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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May 21. 2019

3. '어쩌다 홈카페 - 유어커피'를 짓고 간판을 달다

<어쩌다 홈카페 - 유어커피③>




"왜 유어커피인가요?"


이렇게 질문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귀찮냐고요? 아니요, 더 물어보셔도 됩니다. 사실 저라도 물어보겠다는 생각이니까요. 요즘에는 독특한 타이틀의 커피숍이 많아 이런 질문을 받는 사장님들도 많으리라 봅니다.


'유어커피'라는 브랜드 - 브랜드라고 하니 거창해 보이긴 한데 부담돼서 이후부터는 이름이라고 할까 합니다 - 를 만들어보자라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단순합니다. '지금과 앞으로의 재정상태를 보아하니 커피숍을 차릴 수 있는 형편은 되지 않겠고, 커피숍은 못 차리지만 그래도 커피숍 흉내라도 내보자'는 것. 커피숍 흉내를 내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게... 맞습니다. 바로 이름이죠. 참 단순한 생각이 시초가 되어 '유어커피'라는 브랜드를 결정하게 되었다 라는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유어커피' 결정까지

꽤 시간이 걸린 이유


이름(브랜드)을 갖는다는 건 그 분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재미있게, 한 번 보고 기억에 남을 수 있게'라는 1차적인 목표만 있었다면 긴 고민을 하지 않았겠죠. 주인장의 경우에는 분야라는 거창한 넓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집에서 만들어가는 커피는 '맛이 좋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아주 작은 기대와 책임감이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단순히 재미만 쫓는 이름이 아니라 듣고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었고요.


빗대어 보면 사람의 이름과도 같다고 봅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름입니다.(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고민을 하는 부모도 많아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이름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상과 성격 그리고 미래가 어느 정도 결정되는,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주인장의 이름을 봐도 딱 그렇게 살고 있거든요.(지극히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저희 아이들의 이름을 지을 때를 생각하면, 뱃속에 아이가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시작했지만, 결국 태어나고 한 달 후에야 겨우 이름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좀 쉽게 지으려나 라는 기대를 하긴 했죠. 돌림자를 사용했기에 나머지 한 자만 결정하면 되는데, 역시나 10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만큼 이름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되겠죠.


어쩌다 탄생한 홈카페지만, 이름을 짓고 나면 앞으로 홈카페의 성격이 결정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주인장과 안주인이 왜 커피를 즐겨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어떤 커피 문화를 즐기고 싶은지까지 나름대로 장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단순하게 시작했지만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에 빠져드는 어이없는 상황이었지만, 커피가 좋으니 이런 상황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한 방울씩 커피가 떨어지는 이유는

당신에게 맛있는 커피를 드리기 위해서


보자, 우리가 커피를 즐기게 된 이유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 함께커피라고 지을까?'라고 해서 후보로 하나 결정. ('함께커피' 브랜드가 저희 마을에 들어온 건 그로부터 한 참 후의 일입니다. 당시엔 함께커피가 있는 줄 몰랐어요.)


한참동안 다양한 이름을 고민하다 우연히 더치커피 기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더치커피를 바라보는데, '왜 더치커피의 커피는 저렇게 떨어지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더치기구를 들여놓고 더치커피를 내릴 때 신기해서 바라본 커피 방울이었지만, 이후 당연하게 생각해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커피 방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딱! 눈에 들어온 것이죠. 한 방울이 모여 주인장과 안주인이 서로를 향해 대접할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는 느리지만 정직한 과정. '아, 함께 한다는 의미는 당신을 위해 커피를 만들고, 당신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시간 그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구나'


그렇게 '어쩌다 홈카페-유어커피'의 이름,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드시나요?



아파트 현관에 간판을 달았어요.

"여기 커피숍인가요?"


택배 기사분이 가끔 안주인에게 묻습니다. "여기 커피숍인가요?" 모두가 똑같은 아파트 현관인데, 유독 저희 집 현관에는 나무로 만든 유어커피 간판이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어쩌다 탄생했다고 하면서 있을 건 다 있고,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있는 홈카페여서 황당하긴 합니다.


간판에는 비록 홈카페이긴 하지만, 우리 집을 방문해 커피를 마시는 모든 사람들이 커피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그 바람에는 주인장과 안주인 역시 포함됩니다. 유어커피 간판이 달린 현관을 열고 들어오면 따뜻한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거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실 한쪽에 자리 잡은 원목 테이블 위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할 때의 행복을 모두가 영위하기를 바라는 곳. 유어커피는 어쩌다 탄생했지만 주인장과 안주인이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은 홈카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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