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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스케치 040] 2021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

안병민의 [통찰을 스케치하다]

여기저기서 트렌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아니나다를까 연말이 코 앞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트렌드 관련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올해도 예외 없다. 코로나로 한 해가 통째로 사라진 듯한 2020년이었다. 내년 2021년도의 소비 트렌드는 어떠할까? <트렌드 코리아 2021>을 중심으로 2021년 소비 트렌드를 하나씩 짚어본다.


0 들어가며-코로나 종식은 가능한가? 

 

백신이 나오더라도 전염병 대유행은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19의 완전한 종식은 불가능하다”, “수백 만명이 더 사망하겠지만, 2021년말 종식될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그만큼 한 치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다. 캄캄하고 막막하다.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대별되는 세상, 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2007년부터 시작된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전망보고서를 쭉 살펴보면, 도드라져 보이는 메가 트렌드가 있다. ‘디지털’이다. 그랬다. 코로나가 바꾼 건 트렌드의 ‘방향’이 아니었다. 변화의 ‘속도’였다. ‘언택트’만 해도 2018년도에 발표된 키워드였다. ‘언택트’는 ‘디지털’의 결과로 나타난 트렌드다. 그런데 코로나때문에 언택트는 2020년의 대세 키워드가 되었다. 코로나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갈 방향이었다. 가속도가 붙은 것일 뿐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해마다 그 해의 십이간지 동물을 테마로 삼아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한다. 2021년은 소의 해다. 센터가 발표한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는 ‘COWBOY HERO’. ‘날뛰는 소를 통제하는 영웅’이란 의미다. 백신(vaccine)의 어원 역시 소란 뜻의 ‘vacca’에서 나왔으니 코로나를 종식시키는 영웅이란 의미로도 맞춤하다. 희망의 메시지가 녹아있다.


1 브이노믹스(Coming of ‘V-nomics’) :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바꾸게 될 경제

 

소금장수에겐 재앙이지만 우산장수에게는 기회다. 비 얘기다.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업종이 코로나로 인해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대면성’과 ‘대체성’을 기준으로 명암이 엇갈린다. 다른 사람과 얼마나 대면해야 하는지, 다른 아이템으로 대체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가 기준점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영화산업은 호황이다. 집 밖을 나가질 못하니 집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많아져서다. 하지만 영화관은 죽을 쑨다.

 

유형별로 살펴보자면, 먼저 V형이다. 대면성은 높지만 대체성은 낮은 산업군이다. 미용실, 뮤지컬공연, 동네병원들이 여기 해당된다. 코로나로 인해 급격하게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다시 빠르게 회복될 전망이다. U형은 V형에 비해 회복세가 다소 완만하다. 대면성뿐만 아니라 대체성도 높아서다. 노래방, 헬스클럽, 대형마트 등이 그렇다. 사회적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경기가 춤을 추는 분야도 있다. 대중교통, 식당, 카페, 술집들이다. 이들은 W형에 속한다. S형도 있다. 오히려 성장에 가속이 붙은 분야다. ‘언택트’를 가능케 해주는 비즈니스다. 온라인 쇼핑, 배달, 배송, 캠핑, 골프, 홈트, 가정용 밀키트 등의 산업군이다.

 

결국 각 분야별로 비대면과 대면의 황금비율이 결정될 거다. 소비자의 마음은 안정적인 대표 브랜드로 향할 것이다. 판촉과 할인보다는 기본 기능과 안전 등 본질이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2 레이어드 홈(Omni-layered Homes) : 집 이상의 집

 

앞으로의 집은 지금까지의 집과는 달라진다. ‘집 이상의 집’이다. ‘층’을 의미하는 레이어처럼 기본적인 집의 기능 위에 새로운 층위의 기능이 덧대어진다. 집의 진화다. 코로나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집이 되면서 생겨나는 현상이다. 먹고, 자고, 사고, 놀고, 운동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휴식하는, 모든 활동의 중심지가 이젠 집이다. ‘멀티홈’ 세상이다.

 

레이어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기본 레이어’다. 기본적인 집의 기능을 가리킨다. 가구 산업이 호황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니 홈인테리어 분야도 뜬다. 집을 꾸미는 ‘오늘의집’ 어플 다운로드 수 또한 급격히 늘어났다.


