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업의 ‘김정수 팀장’은 조직의 어엿한 중간리더다. 모두가 그를 ‘김 팀장’ 혹은 ‘김 팀장님’이라 부른다. 하지만 아직도 그를 이름으로 부르는 이가 있다. 김 팀장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할 때 그의 채용면접관이었던 ‘나대로 상무’다.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옛날 일이다. 하지만 나 상무의 눈에 김 팀장은 여전히 풋내기 신입사원일 뿐이다. “정수야.” 나 상무는 아직도 김 팀장을 이렇게 부른다. 그런 나 상무가 김 팀장은 마뜩잖다.
나 상무를 보며 부모님을 떠올렸다. “민아야.” 어린 시절, 부모님이 나를 부르시던 호칭이었다. 때로는 사랑과 애정이 담뿍 담긴 목소리로, 때로는 야단과 질책 가득한 목소리로 부르셨던 이름. 그 이름을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꽃이 피고, 그렇게 잎이 졌으며,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아범아.” 언제부터였을까. 부모님은 더 이상 “민아야”라고 나를 부르지 않으셨다. 결혼을 하고 몇 년이 지나 큰 애를 낳고 나서부터였나보다. 부지불식간에 내 호칭은 ‘아범아’로 바뀌어 있었다. 요컨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공식적인 ‘어른 인증’이었다.
당신들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함 많은 철부지였을 터다. 하지만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아들을 부모님은 그만큼 인정해주셨다. 앞세워 주셨고, 치켜세워 주셨다. 어른으로의 대접이었다. 존중이었고 배려였다. ‘민아’로 불렸던 당신들의 어린 아들이 한 집안의 어엿한 가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우주를 감당할 수 있는 독립적 주체로......(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