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북적거리는 버스를 타면 시루 안의 콩나물 같다는 느낌이 든다. 큼직한 머리만 내밀고 숨을 할딱거리는 모양이라니!
시시때때로 주는 물을 쪽쪽 마시며 부드러운 재에 무리 없이 뿌리를 뻗치며 자라는 콩나물. 타들어가는 가뭄도 모르고, 이글거리는 뙤약볕도 모르고, 지랄하는 회오리바람도 모르고, 억수처럼 쏟아지는 폭우도 모른 채 작은 옹달시루 안에서 무탈하게 자란다.
하지만 콩나물은 줄기가 없다. 줄기가 없으니 잎도 없다. 잎만 없는 게 아니라 꽃도 없다. 꽃이 없으니 당연히 열매도 없다. 머리는 두 개로 갈라져 갈팡질팡하고, 원뿌리는 통통한데 정작 잔뿌리는 비실비실하다.
흙에 자리한 콩은 딱딱한 땅거죽을 비집으며 머리를 내밀고, 떡잎은 싹을 내어 줄기 되고, 줄기의 잎눈은 잎을 내고, 꽃눈은 꽃을 피워 열매 맺는다. 뿌리는 물 찾아 양분 찾아 땅속을 이 잡듯이 설쳐대며 잔뿌리를 멀리멀리 뻗쳐서 제 몸을 키운다.
나는 어떤 모양일까?
제 머리조차 이기지 못해 고개 숙인 시루 안의 콩나물인가, 흙에 뿌리내려 올곧게 자라는 밭의 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