다음은 ‘응용 레이어’다. 집에 새로운 기능이 더해진다. 일과 여가를 병행하는 다기능 공간으로서의 집이다. 홈트, 홈뷰티, 홈에스테틱이 대표적이다. 집에서 운동을 하고, 집에서 외모를 가꾼다. ‘방방콘서트’도 있다. 아이돌 콘서트를 방구석에 앉아 랜선으로 즐긴다.


‘확장 레이어’도 있다. 내 집의 경계가 집 밖으로 넘어간다. 홈그라운드의 확장이다. 이름하여 ‘슬세권’, 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편의시설 등이 중요해진다. 동네 카페, 빨래방, 편의점들이 내 집의 확장 거점으로 거듭난다.

 

공간 이동으로 낭비되는 시간이 사라지니 사람들의 인식 또한 변한다. 행복의 가치를 발현하는 집의 가치가 부각된다. 집과 관련한 트렌드와 산업은 당분간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3 자본주의 키즈(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자

 

박세리 선수의 우승 모습을 보고 골프 선수가 되었다. 지금은 탑 클래스의 선수가 되어 필드를 누빈다. ‘박세리 키즈’다. ‘자본주의 키즈’도 똑같다. 자본주의라는 체계 안에서 입고 먹고 배우고 놀며 자랐기에 자본주의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이에 최적화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전에는 ‘돈 밝히면 못 쓴다’ 했다. 지금은 ‘돈 안 밝히면 못 쓰게 되는’ 세상이다. 자본주의 키즈는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이들은 PPL에 관대하다. 콘텐츠의 제작 구조를 이해하기에 광고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뒷광고’에는 냉정하다. 솔직하지 못한 꼼수에는 가차없다. 소비에 대한 욕망에도 충실하다. 원하는 걸 손에 넣음으로써 성취감을 느낀다.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사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거다. ‘명품 소비’와 ‘플렉스 소비’가 늘어나는 이유다. 게다가 나 스스로가 인적 자본임을 안다. ‘내가 너의 유튜브를 보면 너한테 도움이 된다’는 걸 안다. 그러니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하다. 돈 관리도 철저하다. 금융 생활은 이를수록 좋다 생각한다. 돈 걱정을 벗어난 경제적 자유가 이들의 목표다.

 

4 거침없이 피보팅(Best We Pivot) :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 주저 없이 피보팅하라

 

피보팅은 ‘축을 바꾸어 회전한다’는 스포츠 용어다. 스트타업 분야에서는 ‘사업 전환’을 일컫는 표현으로 쓰인다. 제품, 전략, 마케팅 등 경영의 모든 국면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를 지속하며 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가다가 벽을 만나면 방향을 트는 거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어서다.

 

유형도 다양하다. 모바일 전화번호부 사업에서 모바일 배달사업으로 전환한 배달의민족은 대표적인 핵심역량 피보팅 사례다. 하드웨어 피보팅도 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여 코로나 시국을 헤쳐나가는 항공사들이다. 목적지 없이 비행체험만을 제공하는 항공 편도 같은 맥락이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으로 가득한 ‘VUCA’ 세상이다. 시장 변화에 발 맞춘 애자일(Agile)한 대응이 필수다. 일단 하는 거다. 안 되면? 수정하면 된다. 유연함과 순발력이 경쟁력이다.

 

5 롤코라이프(On This Rollercoaster Life) : 롤러코스터 타듯이 즐기는 삶, 롤코라이프

 

놀이공원을 갈 때마다 느낀다. 롤러코스터에만 줄이 길다. 되는 데만 되는 거다. 그렇다고 주야장천 롤러코스터만 타는 것도 아니다. 한번 타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시장에서의 소비 사이클도 그만큼 짧아졌다. 남들이 줄을 서면 나도 선다. 남들이 다 하는데 나만 안 할 수 없는 거다. 짧 은 유행에 적극 참여하고, 거기서 재미를 찾는다. 그러고는 이내 다음 놀거리를 찾아 나선다.

