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지는 것을 왜 두려워해야 하는가?

<나> 나는 원래 좀 느렸지, 아마? //

by 장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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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와이프에게 출근시간에 들쑥날쑥하는 버스 운영 시간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목적지를 경유하는 버스가 두 대인데, 두 대가 한꺼번에 정류장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놓치면 뒷 차를 꽤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기 때문. 운전사나 버스회사의 입장이 어찌 됐든 승객의 입장에서 매우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주절주절 와이프에게 하소연하자, 와이프가 한 마디 한다.


"버스 어플 설치하면 편하지 않아?"


맞다, 버스 어플을 설치하면 버스가 도착할 즈음해서 집에서 나오면 되기에 편리하고 예상보다 빠르게 회사에 도착할 수 있을 터다. 하지만 나는 버스 어플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와이프에게 내가 했던 말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버스 어플 따위에 내 시간을 관리받고 싶지 않아. 버스 어플을 보면 편하지만, 오히려 시간에 더 쫓기게 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발생해버리잖아."


였다.


최영 장군은 시간은 금이다. 하지만 최영 장군께서는 '금을 돌보기와 같이 하라'라고 하셨다. 그러니, 최영 장군의 논리에 따르면 '시간은 돌이다'.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시간은 금이다 라는 말을 인생 명언으로 삼고, '좀 더 빨리'를 실천하고 있는 게 문제이지 싶다.


버스 어플도 마찬가지다. 편리함에 매료되어 버스 어플이 알려주는 버스도착 알람에 나의 몸과 마음을 더욱 재촉하게 된다. 이건 편리함도, 매료도 아니고 버스 어플과 시간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출근 준비를 하며 버스 어플의 도착 시간을 초조하게 확인하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바로 어플을 삭제해버린 이유다.


"그러나 느려지는 것을 왜 두려워해야 하는가?"


뭐든 빨리해야 옳다고 여겨지는 요즘, <동네 서점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의 저자가 남긴 이 문장은 나, 우리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야 할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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