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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Jul 09. 2020

어제 아까시꽃이 오늘 푸른 숲 되다

믿음

아까시나무에 꽃이 피었다. 소박하고 탐스런 흰 꽃이 눈에 가득 찼다. 꽃향기는 벌뿐만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도 코를 들이밀게 이끌었다. 꽃자루에 달린 꽃송이가 수북하다. 꿀벌이 문지방 달 듯 꽃을 드나든다. 꽃은 인심 좋은 아낙처럼 벌에게 꿀을 내어줬다. 꽃이 지고 잎도 졌다. 여름내 빛을 모아 양분을 졸인 나뭇잎이 나무를 떠나려 한다. 나무줄기에 달린 잎자루가 마주 잡은 손을 놓았다. 나무도 더 이상 붙잡지 않고 손을 뗐다. 떨켜는 둘을 갈라놓았다. 낙엽이 졌다. 


꿀벌은 아까시꿀을 부지런히 모았다. 방마다 가득가득 채웠다. 아까시나무가 곁에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아까시꿀은 향긋한 향과 달콤한 맛이 이를 데 없이 좋다. 봄, 여름, 가을 지나고 겨울이 오니 꽃이 없다. 꽃이 없으니 모을 꿀이 없다. 날이 추워진다. 겨울이다. 밖에 나가지 못한 벌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의 체온으로 겨울을 났다. 겨울 지나면 봄이 오고, 다시 꽃이 피면 꿀도 얻을 수 있다. 


아들이 입대했다. 아직 품 안 자식 같기만 한데 어느덧 자신보다 더 커버린 어른이 되어 군인이 되려 했다. 아쉽지만 보냈다. 군대 간 아들은 두 해 지나기 전에 돌아올 것이다. 아들을 보내고 양봉장으로 갔다. 벌들이 부지런하다. 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벌들이 모아 온 꿀을 팔아 아들을 공부시켰다. 아들은 벌들이 같이 키운 것이다.


제대한 아들은 취직을 했다. 그의 일자리는 나라의 경제의 한 축이다. 그가 일함으로 개인이 돈을 벌어 집안 살림도 하지만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나라 살림도 하는 것이다. 나라는 숲을 가꿨다. 반백 년 전만 해도 나라의 산은 붉었다. 나무가 없어 민둥산이었다. 그 산에 아까시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아까시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랐다. 아까시나무가 자라면서 땅을 거름지게 했다. 다른 푸나무들도 자라기 시작했다. 산은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나라가 발전하니 숲을 돌보았다. 숲은 맑은 공기와 자연으로 사람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했다. 



아까시나무는 나뭇잎을 떠나보냈다. 꿀벌은 추운 겨울을 덜덜 떨면서도 버텨냈다. 부모는 아들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군대에 보냈다. 아들은 취직하여 일을 했다. 어제 심은 나무는 오늘 숲을 이뤘다.


아까시가 나뭇잎을 떼어내고, 꿀벌이 겨울을 버티고, 아들을 군대에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기다리면 새날이 오리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아까시나무는 다시 잎이 났고, 꿀벌은 다시 봄을 맞아 꿀을 얻었고, 군대 간 아들은 제대하여 일을 하였고, 나무를 심은 산은 푸른 산이 되었다.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믿음은 기다림이다. 어제 아까시꽃이 오늘 푸른 숲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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