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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Jul 10. 2020

또르르르 또르르르

북방산개구리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르르르.

이슥한 밤에 밖에서 들리는 소리다. 새소린 듯 아닌 듯 뭔 소린지 모르겠다. 창문을 열어보니 더욱 또렷하다.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르르르. 


이 밤에 웬 새소리? 내 2층 방에서 창문을 열면 나무초리가 손에 잡힌다. 3층 높이까지 높게 자란 뽕나무다. 이 나무에 머문 새일까? 새는 보이지 않는다. 새라 하더라도, 올빼미가 아니라면 잠잘 시간이다.

소리의 방향을 찾으니 아래쪽 웅덩이다. 우리집 마당과 열 발짝 너머의 밭을 돋우는 바람에 꺼진 자리가 자연스레 웅덩이가 되었다. 주변이 옹성처럼 에두르니 비가 오면 빗물이 모여 못이 된다. 그나마 한 편이 트여 개골창이 되어 물이 빠지지만, 오랜 가뭄이 아닌 이상 늘 흥건하다. 그러기에 밑바닥엔 물풀이 엉켜있고 못가에는 부들이 촘촘하다. 철 따라 물오리 부부가 노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웅덩이 주변의 둔덕 따라 다 큰 뽕나무 두어 개와 더 클 뽕나무 서너 개가 자리한다. 뽕나무에 오디가 익을 때면 각종 멧새 무리가 모여들어 시끌벅적했다. 검은 오디도 따먹고 끼리끼리 장난도 치며 한바탕 놀다 갔다. 하지만 지금은 오디도 열리지 않았고, 깜깜한 밤이고, 아직 날도 풀리지 않은 경칩 무렵이다. 


또르르르 소리는 분명 웅덩이에서 들린다. 어두운 밤에 움푹 파인 웅덩이는 더 깜깜했다. 그 속에서 소리가 올라온다. 가마솥의 팥죽이 보글보글 끓어 거품 터지듯, 그 소리들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웅덩이 속에서 누가 울까? 물새일까, 가물치일까, 개구리일까? 개구리는 아니다. 개구리는 개굴개굴 운다. 그런데 개구리 소리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알아보니 개구리다. 북방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는 산과 계곡의 낙엽 밑에 살며 주로 북방계에 서식한다. 남부 평야지대에서 살았던 나는, 아는 개구리라곤 청개구리와 참개구리뿐이다. 논에서 사는 참개구리는 개굴개굴 운다. 내가 아는 개구리울음소리는 개굴개굴이다.


겹겹산 자락의 양평 시골마을로 이사 와서 반 백 년 만에 처음 들어보는 북방산개구리 노랫소리. 설레고 신비하다. 경쾌하고 흥겹다. 반갑고 기쁘다. 모내기철에 잠을 설칠 정도로 시끄럽게 굴던 악머구리와는 완전 다른 북방산개구리 노랫소리. 편안한 밤잠을 이끄는 자장자장 자장가다.


손톱달 밤하늘에 오리온자리 총총한 3월 초 경칩 무렵. 옹알이하듯 노래하는 북방산개구리 소리를 듣는 나는, 어린아이 바라보는 엄마아빠 마음처럼 흐뭇하다. 그 소리는 감성 어린 소리로 마음을 편안케 하는 나만의 ASMR이다. 하루 종일 근무하며, 이슬비에 옷 젖듯 송골송골 맺혔을 피로. 아귀 풀린 자루에서 구슬 쏟아지듯 피로가 때굴때굴 빠져나간다.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르르르......




북방산개구리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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