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던져주는 나의 메시지
요즘 어깨가 결리고 두통이 오는 날들이 잦아졌다. 집에만 박혀있고 거의 삼일에 한번 얼추 외출을 하는 나에게 그나마 손쉽게 다가오는 엔터테인먼트는 뭐니 뭐니 해도 핸드폰과 유튜브다. 플레이스테이션도 사고 책도 몇 권 새로 구매했지만 어찌 나의 뇌와 눈은 핸드폰으로만 초점이 맞춰지는지,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건 착각이길 바란다. 일찍 잠들어보겠다고 열 시에 누워도 새벽 한두 시까지 핸드폰을 붙잡고 이런저런 동영상이나 가벼운 소설을 읽다 보면 말짱 도루묵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서 제일 안 좋은 자세로 제일 無腦한 일을 하니 근육은 뭉쳐버리고 몇 주에 한 번씩은 두통약을 찾을 수밖에 없는 습관을 만들어버린 것 같다.
유튜브를 통해서 많은 영상을 접하지만 - 먹방도 보고, 랜선 집사도 해보고, 지나간 드라마 압축 편도 보고, 예능 프로그램 다시 되돌려보기도 하고 - 가끔씩 불쑥 찾아오는 나의 소소한 취미는 광고 구경하기다. 온라인상 활동이 점점 더 활발해지는 요즘 새로운 영상들도 많이 나오지만 역시 개인적으로는 임팩트 있었던 광고를 다시 되돌아보며 그때 당시의 촌스러운 영상 분위기를 되새기거나 그때 느꼈던 감정을 되뇌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나도 저런 광고나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소한 꿈을 꾸면서 꽤 오래 나의 기억창고 한 구석에 저장해둔 몇 개의 광고 영상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이렇게 하면 다시 보기 쉽기 때문인 건 안 비밀).
그전까지는 무심하게 어쩌면 무시하면서 봤던 광고들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2016년 한 영상을 계기로 뒤집어졌다. 바로 애플사의 Mother's Day. 그전까지는 많은 광고들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거나 캐릭터를 하나 생성하여 기업 문화 또는 제품 장점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특히나 더 많이 연예인을 내세운다고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이 영상은 일반인들이 주체이다. Because You Are Who You Are라는 곡을 나에게 선물해주기도 했지만 나에겐 엄마라는 애틋한 단골 소재를 30초의 시간 안에 남겨줬다. 어머니의 모습을 일반 아이폰 유저들이 공유하고 광고로 엮음으로써 마음 따뜻하게 함께 축하하는 느낌이 들지 않나? 애플은 항상 광고를 임팩트 있게 만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유저들로부터 사진을 모집하고 광고로 활용을 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접근방식이 색다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위대하다. 광고가 그걸 얘기해줬다.
개인적으로 애플사의 광고를 전반적으로 좋아하는데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광고가 또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iPhone X를 소개하던 I am the Greatest 편이다. Mother's Day와 비슷하게 일반 사람들의 셀카를 모집하여 광고로 돌린 느낌으로 셀카 기능의 우수성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은데 기능성을 떠나 정말 이렇게 영상 분위기, 미적 느낌, 그리고 음원까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위대하다! 어쩌면 나 스스로를 위로할 때 필요한 다짐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나의 영상으로써 위트 있게 엮어버리니 정말 나 스스로가 정말 중요하고, 위대하고, 고로 셀카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느낌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모하메드 알리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위대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는 것에 대한 실수를 범하고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나 자신만으로도 충분하고, 멋지고 매력 있다는 것 - 광고 하나를 통해 느낌을 수 있었던 위로가 결국에는 내 자신감의 원천이 될 수 있었다는 건 정말이지 멋진 일인 것 같다.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의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광고가 마음 한 구석을 건드린다고 한다면 아이들이 나오는 광고는 또 다른, 꿈과 희망과 동심이 가득한, 한 마음속 코너를 찌르는 매력이 있다. HARIBO의 성인 남녀들이 정장을 쫙 빼입고 곰젤리를 가지고 놀고먹으며 유아틱한 목소리로 대화 나누는 것이 가장 위트 있었던 아동(?) 광고이지만 그 이상으로 나에게 여행을 200% 프로 어필한 광고는 익스피디아 호주의 광고이라고 생각한다. 한 꼬맹이가 전 세계를 누비며 유명 관광지부터 타지의 일상을 경험하며 그 순간순간의 계획 실행이 얼마나 단순한지를 어필하는 내용이다. 온라인 여행사로써의 편리성을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한 아이의 어드벤처에 함께한다는 지극히 동심 가득한 접근은 나에게 이상한 설렘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사회초년생일 때, 어느 회사의 자기소개서를 영화의 명대사와 명장면을 엮어서 쓴 적이 있는데, 그때 인용했던 Up!이라는 영화의 대사나 풍선 가득 달린 집이 통통 떠다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건 어쩌면 주변 풍경의 변화가 한 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볼 때의 그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나의 어릴 적 풍경은 몇 년마다 변해갔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민감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가장 강렬하게 남은 기억은 그때의 설렘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기에 볼 때마다 가방 하나 메고 떠나버리고 싶은 아이 같은 욕망을 대변해주는 광고! 일상 속의 자극으로써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여행은 곧 동심이니까.
최근에 나의 마음에 아주 쏙 든 광고가 하나 있다면 바로 하이네켄 광고이다. 가끔씩 생각해보면 난 상대방의 반대로 주장해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굳이 그게 나의 의견과 일치한다는 느낌보다는 사람과 대화를 함으로써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했을 때 그 사람의 반응이나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일면을 알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반대되는 생각을 하다 보면 나의 시야도 함께 넓혀지는 느낌이 들어 조금 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어제보다는 오늘 약간은 더 성숙해진 보람을 주기도 한다. 특히나 인종차별, 남녀차별, LGBTQTI 등등 소수라고 생각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더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도 있다. 최근 들어 남녀평등에 대한 주장과 관련 연구 등이 많아지면서 광고나 제품 그리고 미디어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소재인데 그걸 꽤나 재미있게 꼬집어내 주는 광고가 하이네켄 광고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경험하거나 느꼈던 일상 속 남녀 고정관념에 대해 너무 위트 있게 잘 표현해냈다고나 할까, 너무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맥주 광고 하나가 명확하게 어퍼컷을 날려주니 통쾌하기까지 하다. 단편 버전이 주로 티브이에 나오지만 난 약간 긴 버전이 좋다. 더 다양한 상황과 인물들을 묘사해주며 다양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women like beer too!
여러 가지로 통쾌하게 세상에 한방 먹였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광고 소견들. 너무 은밀하게 즐기는 나의 취미로, 나의 취향만 가득 반영된 기록이지만 그래도 내 생각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 같아 괜히 뿌듯한 광고들이다.
나와 똑같이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또는 다르게.
그런 사람들과 동시대를 사는 것 같아서.
그렇게 오늘도 위로를 받으며.
오늘도 普通인.
광고 링크 참조
* https://www.youtube.com/watch?v=d_5x2UvGuow
* https://www.youtube.com/watch?v=w5l5ikDN4ag
* https://www.youtube.com/watch?v=SO99AwJXDIo
* https://www.youtube.com/watch?v=2Rt3I6Tce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