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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귀리싹

by 보싸

고양이는 식물을 먹는다.

다행히도 아무 식물이나 막 잡아먹지는 않고, 귀리싹이나 강아지 풀의 잎 등 연한 풀을 좋아한다.

고양이는 털을 핥아 몸을 단장하면서 필수적으로 털을 먹게 되는데, 풀을 먹으면 먹은 털들을 함께 토해서 몸 밖으로 배출해 주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평소에 식물도 좋아해서 이런저런 식물들을 키우던 나(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꽃집하는 친구와 '꽃집남자'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기도 했다)는 우리 고양이를 위한 식물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은 화분 두 개로 번갈아가며 귀리싹을 키워서 고양이에게 주고 있다. 이때 어느 정도 싹을 키워서 주지 않으면 새싹이 올라오자마자 덤벼들어 아작을 내기 때문에 싹이 어느 정도 자란 후에 준다. 오늘이 그날이었다.

햇볕을 쬐며 나른하게 누워있던 고양이 녀석은 초록빛 귀리싹이 가득한 화분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채 1분도 안되어 싹들을 물어뜯어 아작을 내버렸다. 이제 며칠 동안 녀석은 저 싹을 뜯어먹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이미 아작 난 다른 화분의 죽은 싹들을 걷어내고 새로운 귀리 씨앗을 심을 것이다.


햇살, 고양이, 새싹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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