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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Jul 04. 2020

우릴 살린 벼와 콩

식량

우리는 벼와 콩 덕에 예부터 지금껏 살아왔다. 

식량은 그 지역의 알짜 먹거리인데, 지역의 기후와 농경문명 등에 따라 주식 작물은 다르다. 지금 인류가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은 옥수수, 밀, 벼, 감자, 콩인데, 이들 작물의 원산지는 인류 문명과 시작을 같이했다. 문명은 식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밀과 보리인 맥류는 메소포타미아문명과 이집트문명이고, 벼는 인더스문명과 황하문명이다. 옥수수는 중미의 아스테카문명과 마야문명이고, 감자는 남미의 잉카문명이다. 


아주 먼 옛날에는 산과 강은 넘기 힘든 울타리였다. 평생 산 너머와 강 건너의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경우가 거의 다다. 그러기에 한반도에서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는 구경조차 못했으며,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는 콩을 볼 수 없었다. 지금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것은 오일장 가듯 가볍게 나설 수 있다. 산 너머 마을은 터널을 지나가고, 강 건너 마을은 다리를 건너가기에 반나절 생활권이다. 그뿐 아니라 비행기를 타면 딴 나라도 한나절이면 다다를 수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농작물도 거리를 거리끼지 않는다. 오늘 내 식탁에 오른 바나나는 먼바다 너머 필리핀에서 자란 건데 배를 타고 며칠 동안 바다를 건너온 것이다. 


지구의 문명은 지역의 작물과 같이 일어났으며, 지역 작물에 기대어 지역 민족은 살아올 수 있었다. 문명이 발달한 지금은 토박이 작물에 기대기보다는 들여온 작물에 더 기댄다. 농부는 돈을 더 버는 작물을 심으며, 도시민은 돈이 덜 드는 식재료를 산다. 이제 우리밀을 심는 농부는 찾아보기 드물다. 수입밀에 떠밀려서 토박이 우리밀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우리가 먹는 밀 중에 우리밀은 백에 하나도 못 된다. 


우리의 농경문화를 살펴보자. 중국 북부의 황허강 유역은 콩농사가, 남부의 장강 유역은 벼농사가 발달했는데, 고대 한반도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북부는 콩농사가, 남부는 벼농사가 이뤄졌다. 이 두 작물은 우리 민족을 먹여 살린 작물이다. 

인류는 농사를 지으면서 문명이 발전하였지만 농사로 인해 땅이 척박해지며 문명도 빛을 바래갔다. 작물은 땅속의 양분을 빨아먹기 때문에 한 작물을 계속 심으면 특정 양분이 부족해지고 영양균형도 깨지며, 작물이 내뿜는 해로운 물질이 쌓여서 흙이 메마르고 황폐해지며 결국 사막이 되어간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었던 중동과 이집트 지역의 토양이 보여주는 상황이다.


우리의 농경문명은 벼농사와 콩농사다. 물을 가둔 논에서 자라는 벼는 물을 통해 양분을 얻고 해로운 물질도 물에 씻겨나가 계속 농사를 지어도 흙이 황폐해지지 않는다. 밭에서 농사를 짓는 콩은 뿌리혹박테리아와 공생을 통해 오히려 흙에 양분을 공급하여 흙을 거름지게 한다. 콩은 척박한 땅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사를 지을수록 흙의 양분이 풍성해지는 화수분 같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다. 탄수화물은 인간이 식량으로 삼는 벼, 밀, 감자, 옥수수 등이고, 지방은 참깨, 들깨 등이다. 단백질은 주로 고기를 통해 얻는데, 밭에서도 얻을 수 있다. 바로 콩이다.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다’라는 말처럼 단백질이 풍부하다. 일반 곡물은 탄수화물을 씨앗에 저장하지만 콩은 단백질을 저장한다. 콩은 박테리아와의 공생을 통해 단백질을 수월하게 얻을 수 있다. 


목축을 하던 서양의 식사는 단백질이 풍부하지만 농경을 하던 우리의 식사는 탄수화물은 풍족해도 단백질이 부족하다. 이 부족한 단백질을 콩이 메꾸었다. 쌀과 콩은 궁합도 잘 맞는다. 우리가 밥으로 먹는 쌀에는 부족하기 쉬운 것이 콩에는 풍부하고, 반대로 콩에 부족한 것이 쌀에는 풍부하다. 아미노산 중에 라이신은 쌀에는 부족한데 콩에는 풍부하고, 메싸이오닌은 콩에는 부족한데 쌀에는 풍부하다. 그래서 우리의 식탁에 쌀과 콩이 있으면 균형 있는 식사가 가능하다. 

야생콩


쌀과 콩은 우리 생명의 밥상이다. 

쌀밥에 딸린 국과 반찬에 콩을 곁들인 것은 건강한 삶을 위한 지혜이다. 우리는 예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콩을 밥상에 올렸다. 된장국, 간장, 두부, 콩나물 등등. 콩은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공급하는 귀한 작물이다. 쌀밥과 된장이 있었기에 우리 민족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쌀의 덕이 크지만 콩의 덕도 크다. 


예부터 쌀은 당연히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콩은 쌀만큼은 대접받지 못한다. 쌀은 우리의 주식인 식량으로서 국가가 관리를 하기에 쌀 생산량은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하지만 콩은 시장경제에 맡긴 탓에 우리가 먹는 콩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들여온 것이다. 콩의 자급률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세계 콩 생산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그다음은 브라질이다. 북미와 남미에서 대부분의 콩을 생산하고 있다. 콩의 원산지가 아메리카일까? 콩의 원산지는 우리나라다. 한국과 중국이 콩의 원산지다. 콩은 우리 조상을 살렸지만 우리는 콩의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콩의 열에 아홉은 남의 나라에서 재배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콩의 원산지라는 말이 무색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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