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어제 말했듯이 나는 여러 종류의 식물을 키우고 있다. 미니멀리스트인 아내에게는 정말 힘든 일이지만, 빈 공간을 보면 자연스럽게 음, 저기에 초록색 식물이 있으면 어울리겠군. 하면서 그 공간과 어울릴법한 식물을 머릿속으로 찾아보곤 한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우리 집에는 몇 가지의 식물들이 있는데, 그중에 오늘은 '문샤인'이라는 식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문샤인은 산세베리아 종류의 식물이다. 처음에 새잎이 올라오면 완전 초록빛이 아니라 차분한 회색빛 녹색을 띠는데, 은은한 은빛으로 보이기도 한다. 신비롭다. 나는 이 문샤인을 6년 전쯤 데려와서 회사 책상 위에서 키웠었다. 하지만, 햇빛도 안 드는 열악한 환경에서 볼품없이 위로 길쭉하게만 자랐었다. 그러다가 몇 해 전 집으로 데려와서 분갈이도 해주고 햇빛을 충분히 쬐어주면서 키우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새 잎을 뽑아내며 아주 건강하게 쑥쑥 자라났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자구'라는 것이 주변으로 쑥쑥 자라나기 시작했다.
문샤인의 자구는 모체의 뿌리로부터 성장해서 자신의 생명을 확장한다. 찾아보면, 본체가 영양이 부족할 때 이주를 위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기도 하고, 번식을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기도 한다. 직접 본인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니 뭐가 맞는지는 잘은 모르지만,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자구가 생길 때 벌어지는 신기한 현상이 있다. 자구가 자라기 시작하면 문샤인의 본체는 더 이상 새 잎을 뽑아내지 않고 성장을 멈춘다는 것이다.
나는 문샤인과 자구를 보며 내 아내, 그리고 모든 어머니들을 생각했다. 내 아내를 비롯한 모든 어머니들은 분명히 자구가 생기기 전의 문샤인처럼 스스로에게 에너지를 쏟으며 빛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샤인에게 자구가 생긴 것처럼, 아이가 생기면 자신의 성장을 멈추고 어머니의 역할에 충실한다. 옆에서 아무리 남편이 잘 돕는다고 해도, 엄마들이 겪는 힘듦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또 신기한 것은, 자구가 어느 정도 자라 뿌리에서 잘라 독립을 시키면 문샤인의 본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성장을 시작한다. 다시 은은하게 빛나는 새 잎을 뽑아낸다. 우리의 어머니들도 그럴 것이다.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 자구처럼 독립을 하게 되면 다시 빛나고 아름다운 새로운 날들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어머니들의 옆에는 이 자구들처럼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을 기억하는 아이들이 어머니를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어머니들, 그리고 아버지들. 그날을 기다리며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