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거다. //
김동식 작가는 현업 그러니까 공장에서 10여 년간 일을 한 경험과 그만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그만의 창작 세계를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짧지만 강한 울림을 전달해주는 소설집을 여럿 발표하면서, 현재는 잘 나가는 작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그의 소설집 제목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장이다.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내가 죽었다. 주위 사람들의 위로가 나에게 쏟아진다. 나를 위로한다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다수. 하지만 나는 별다른 감정이 피어오르지 않는다. 그렇다 말 그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다. 기쁨도 슬픔도 막막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아내가 죽었는데 어찌 그럴 수 있느냐 욕할 수 있지만, 정말 그런 걸 어쩌겠나.
나는 왜 이 문장을 따로 적어 놓았을까? 왜 이 문장을 보면서 먹먹함이 느껴졌을까? 주인공의 무감정한 일상이 왜 슬픔으로 다가왔을까?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외로움을, 슬픔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찾아온 이 감정들에 당황하지만, 익숙지 않음으로 인해 애써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감정은 사실 나에게서 비롯된 것, 떨쳐낼 수 없다.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사실 나는 아무렇지 않았던 게 아니었던 거다. 단지 그걸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
우리는 솔직한 감정 표현에 그리 익숙하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게 아니라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아야 한다 라며 암묵적으로 강요를 받고 성장해왔다. 그렇다 보니 막상 닥쳐온 슬픔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그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스스로 판단하게 되어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가 대중의 감정을 철저하게 통제했다면, 우리는 그 형태도 모르는 존재로부터 감정 표현을 제재받으며 살고 있다.
길을 걷다 눈물을 흘린다고,
버스 안에서 소리 내어 웃는다고,
남자 아니냐고,
어른 아니냐고,
아니다,
정말 미안하지만, 앞으로는 나도 나에게 솔직해져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