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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Jul 05. 2020

내 비밀은 비밀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누구나 비밀은 있고, 그 비밀을 감추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비밀이 새나갈 수도 있고, 한번 샌 비밀은 논두렁 물꼬 터지듯 메꿀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가둔 물은 틈만 나면 새려하듯 감춘 비밀도 틈만 나면 새려한다.


비밀은 자기만 알고 남이 모르는 것인데, 간혹 그 비밀이라는 비밀스러움이 자기만 모르고 남들이 아는 경우가 있다. 남들이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모르는 게 아니고 모르는 척 했다면, 그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공연한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 비밀이 샜다는 것을 내가 모른다고 샌 것이 아닌 것이 아니다. 달아나던 꿩이 급하면 머리만 풀숲에 박고 숨었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숨은 것이 아닌 것과 같다. 


나에게도 물론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은 사소한 것부터 엄청난 것까지 다양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조개껍데기에 나이금이 늘 듯 비밀은 늘게 마련이다. 그 중에는 더 이상 감출 것도, 감출 수도 없는 비밀도 있다. 그것도 처음에는 비밀이었으나 햇빛 본 사진 필름처럼 더는 감출 필요가 없어진 내용들이다. 비밀은 어둔 사진기 속처럼 빛을 보지 말아야 비밀의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비밀은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자꾸만 밖으로 나가려 한다. 알고 있는 내용을 풀어놓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입단속을 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말할 수 있다. 겨우 내가 참더라도 누가 옆에서 꼬드기면 더 참기 어렵다. 비밀을 지키는 것은 성문을 지키는 파수꾼과 같다. 어떤 이는 믿음직스럽게 비밀을 잘 지키지만, 어떤 이는 꼼꼼치 못한 매듭처럼 술술 풀린다. 


난 비밀을 잘 지킨다. 

내가 가진 비밀은 내가 만든 것도 있고, 남이 만든 것도 있다. 남이 내게 비밀을 얘기하면, 그 순간부터 그 비밀은 내 비밀이 되어버린다. 어찌하여 그 비밀이 샜다면 나도 용의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이 자기의 비밀을 내게 주는 것은 달가운 것이 아니다. 내게 비밀을 말했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신뢰하는 것이니 뿌듯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지키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 늘어난 것이다. 그가 내게 비밀을 말한 것은 나를 믿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비밀을 혼자 감당하기에 버거워서 내게 떠넘기는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난 내가 떠안은 뻐꾸기알 같은 비밀도 내 비밀처럼 잘 돌본다. 


이 글은 비밀에 대한 글이다. 이 글을 읽는이는 이 글을 통해 내 비밀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미안하게도 꿈 깨시라 전한다. 내 비밀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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