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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파트너'라 쓰고 '고객'이라 읽는다!

SK플래닛 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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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5분혁신=안병민] “고객은 왕”이라는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고객이 왕인 이유에 대해서는 그 어디서도, 그 누구에게서도 들은 바가 없습니다. 고객이 왕인 이유는 사실 간단합니다. 우리의 월급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장님이 사재를 털어 우리 월급을 주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고객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 우리는 월급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고객가치’란 말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말이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톺아보려 합니다. 고객가치 개념을 말입니다.  


고객가치라 하면 우리는 대부분 우리가 고객을 위해 제공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링컨의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문에 나오는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란 표현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고객가치에는 ‘고객을 위한 가치(for the customer)’ 뿐만 아니라 ‘고객 자체의 가치(of the customer)’, ‘고객이 만들어내는 가치(by the customer)’가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른바 ‘고객가치의 확장’입니다.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7천원짜리 설렁탕을 파는 집입니다. 여기에 오는 손님들이 설렁탕 한 그릇 사먹고 돌아간다고 해서 그들을 7천원짜리 손님이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만약 이 손님이 한 달에 4번, 앞으로 20년 동안 이 식당에 와서 설렁탕을 사먹는다고 생각해보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7천원 X 4번 X 12달 X 20년. 무려 672만원이라는 금액이 나옵니다. 이게 바로 ‘고객평생가치(lifetime value)’ 개념입니다. 우리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의 가치가 결코 작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고객의 가치’는 이런 겁니다. 고객평생가치를 생각하면 손님을 대하는 모든 것들이 달라집니다. 또 달라져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이 창출하는 가치’입니다. 고객은 이제 수동적인 소비자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이런 현상을 가리키는 단적인 단어가 바로 ‘프로슈머(Prosumer)’입니다. 프로슈머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가 합쳐진 말로서 생산에 참여하는 고객을 의미합니다.  


작금의 소셜 현상도 달라진 고객의 위상을 보여줍니다. 예전엔 기업이 제공하던 정보를 ‘그런가 보다’하며 받아들이기만 했던 고객이 이젠 소셜로 연결되어 스마트한 고객으로 진화합니다. 새로운 권력자의 부상입니다. 예전 같으면 아무도 몰랐을 우리 기업만의 비밀들이 이젠 소셜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갑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숨을 수도 없고, 숨길 수도 없는 세상입니다. 시장의 변화입니다. 시장이 변하니 고객이 변하고, 고객이 변하니 경영도 변합니다. 고객이 창출해내는 새로운 가치에 주목해야 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소셜로 연결된 고객이 우리의 비즈니스를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3.0시장’이라서입니다.  


그러니 팬클럽을 만드는 회사들이 나옵니다. 팬클럽은 연예인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옛날 이야기입니다. ‘배달의민족’ 앱으로 유명한 회사 ‘우아한형제들’은 ‘배짱이클럽’을 창단하였습니다. 이름하여 ‘배달의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재미있고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고 싶었다”라며 “팬들과 자주 만나 이야기를 듣고 회사 경영에도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는 이야기가 ‘우아한형제들’에서 나옵니다.  


팬클럽하면 ‘애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신제품이 출시된다 하면 전날부터 매장 앞에서 밤을 새는 게 애플의 팬덤입니다. 이제 기업의 성패는 이런 강력한 팬클럽을 갖고 있냐 아니냐에 달려 있습니다. ‘고객이 자산’이란 말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입니다. 


꽤나 돌아왔습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고객을 더 이상 고객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고객을, 우리의 가치를 전달할 ‘객체’로서뿐만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의 성공을 좌우하는 또 다른 ‘주체’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고객가치라는 것이 ‘고객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가치’를 넘어 ‘고객 자체의 가치’, 더 나아가 ‘고객이 창출해내는 어마어마한 가치’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고객가치경영,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쌍방향 소통’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제 고객은 일방향적 소통의 대상이 아닙니다. 지금껏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프로모션 메시지를 던지고, 어떤 마케팅 캠페인을 펼칠까 고민했다면 이제는 고객과 어떻게 상호 소통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우리 제품을 어떻게 팔까?’가 아니라 ‘고객의 삶에서 우리 제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질까?’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걸 고객 입장에서 다시 해석해야 합니다.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고객은 이제 우리의 비즈니스 파트너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회자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개방형 혁신은 다른 것 없습니다.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부에서만 찾지 말고 외부와 협력해 함께 찾아보자는 겁니다. 그 외부의 개념에서 중요한 게 역시 고객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샤오미>입니다. 샤오미의 모바일 운영체제 미유아이(MIUI)는 매주 업데이트됩니다. 애플의 운영체제가 대략 18개월 주기로 업데이트되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업데이트가 샤오미 회사 내부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모든 게 ‘미펀’이라 불리는 샤오미 고객들의 참여로 이루어집니다. 중국 밖 고객들을 위해 미유아이를 24개 언어로 번역한 것도 다름 아닌 미펀들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고객관계관리(CRM·Customer Relation Management)’입니다. 제대로 된 ‘고객가치경영’을 위해서는 고객을 두루뭉술한 하나의 집합명사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과 기호를 파악하고 그에 맞춤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개별고객에 대한 이해와 분석은 필수입니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얼마나 최근에 구매했는지, 얼마나 자주 구매했는지, 얼마의 금맥만큼 구매했는지, 다양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에 따라 고객을 분류하고 각각의 고객그룹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보다 효과적이고 보다 효율적인 고객가치경영의 과정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는 우수고객 우대제도가 그런 예입니다. 우리와 한번 거래한 고객을 평생관계로 가져가기 위한 고민의 결과입니다. 우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단골고객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각고의 노력을 통해 빚어지는 겁니다.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분석과 서비스가 그저 기계적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세 번째 요소가 바로 “서번트 세일즈맨십(Servant Salesmanship), 이른바 ‘섬김의 세일즈맨십’입니다. 고객은 자기네 제품을 구매하라 들입다 들이대는 ‘세일즈 로봇’에게 눈을 감고 귀를 막습니다. 세일즈와 마케팅에 대한 관점을 새로이 정립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세일즈’는 곧 ‘서비스’이고, ‘서비스’는 곧 ‘다른 이의 삶을 개선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제품을 만들면서 이 제품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누릴 고객을 머리 속에 떠올려야 합니다. 이름 모를 고객에게 팔고 있는 이 제품을 같은 가격에 내 가족들에게도 자신있게 사라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얼굴을 걸고 내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언제든 연락하시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번트 세일즈맨십은 이런 겁니다. 열릴 줄 모르던 동굴 문을 활짝 연 것이 알리바바의 주문이듯 고객 마음의 문을 여는 마법의 열쇠가 바로 이것입니다. 


결론입니다. 만족시켜야 할 대상으로서의 수동적 고객 개념은 고객가치경영에 있어 ‘눈 가리고 코끼리 다리 만지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고객은 우리의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보다 적극적인 개념으로 고객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들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열어 우리와 함께 하게 하는 기업이 성공합니다. 소비자로서의 고객이 아니라 협력자로서의 고객을 만들어야 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SK플래닛 사보 <The Planet> 201607)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 <주소가 바꿀 미래사회와 산업>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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