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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싸 Jul 16. 2020

꿈이 있는가? 


…라고 간혹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나에게 꿈이 있을까? 나의 꿈은 뭘까? 


얼마전에 아내와 이야기를 하면서 어쩌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나중에 아이들에게 엄마아빠가 자기들 키우느라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매달렸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살자. 우리가 제대로 꿈을 꾸고 이루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 이상의 교육이 또 있겠나, 부모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스스로의 삶도 소중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우리가 그렇게 살자.’ 

이상적이고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는 최대한 노력하자고 다짐했고, 서로의 노력을 지지하고 돕기로 약속했다.  


꿈은 ‘노후’와도 뗄레야 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우리의 직장생활은 언젠가 끝을 맞이한다.

시기와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 그건 불판 위에 놓인 삼결살이 익는 것처럼 언젠가 맞이할 당연한 운명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직장 생활 이후의 노후를 생각해야하고, 그때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야한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꿈’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한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은퇴후의 삶은 다양한 모습이 있다. 

퇴직금과 빚을 보태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부동산을 장만하여 세를 받으며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기술로 새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그게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한정된 일터를 찾아 고단한 삶을 이어간다. 


아마 모두가 바라는 삶은 그런게 아닐까. 자식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평안한 노후를 이루어가는 삶. 하지만 그런 노후를 이루어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디자이너는 그런 고민에서 그나마 ‘혼자 오래 일을 할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것’과 ‘그 일을 통해 먹고 살 수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매년 셀 수도 없는 많은 수의 청년들이 신기술과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채 디자이너의 꿈을 꾸며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이제는 AI까지 디자인을 하네 마네 하는 마당이니, 노쇠한 디자이너들이 ‘감성’, ’연륜’, ’경험’ 따위의 추상적인 간판만 들고 현업 디자이너로서 살아가기는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디자이너 동료들끼리는 ‘빨리 이자식이 잘돼서 나중에 나한테 일 좀 줬으면…’하면서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기도 하는데, 문제는 모두가 서로에게 그러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소를 키워야 요리를 하는데, 모두가 요리만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랄까…(얘들아. 나를 위해서 소 좀 키워라.) 

은퇴한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지만, 과연 그런 일들을 하며 먹고 살 수 있을까? 즐겁고, 보람있게 살 수 있을까?


사실 마흔이 넘은 나이 임에도 나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다. 은퇴 후 남은 인생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내가 무슨 일을 즐겁게 하며 욕심없이 자족하며 살 수 있을지. 항상 하는 고민이지만, 현실의 삶을 살아내다 보면 그런 고민이 때로는 사치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한 살이라도 젊고, 잠들기 전 한시간이라도 더 버틸 수 있을때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사실 다짐한다). 남은 내 인생에서 가장 젊고 건강한 오늘부터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제 나도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준비해보고 싶다. 답은 안나오는 고민이지만, 이렇게 고민하고 꿈을 꿀 때 내가 아직은 살아있음을 느낀다. 지금 이 글을 보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누군가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함께 격려하고 응원하고 싶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젊은 오늘부터 

우리의 노후를 위한 고민과 준비를 시작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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