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걸음] "넌 걸음걸이가 왜 그 모양이냐? 팔자걸음이 너무 심한데?"
- 나는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팔자걸음 이건만, 뭐 그리 애써 걱정해주시는지...
[팔자] "내 팔자나 니 팔자나..."
- 그래, 나나 너나 지갑에 돈이 항상 없는 건 똑같은데 남 걱정해서 뭐할까?
[사주팔자] "사주팔자 봐드림"
- 미안하지만 그런 식의 미래 예측은 믿지 않아 한 번도 사주팔자를 본 적이 없네요.
[팔자, 사자] "너 주식 안 하니?"
- 네 안 해요. 태생이 소심이 인지라 한 번 산 적이 있는데 심장이 쪼그라들다 못해 블랙홀로 살아지는 줄.
그리고 [팔자주름]
'팔자'와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있을 수 있지만, 오늘은 얼굴 깊숙이 자리 잡은 팔자주름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오늘 아침에도 양치질을 하며 밤새 잘생겨진(?) 나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분명 거울은 나를 객관적으로 비춰주는 사물이지만, 거울에 비친 형상을 받아들이고 인지하고 머릿속에서 형상화하는 나의 기관들이 주관적인지라,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1년 365일 미남의 형상이다. 물론 나에게만.
이런 나미남(나에게만 미남)에게도 매일 신경 쓰이는 것이 있으니, 어느새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버린 팔자주름이다. 원래 하나에 의미를 두면 그게 실제에 비해 커 보이는 게 인생이라더니, 크게 달라진 것 없겠지만, 나의 눈에는 어제와 달리 미세하게 깊어진 팔자주름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애써 팔자주름을 없애보기 위해 피부를 양껏 늘려본다. 원래 피부, 미용, 남의 시선 등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지라 세수 후 로션도 대충 바르고 다녔던 나인데, 젊음의 나이를 지나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게 되니 외모 특히 얼굴의 주름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이렇게 노년으로 접어들게 되나 싶은 생각이 아침부터 머릿속을 맴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본 '팔자주름 펴는 법'의 내용대로 입술을 앞으로 쭉 모아 팔자주름을 애써 없애보려 노력한다. 뭐,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헐~~)
노화의 대표적인 과정으로 팔자주름을 이야기 하지만, 나는 노화보다는 생활습관의 결과로 팔자주름이 생겼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왜냐하면 어릴 적부터 팔자주름이 얼굴에 자리 잡을 기미를 보였기 때문. 여기서 어릴 때란 20대를 의미한다.(아이고...) 그땐 '웃음이 참 많다', '웃는 상이다', '스마일장'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러한 피드백을 더 받기 위해 '노력'이라는 걸 하게 된다. 웃음도 마찬가지. 잘 웃는다는 피드백을 받아 기분이 좋았었고, 웃는 상이라는 피드백을 꾸준히 받기 위해 잘 웃으려 노력했던 때가 있었다. "웃음보다 더 좋은 습관은 없다"를 제대로 실현했다고 볼 수 있을까?
어느 날 출근길, 지인으로부터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뭔가 싶어 봤더니 내용이 이렇다.
"좀 웃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나의 무뚝뚝한 표정을 보고 힘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솔직히 그 카톡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잘 웃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은 나에게서 웃음이 사라진 채 살아가고 있었던 걸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웃음으로 비롯된 팔자주름이라는 게 무색하게, 웃음기란 찾아볼 수 없는 피곤이 가득한 인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여전히 웃지 않은 채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을 반복한다.
집 밖을 나올 때 현관에 놓인 거울에 비친 나를 봐도,
버스를 기다릴 때 유리에 비친 나를 봐도,
지하철에 서 있을 때 정면 창문에 비친 나를 봐도,
어찌 된 일인지 웃음기를 1도 찾을 수 없다.
"아, 현재의 팔자주름은 내가 그토록 우겨왔던 웃음으로 비롯된 팔자주름이 아니라, 단지 일상에 찌들어 하루하루를 보낸 세월이 지난 흔적일 뿐이구나."
그래서 다시 한번 웃어보기로 했다.
누구나 그렇듯 사는 게 참 힘들다. 왜 이렇게 힘든 삶을 보내기 위해 애써 태어나야 했는지 의문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이왕 태어난 거 인상을 찡그리며 남은 시간을 보내기보다, 최대한 웃으며 살아가는 게 맞다 라는 당연한 이치를 지금, 이 순간, 웃으라는 카톡 메시지 하나에 깨닫게 된다.
출근할 때 나를 웃으며 보내주는 가족들을 향해 웃고,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 고개를 들었을 때 반대편 차장에 비친 나의 모습을 향해 웃고,
사무실에서 모니터 옆으로 살짝 보이는 직원과 눈이 마주쳤을 때 살짝 웃어 본다.
그 사람이 걸어온 인생은 얼굴로 표현이 된다고 한다. 강퍅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얼굴에서도 그게 느껴진다. 유수한 삶을 살아온 사람의 얼굴에는 여유가 흘러넘친다. 얼굴의 작은 주름 하나에 그 시람의 인상이 좌우된다. 그래서 주름살을 세월의 흔적이라고 하나보다. 태초에 주름 한 점 없는 깨끗한 얼굴로 태어났지만, 세월의 흔적이 하나 둘 자리 잡아 나의 얼굴이 되어가는 과정이 인생이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나의 얼굴을 보고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웃음'의 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팔자주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제대로 웃어보려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