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늘보처럼 굼뜬 아침이 엉금엉금 기어오면
낮은 날쌘 재비처럼 부리나케 지나고
밤조차 이러구러 얼렁뚱땅 보내면
하루는 손가락 사이로 가뭇없이 사라진다.
오늘이란 만나와 마찬가지로 하루 어치
내키는 대로 더 가질 수도 없고
다음날까지 갈무리할 수도 없다.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는 말은
오늘 그저 제 깜냥을 다하라는 말인 것을
만나(manna) :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가나안 땅으로 가던 도중, 여호와가 하늘에서 날마다 내려 주었다고 하는 기적의 음식인데, 하루 지나면 녹아서 먹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