 

롤러코스터는 짜릿하다. 소비자는 일상에서도 롤러코스터의 쾌감을 추구한다. 예측 가능한 뻔함과 지루함은 죄악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찾는다. 그렇게 만들어낸 즐거움에 미련은 없다. 시크하게 돌아선다.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던 가수 비의 ‘깡’ 열풍은 소멸된 지 오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빠른 생애사 전략(Fast lifecycle strategy)’이 필요하다. 예컨대 ‘시즌제’ 같은 거다. ‘한정판’ 같은 거다. 질질 끌어서 좋을 게 없다. 박수 칠 때 떠나야 한다. 질척대면 끝이다. 메가히트는 사라졌다.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 ‘숏케팅(short+marketing)’ 전성시대다.

 

6 오하운: 오늘하루운동 (Your Daily Sporty Life) : 일상이 운동이고, 운동이 일상이 된다

 

운동 열풍이다. 운동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인증샷과 챌린지로 이어진다. 소셜미디어 타임라인마다 운동 사진들이 넘쳐난다. ‘자아의 확장’이다. 운동과 삶을 즐기는 나의 표현이다. 기존 운동에 다른 운동을 결합하는 것도 트렌드다. 플로팅요가, 선셋요가, 명상요가 등이 그 예다. ‘경험의 확장’이다. 타인과 함께 즐기는 스포츠도 인기다. 펠로톤 등 디지털 기기의 발전으로 인한 운동 플랫폼이 일상화됨으로써 생겨나는 ‘관계의 확장’이다.

 

건강 자체에 관심이 많기도 하거니와 운동에 내 성장이 녹아있다. 다양한 운동을 경험함으로써 인생의 멋진 장면을 모아 삶의 이야기를 완성해나가는 성장의 서사다. 어차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 운동은 자존감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성취다. MZ세대가 오늘도 땀을 흘리며 운동에 빠져드는 이유다.

 

7 N차 신상(Heading to the Resell Fever) : 새 것에 버금가는 중고

 

중고시장이 떴다. 중고품은 더 이상 단순히 누가 쓰던 찝찝한 상품이 아니다. N번째 신상품이다. 안 쓰는 물건을 처분하거나 희소제품에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것. 앞서 살펴보았던 ‘자본주의 키즈’의 일상이다. 중고거래가 뜨는 배경이다. 중고거래는 단순한 물품 거래가 아니다. 놀이이자 여가활동이다. 판매를 넘어 소통하는 재미가 있다. 동네 기반의 중고거래 어플인 ‘당근마켓’의 급성장은 이런 트렌드에 힘 입은 바 크다.

 

작금의 젊은 세대는 ‘미래의 처분’까지 고려하여 구매를 한다. 나름의 합리적 소비다. 공유에 너그러우니 중고거래에도 쿨하다. 제품을 구매하면 박스와 패키지, 택도 버리지 않는다. 팔 때를 대비해서다. 코로나로 인해 ‘짠테크’는 미덕이다. ‘집콕’하다 보니 팔 것도 눈에 많이 띈다. 미니멀리즘을 앞세운 정리 열풍도 한 몫 했다. 쉽고 안전한 거래 플랫폼도 생겨나니 중고거래, 더 이상 안 할 이유가 없다. 리셀마켓이 활성화되니 중고거래는 재테크의 또 다른 수단으로도 각광받는다.

 

8 CX유니버스(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 브랜드와 함께 원하는 세계 확장

 

고객은 더 이상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경험’을 구매한다. 이른바 ‘고객경험’ 개념의 부상이다. 품질만 좋아서 될 일이 아니다. 고객접점에서 고객이 겪는 매 순간의 경험을 만족시켜줘야 한다. 고객경험의 퀄리티가 높아지면 고객은 신뢰와 몰입을 거쳐 충성의 단계로 나아간다. 팬덤의 완성이다. 팬덤은 세계관을 만든다. 해당 브랜드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간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 불리는 혁신의 지향점도 여기여야 한다. 고객 충성도 제고 말이다. 디지털은 곧 기록이자 데이터다. 고객에 대한 섬세한 분석을 가능케 해주는 도구들이다. 데이터 분석의 질이 올라가면 고객에 대한 선제적 응대가 가능해진다. 자연스러운 고객경험의 흐름에 있어 덜컹거리는 불편한 매듭을 없애주는 것, 그게 ‘심리스(seamless)’다. 디지털 혁신은 심리스를 위해 하는 거다. 스타벅스가 모범 사례다. 모바일로 주문한 커피를 오프라인으로 찾아가는 식이다. 물 흐르듯 막힘이 없는 구매경험이다. 드라이브스루 서비스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게 고객을 감동시키는 색다른 고객경험이 된다. 불필요한 고객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고객경험 혁신의 핵심은 디지털이다. 내가 주문한 피자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도미노피자의 ‘피자트래커’ 서비스를 보라. 디지털을 활용한 고객경험 혁신, 이렇게 하는 거다.

