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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Jul 11. 2020

사람들이 나와 밥 먹는 걸 안 꺼리면 좋겠다

습관

습관은 버릇이다. 

버릇은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저절로 익혀진 무의식적인 행동 양식이다.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하는 말투, 몸짓, 행동이 버릇이다. 이 버릇을 잘 들여야 한다. 잘못 들인 버릇은 두고두고 속 썩이는 골칫거리다. 한번 들인 버릇은 갯바위의 따개비처럼 떼어내기 버겁다. 세 살 버릇 여든 가듯, 버릇은 그 사람의 그림자다. 


습관은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무의식은 감각을 늘어지게 한다. 예민하지 못하고 둔해진다. 가던 길로 가고, 앉던 자리에 앉으며, 쓰던 물건을 산다. 대개 습관은 나쁜 쪽으로 들이기 쉽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듯 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무의식은 긴장보다는 이완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습관적인 행동은 대개 반듯한 모양보다는 흐트러진 모양으로 나타난다. 차렷이 의식이라면 쉬어는 무의식이다. 습관은 쉬어 자세다. 그러므로 좋은 습관은 의식적으로 작정하고 들여야 하지만 나쁜 습관은 몸 가는 대로 맡기면 된다. 냇물에 떠내려가는 떡갈잎처럼. 


습관을 고치려면 작정해야 한다. 

이것은 자동차가 오르막을 오르려고 액셀을 밟는 것과 같다. 엑셀을 떼면 자동차는 뒤로 밀린다. 그대로 두면 도루묵이다. 새해에 얼마나 많은 끽연가들이 금연을 다짐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도루묵이 된다. 입술은 담배를 끊으려 하는데 손이 따라주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게 손이 담배를 꺼내어 만지작거린다. 습관이다. 그렇다고 그 손을 자를 수도 없는 노릇. 참 난감하다. 이렇게 습관은 고치기가 만만찮다. 


습관을 고치려면 알아야 한다. 

내 습관이 어떤 습관인지, 또 그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자신은 잘 모른다. 내 등에 내 손이 닿지 않듯, 내 습관도 내 눈에 뵈지 않는다. 효자손을 빌리듯 남의 눈을 빌려 나를 비춰봐야 한다. 내 걸음걸이를 나는 볼 수 없지만 같이 걷는 동무는 볼 수 있다. 동무에게 물어야 한다. 듣기 싫은 소리겠지만 물어야 알고, 알아야 고친다. 남을 통해서 내 습관을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스스로 깨달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 동료들과 같이 식사를 하는데 옆의 동료가 말했다. 나더러 시끄럽다는 것이다. 뭔 소린가 했다. 난 말없이 밥만 먹고 있는데 나더러 시끄럽다니! 그가 말하길 그만 좀 쩝쩝대라는 거다. 나의 맛있게 밥 먹는 소리가 그에게는 엄청 크게 들리고 거슬린 모양이다. 나는 이 말을 듣기 전까진 내가 소리 내며 밥 먹는 줄 전혀 몰랐다. 내가 밥을 참 맛있게 먹는다는 소리는 가끔 들었지만 칭찬이라 생각했다.

그 동료뿐만 아니라 그 후 몇 번 이런 지적을 받자 나를 살펴보게 되었다. 나는 쩝쩝대며 식사했다. 그 소리는 내게 들리지 않거나 작게 들렸지만 옆 사람이 듣기엔 꽤 컸나 보다. 내 거실의 층간소음이 아래층 사람에겐 천둥소리로 들리듯. 


나는 의식했다. 소리 내며 먹던 습관을 줄이려고 신경을 쓴다. 쩝쩝 소리는 입안 음식을 정리하는 혀가 입천장을 부딪치는 소리다. 입을 벌리고 식사를 하니 그 소리가 새 나간 거다. 음식을 먹을 때 입술을 다물고 오물오물 씹었다. 확실히 소리가 적었다. 가급적 남과 식사를 할 때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습관을 바꾸려는 애씀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입을 안 다물고 먹을 때도 있다. 그래도 그 습관이 나쁘다는 걸 알기에 고치려고 노력하니 사람들이 나와 밥 먹는 걸 안 꺼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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