은도서관 사서다.
<엄마의 책밥상>은 특별 프로그램이다. 2018년의 신둔면 생활개선회가 시범적으로 자체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1년간의 운영을 통해 타당성이 있다면 확장할 수도 있었지만, 그럴 생각을 접었다.
그 까닭은 '풍요'다.
아이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이 너무 많았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학원에서, 단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역에 시립도서관이 있고, 읍면동마다 작은도서관이 있고, 학교에도 도서관이 있다. 책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들에겐 책 권하는 것이 달가운 것이 아니었다.
엄마는 맛있는 생선을 아이에게 권하지만, 아이는 생선을 마다하는 꼴이다. 이미 피자, 치킨, 과자를 많이 먹어 배부른 상태다. 그렇다고 엄마가 음식을 잘못 권한 건 절대 아니다. 생선은 아이에게 꼭 필요한 음식이다. 몇몇 아이들은 생선을 맛있게 받아먹었다. 그것에 만족한다.
시작은 '빈곤'이었다.
내 어릴적에 책이 없어 책을 볼 수 없었던 것, 책 고픔이 책 밥상을 차렸다. 이 밥상을 지금의 아이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자. 그만큼 '풍요'한 세상이 된 것을 기뻐하자고 마음 다졌다. 몇몇의 아이들이 이 밥상을 아주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