 

9 레이블링 게임 (‘Real Me’: Searching for My Own Label) : 타인과의 공유와 비교를 통해 ‘자기정체성 찾기‘

 

MBTI 검사, 난리도 아니었다. 뿐만 아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는 다양한 형태의 검사가 인기를 끌었다. 내가 나를 몰라서 생기는 현상이다. 권위 있는 연구소 검사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가볍게 한번 해보는 거다. 계량화와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확인받으며 자랐던 젊은 세대 특유의 현상이다. 자기에 대한 레이블링은 결국 불안한 자신을 다독이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다.

 

타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봄으로서 자신을 유형화하는 방식. 그 결과는 소셜을 통해 타인과 공유한다. 이런 테스트의 핵심은 ‘결과 공유’다. 공유할 만한 요소가 없는 테스트는 외면 받는다. 관건은 재미다. ‘꼰대 성향’ 검사 혹은 ‘나와 닮은 예술가’ 테스트, ‘MBTI 유형별 언택트 여행지 추천’ 같은 흥미 요소가 필수다.

 

10 휴먼터치(‘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 언택트 기술을 보완하는 휴먼터치

 

기술의 궁극적 지향점은 인간의 손길을 배제하겠다는 게 아니다. ‘진실의 순간’은 여전히 사람의 손끝에서 빚어진다. 인간의 손길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기술에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는 그냥 신기할 뿐이다. 커피를 건네며 눈으로 주고 받는 미소에서 우리는 위안을 받는다. 스마트 기기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증폭하는 기계다. SNS는 타인과의 교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고독에 대한 두려움은 온라인 연결이 강화될수록 커진다. 역설이다. 과유불급.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남용에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언택트가 강화될수록 휴먼터치가 필요해지는 건 그래서다.

 

말과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건 없다. 말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사람보다 빠른 말, 그냥 타면 된다. 기술도 그렇다. 기술과 경쟁할 일이 아니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로봇이 바리스타를 대체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바리스타가 좀 더 자유로워지면서 음료를 만드는 데 더 능력을 발휘하고 고객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지원해는 주는 것을 표방합니다.” 스타벅스 CTO 플리킨저의 말이다.


11 맺으며-어려운 현실을 직시해야

 

스톡데일. 베트남 전쟁 당시 7년간 포로로 잡혀있다 살아남은 미군 고위 장교의 이름이다. 냉혹한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인 그는 끝까지 살아남았다. 헛된 희망을 품었던 이들은 좌절하면서 죽어갔다. 근거 없는 막연한 낙관주의는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웅변하는 사례다. ‘스톡데일 패러독스’ 이야기다. 희망을 버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작금의 어려운 상황을 엄중한 시선으로 바라보라는 거다. 근거 없는 희망은 독이다. 불편하더라도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쉽지 않은 올해였다. 내년이라고 다를 것 없다. 쉽지 않을 내년일 것이다. 어찌 되었건 버텨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갑자기 벌어지는 일들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지는 통제할 수 있습니다.” 윌리엄 어빈 미국 라이트주립대 철학과 교수의 말이다. 트렌드를 안다고 미래를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을 보며 나를 통제할 수는 있다. 내년에 먹을 김장을 겨울에 담그듯 힘든 내년을 대비하기 위한 또 다른 김장 담그기. 올해도 유심히 트렌드를 살피는 이유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마케팅과 리더십을 아우르는 다양한 층위의 경영혁신 강의와 글을 통해 변화혁신의 본질과 뿌리를 캐내어 공유한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가 있다. <방구석 5분혁신>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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