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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Jul 04. 2020

국민체조 시~작!

건강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귀찮고 싫었던 게 국민체조였다.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국민체조를 마지못해 따라 했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우리들이 알아서 뛰놀면서 자연스레 운동이 될 것 같은데 꼭 한 자리에 모아놓고 정해진 동작을 따라 하라 했다.


학교를 졸업하며 국민체조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런데 직장에 출근하니 아침마다 또 이 국민체조를 하면서 업무를 시작했다. 여우 피하니 호랑이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따라 했다. 그 시간에 더 늦게 출근하거나 차 한 잔 마시며 얘기하고 싶었다. 아침마다 마지못해 국민체조를 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누군가 안 걸까? 

날 배려해서인지 언제부턴가 아침체조를 띄엄띄엄하더니 지금은 아예 안 한다. 요즘의 직장 분위기가 이끌어낸 결과다. 아무리 좋은 것도 강제로 하는 것들은 차츰 직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회의도 그렇고 회식도 그렇고 아침체조도 그렇다. 


내가 속 시원할까? 

글쎄! 늘 곁에 있던, 그다지 친하지 않던 친구가 막상 전학을 갔을 때 드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랄까? 허전하다. 아침에 억지로나마 국민체조를 하며 몸을 가볍게 풀고 시작했던 하루가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은 나 혼자 가끔 국민체조를 한다. 집 거실에서 유튜브로 국민체조를 켜고 화면을 보면서 국민체조를 따라 한다.


물류회사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는 지인이 자신은 아침에 트럭에서 내려 국민체조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서 체조를 한다는 거다. 종일 운전석에만 앉아있어 운동할 겨를이 없기에 아침에 국민체조를 하며 몸을 푼다는 거다. 처음엔 혼자서 했는데 나중엔 다른 트럭의 동료들도 자기를 따라서 하고 있다는 거다. 학생 시절의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다.

나도 자발적으로 방에서 국민체조를 한다. 이게 뭔 상황인가. 자리를 깔아줄 땐 앉기를 마다하더니 자리를 치우니 앉는 꼴이다. 오기인가, 옹니인가! 시킬 땐 투덜대던 내가 지금은 스스로 국민체조를 하고 있다. 


어깨가 늘 묵직하다. 간혹 머리도 지끈하다. 종아리는 때때로 댕긴다. 허벅지는 둔하다. 배는 늘 불러있다. 별도로 하는 운동이 없는 내 상태다. 난 운동에 무관심하다. 남들 다 좋아하는 축구, 야구도 내게는 딴 나라 얘기다. 그러다가 트럭 운전사인 지인이 국민체조를 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얘길 듣고 나도 해봤다. 해보니 몸이 한결 가볍다. 새삼 국민체조가 참 좋은 운동임을 알게 되었다. 별다른 도구도 없이 언제나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온몸 운동이다. 그동안 국민체조를 꺼려하고 흘겨보던 내가 쑥스럽다.


별로 친하지 않았지만 떠나고 보니 참 좋은 친구였다고 여긴 전학 간 친구, 그 친구는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만날 수도 없다. 국민체조가 그런 친구 같다. 그 친구는 만날 수 없지만 국민체조는 언제라도 내가 할 수 있다. 국민체조를 하며 그 친구를 생각한다. 친구랑 같이 체조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국민체조를 한다. 이제라도 진가를 알게 되어 반갑다. 국민체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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