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남편
또 그저 그런 저녁을 마지못해 시켜먹고
빈 그릇을 주섬주섬 챙겨 현관 앞으로 내려놓았다.
‘여기 김치찌개 둘하고 된장찌개 셋이요.’
전화선 너머의 식당 아줌마 목소리와
음식을 배달하는 총각의 얼굴이 가족처럼 친근하다.
불 켜진 사무실 창을 뒤로하고 주차장에 섰다.
산자락 위에 나무가 있고 하늘 아래 구름이 있다.
구름의 한 구석이 환하더니 이윽고 드러나는 반쪽 달
어둠에 가려진 어둔 내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아, 얼마만인가? 이렇게 차분히 밤하늘을 보던 때가.
달거리에 시달리던 아내는 일하다가 집에 가서 쉬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혼자서 집 앞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고 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퉁명스런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다시 하늘을 보니 희미한 별이 가물거린다.
내가 밤낮도 모른 채 일하노라면 아내는 망부석처럼 나를 기다리며 밤을 보낸다.
그러다가 잠든 아내가 깰까 봐 퇴근한 나는 내 집을 밤손님처럼 슬그머니 들어간다.
그리고 고양이처럼 침대에 웅크리며 누우면 자귀나무 잎처럼 내 품에 파고드는 아내
잠든 아내는 꿈속에서도 잠들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직장에 들어온 지 한 달 후에 결혼했다.
신입이자 신혼시절인 그때, 야근을 밥먹듯이 했다.
아내는 늘 혼자서 저녁을 먹었다.
안쓰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