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10분 글쓰기'가 요 며칠 좀 무거워졌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백수의 삶이라는 게 점점 갈수록 무거워지기만 하니까. 이제는 봄도 되었으니,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하는 티 안나는 나름의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우울하지만 스스로에게 자꾸 다짐한다. 힘내보자. 할 수 있다.
딸아이를 걸어서 데려다주게 된 덕분에 3-40분 정도 아침산책을 하고 있다. 가는 동안에는 딸아이와 수다를 떨며, 걸어가기 힘들다는 투정을 받아주다 보면 금방 시간이 지나고, 돌아오는 길은 조금이라도 땀을 낼 겸 힘차게 걷다 보면 더 빠르게 시간이 지난다. 아침공기는 아직 쌀쌀했지만 투명했고, 오늘의 하늘은 눈부시게 파랬다. 그리고 눈높이 여기저기에 보이던 봄눈들. 이제 곧 따뜻한 봄이 되고 저 나무들마다 푸른 잎이 돋아날 것이다. 그리고 언제 추운 겨울이 있었냐는 듯 금방 따뜻해지고 다시 금방 더워지겠지. 자연은 살짝 더딜 때도 있고 살짝 성급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 있어야 할 그 자리를 찾아서 돌아온다.
내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일지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세상에 왔고,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인지, 무엇을 가장 잘하는 사람인지. 실직이 두려운 건, 이 일이 내 일이라고 믿었던 사실에 대해서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길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맞이하게 되는 나의 무쓸모에 대한 벽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피어나는 봄눈처럼 나의 삶도 어떤 형태로든 다시 피어날 것을 믿는다. 그리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결국 찾게 될 것을 믿는다.
아 또 무거워졌네. 결론이 이상하지만, 어쨌든 10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