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안병민] 2013년 10월, 부산 롯데백화점에서 9일간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 서울 본점에서는 열흘간의 매출이 4억원을 넘었다. 다녀간 손님만 4만명이었다니 팝업스토어로서는 눈부신 실적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하지만 임영진 대표는 서울로 진출하게 되면 무엇을 얻게 되고 무엇을 잃게 될 지 생각했다.
“대전을 벗어나 서울로 진출하면 우리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그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60년 전통에 빛나는 대전의 명물 빵집, 성심당 이야기다.
성심당은 ‘튀김소보로’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단팥빵의 달콤함, 소보로의 고소함, 도넛의 바삭함을 모두 가진, 세상에 없던 빵이었다. 하지만 대전 사람들은 튀김소보로빵이 아니라 성심당을 자랑한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서도 ‘대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로 성심당은 한화이글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이란 성심당의 슬로건은 그렇게 나왔다. 임영진 성심당 대표는 “빵으로 지역에 봉사하는 로컬 기업이 되고 싶고, 빵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변화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성심당에 대한 대전 사람들의 남다른 사랑에는 이유가 있다. 1956년 창립 이후 성심당은 굶주린 이웃들을 위해 항상 빵을 나누었다. 300개를 만들면 200개를 팔고 100개는 나누었다. 돈을 벌기 위한 장사라기보다는 나눔 그 자체를 위한 장사였다. 60년째 이어져 내려오는 이 선한 활동이 대전 사람들의 영혼을 감동시킨 것이다.
반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위기도 많았다. 90년대 들어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습이 본격화되고 유럽식 빵집의 인기가 높아졌다. 이에 성심당도 변화를 시도했다. 로고에 ‘성심’이란 뜻의 프랑스어 'Sacre Coeur'를 큼직하게 새겨 넣고 외국의 고급 빵집 분위기를 냈다. 하지만 ‘자기중심을 잃은 흉내내기’에 고객의 마음은 돌아올 줄 몰랐다. 관건은 본질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두가 좋아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 이것이 성심당이 뒤늦게 찾아낸 ‘성심당다움’이었다. 다른 화려한 빵집을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 성심당은 그렇게 원래의 옷을 찾아 입고 다시 고객을 맞았다.
‘빵집은 훌륭한 레시피만 있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성심당의 레시피를 들고 나간 직원들은 지금껏 많았다. 하지만 성공은 또 다른 이야기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돈이 될 만한 제품(혹은 서비스)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았다. 하지만 소셜로 연결된 투명한 세상에서 그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고객의 영혼을 감동시킬 수 없다. 이제 사람들이 사는 것은 눈에 보이는 ‘제품(What)’이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나 회사의 ‘동기 혹은 신념(Why)’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라”는 성심당의 경영철학은 ‘무엇을 만드냐‘가 아니라 ‘왜 만드냐‘에 방점을 찍는다.
바야흐로 기업의 경영철학을 보고 고객이 지갑을 여는 세상이다. 이제 경영은 사업을 통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 신념을 바탕으로 하는 철학의 싸움이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성심당이 앞으로의 60년을 내다보고 새로이 정한 비전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 우리는 사랑의 문화를 이룬다. 우리는 가치 있는 기업이 된다.” ‘모두가 행복한 경제’를 추구하는 성심당의 성공엔 이처럼 삶에 대한 철학이 녹아 있다.
칼바람이 외투 속을 파고 드는 요즘, “삶이 경영이고 경영이 곧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꺼낸, 성심당 이야기다. 바람이 차다고 마음까지 찰 이유는 없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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