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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보통 Oct 03. 2022

단순해서 더 좋아, 우엉조림과 우엉 김밥

언제부터 김밥에 우엉이 들어간 걸까요?

분명 제 어릴 적만 해도 김밥에 우엉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단무지 옆에 세트로 붙어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우엉 들어간 김밥이 전혀 생소하지 않을 만큼 친숙한 식재료가 됐으니까요.

흙내음과 쓴 맛을 없애 맛깔나게 조려낸 우엉은 식감이며, 맛이며, 마트에서 사다 쓰는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맛있어요. 뿐인가요? 건강에 좋기로 소문난 뿌리채소 중에서도 가장 섬유질이 풍부하다는 우엉은 신장기능 강화뿐만 아니라 비만과 변비를 예방하는데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땅의 건강한 에너지를 가득 머금고 있는 우엉이야말로 피곤한 아침을 깨우기에  좋은 식재료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엉조림을 아침으로 먹으려면 손질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에, 저는 주로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활용해 미리 만들어두는 편이에요. 만들어서 반찬으로 먹고, 김밥이나 주먹밥으로도 먹을 수 있는 쓰임새 좋은 음식이라지요. 주말 반찬으로 넉넉하게 만들어두면 돌아오는 주중 아침 두 끼 정도는 간단하게 차려낼 수 있습니다.

미나리 무침 주먹밥, 우엉 주먹밥, 멸치 볶음 주먹밥 까지. 주먹밥 3종세트로 차려낸 어느 아침 식탁.

껍질을 벗기고 채를 썰어 손질 마친 우엉은 식초물에 담가 준비하는 게 좋아요. 식초물의 산성이 우엉의 산화를 막아 갈변을 막아주기 때문이지요. 동시에 우엉에 있는 타닌 성분이 빠져나와 맛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고요.

나무 막대기 같은 우엉의 근사한 변신이 기다려지는 시간.

손질을 끝낸 우엉은 식초물에 담긴 그대로 냄비에 부어 한소끔 끓여 내요. 물이 끓어오르면 3분 정도 팔팔 끓 후 물을 따라내 찬물에 한번 헹궈냅니다. 그런 다음 다시 깨끗한 새 물을 받아 양념장과 함께 졸여내면 되는 어렵지 않은 요리예요. 껍질을 벗기고 채 써는 시간이 수고스러워 그렇지, 마저도 채 칼 같은 장비의 도움을 받는다면 별 일이 아니게 되지요.

우엉조림을 만드는 날에꼭 김밥을 말아먹습니다. 사실 김밥을 만들기 위해 우엉을 조리는 날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어요. 참기름, 소금, 깨를 넣어 양념한 밥을 김밥김에 넓게 깔아주고 우엉조림을 넣어 말아주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음식이기 때문에, 아침 메뉴로 우엉 김밥을 준비하는 날은 요가 매트 위에 머무는 동안에도 마음 한결 여유가 넘칩니다.

어쩌다 우엉 김밥을 조금 더 든든하게 즐기고 싶은 날에는 달걀지단을 부쳐서 같이 말아먹기도 하고요.

소고기 달걀 김밥과 우엉 달걀 김밥으로 차려낸 아침 테이블. 이 날은 맑은 미역국을 곁들였어요.

이건 개인적인 취향인데, 담백한 우엉 김밥 위에 낙지 젓갈이나 오징어 젓갈을 살짝 얹어 먹으면 조합이 아주 그럴싸합니다물론 김밥에는 김치 하나만 있어도 완벽하지만요. 

우영우 김밥 아니 우엉 김밥을 드시는 동안, 건강한 땅의 에너지가 몸속 가득 차오른다고 상상해 보세요. 상상 만으로도 그 어느 때보다 더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우엉 김밥 먹는 날에는 미역국과 젓갈을 자주 곁들이고는 합니다.


우엉조림

우엉, 양조간장 혹은 맛간장, 비정제 설탕, 올리고당, 맛술, 참기름, 깨
1. 우엉은 껍질을 벗겨 가늘게 채를 썰고 식초물에 담가 둔다.
2. 냄비에 손질 마친 우엉을 식초물과 함께 담고, 끓기 시작하면 센 불에서 3분간 끓여 데쳐낸다.
3. 끓인 우엉은 찬물에 헹궈 낸 다음 우엉이 잠길 정도로만 다시 자박하게 물을 넣는다.
4. 설탕, 올리고당, 간장, 맛술을 넣어 조린다.
5. 양념장이 자박하게 졸아들면 불을 끄고 참기름과 깨를 뿌려 완성한다.

우엉 김밥

밥, 소금, 깨, 참기름, 김밥김, 우엉조림
1. 밥을 한 김 식힌 후 소금, 깨, 참기름을 넣어 뭉치지 않게 살살 버무린다.
2. 김발에 김밥용 김을 얹고 밥을 펴서 깔아 준 다음 우엉조림을 얹어 말아낸다.
3. 완성된 김밥 위에 참기름을 발라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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