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이불 17화

한 사람

당신 탓이지만 우리도

by 시골뜨기

우리 다락방 순장님이 전한 얘기다. 순장님은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여주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데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버스를 잡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버스회사에서는 임시버스를 동원하여 승객을 태웠는데, 버스표에 적힌 시간과 좌석에 상관없이 버스표를 끊은 승객들을 태웠다. 순장님은 막차버스표를 산 상태에서 임시버스를 탔다.

버스기사가 45명의 승객을 태운 후 출발을 하려는데 나이 지긋한 노인이 버스를 가로막으며 자기는 꼭 이 버스를 타야만 한다며 버텼다. 순장님은 기사에게 한 사람이니 입석으로라도 태우고 출발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는데 버스 기사는 규정상 입석 손님을 태우고는 고속도로를 운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기사는 차 앞을 막무가내로 가로막은 노인을 어찌하지 못해 출발을 못했고, 터미널 관계자들이 나서서 노인에게 다음 버스를 타시라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노인이 말하길, 자기는 버스표를 끊고 2시간이나 기다렸으며 이 버스를 타지 못하면 여주터미널에 도착하여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놓친다는 거다. 버스에 이미 자리를 잡은 45명은 이 한 사람 때문에 10분을 사로잡혔다. 각 사람의 시간을 합하면 450분의 시간이 한 사람에게 사로잡힌 것이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한 사람 때문에 버스가 출발하지 못하자 노인에게 곱잖은 시선을 던졌지만 그 노인은 버스를 볼모로 잡고 버티고만 있었다. 한 사람의 편의 때문에 45명의 사람들이 불편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노인은 자신 한 사람의 입장을 주장하며 다른 여러 사람들의 입장은 무시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억지로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순장님은 다시 기사에게 제안했다. 자신이 버스 출입문 계단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서 갈 테니 저 노인을 태우고 출발하자고. 기사는 자리가 불편할 텐데 괜찮겠냐고 물었고 순장님은 난 괜찮으니 어서 저 노인을 태우고 출발하자고 했다. 그리하여 버스는 출발할 수 있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순장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억지를 부리던 노인은 버스에 오르며 순장님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계단 자리에 안은 순장님은 몸은 불편했지만 맘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 사람 때문에 버스는 출발하지 못했다. 그 한 사람은 버스를 가로막은 노인이다. 하지만 버스를 가로막은 그 한 사람은 버스 안의 사람들이기도 하다. 버스 안의 45명 중에 한 사람이 자리를 내어주면 노인을 비롯하여 46명의 사람들이 목적지로 출발할 수 있었다.

이미 자리를 잡은 버스 안의 45명이 자리를 잡지 못한 버스 밖의 1명의 노인을 탓하기만 한다면 46명의 사람들도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버스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한 사람은 46명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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