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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May 22. 2019

4. '어쩌다 홈카페 - 유어커피'의 소소한 일상

<어쩌다 홈카페 - 유어커피④>




커피의 향이 퍼지는 속도만큼

유어커피의 시간도 느리게 흘러갑니다.


유어커피는 홈카페입니다. 그것도 어쩌다 생긴. 홈카페라는 말은 주인장과 안주인, 오직 둘만을 위한 카페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러니 매일 같이 새로운 원두를 준비해야 할 필요도 없고, 색다른 커피를 시도해보지 않아도 됩니다. 주인장의 경우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을 마시면 그것으로 행복을 느낍니다. 안주인은 동네 주민들과 커피를 앞에 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조금 서운하긴 합니다. 주인장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아야 하는데 라는 질투 때문에요. 이렇게 유어커피의 시간은 커피 향이 퍼지는 속도만큼 느리게 흘러갑니다. 당연한 말인가요?


그래도 어쩌다 홈카페 - 유어커피에서 정기적으로 소소하게 진행되는 운영업무가 있습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로스팅한 원두가 바닥을 보일 때쯤의 불안함이 너무 싫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유어커피만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되도록이면 커피가 끊이지 않도록 소소한 업무를 진행합니다. 다른 홈카페와는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살짝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생두를 구입하고

로스팅을 합니다.


집에서 로스팅을 한다고 하면 지금도 놀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집에서 로스팅을 하냐' 부터 '연기는 어디로 나가는지' 건강을 걱정해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생두를 구입하러 외국 농장에 직접 방문'하는 줄 아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주인장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전 세계 커피벨트를 여행하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케냐에 갔더니 산 위에 커피 농장이 엄청 넓게 펼쳐져 있더라, 베트남에 갔더니 벼농사짓는 것처럼 커피 농사를 짓고 있더라 등등 등등 농담을 좀 해줬어야 했나 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아프리카 케냐의 커피 농장이나 베트남의 커피 농장을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유어커피는 월 1회 정도 정기적으로 생두를 구입합니다. 초창기에는 로스팅한 원두를 커피숍에서 구입해 그걸로 커피를 마셨지만, 커피에 대한 색다를 도전을 하고 싶었던 마음 반, 커피값을 조금이나마 절약해보자 라는 마음 반이 모여, 그 결과 로스팅을 하고 있는데요. 로스팅을 하려면 생두가 당연히 필요하겠죠.


생두를 구입하는 곳이 몇 곳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김포에 위치한 생두 판매 업체를 통해 온라인으로 구입을 하고 있어요. 생긴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로스팅을 했을 때 결과가 매우 만족스러워 계속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끔 휴가와 생두 구입일이 겹칠 때는 매장을 방문해 구입하기도 하는데, 커핑을 한 흔적이 항상 남겨있고 제대로 된 원두를 선별하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대가 이렇게 규모가 있는 업체는 대량 판매를 주로 하기 때문에 저희처럼 소량(한 번 구입 시 7~10kg 정도) 구입을 하는 고객에게는 조금 소홀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정성스럽게 응대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계속 구입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망원에 위치한 생두 판매점을 통해 구입을 하기도 하고요. 생두를 구입할 땐 케냐와 예가체프 두 가지는 원두는 꼭 구입을 합니다. 2kg씩요. 그 외에 남미 원두 일부, 동남아 원두 일부, 새로 발견한 원두 일부.. 이렇게 구입을 합니다.


주문한 생두를 받으면 부자가 된 기분이 듭니다. 저 봉투에 담긴 생두 하나하나가 오백 원짜리 동전이면... 참 좋겠습니다만, 현재는 마음만 부자인 상황입니다. 생두를 받았으니 로스팅을 합니다. 냄비로스팅부터 시작해 직접 만든 수동 통돌이 로스터를 거쳐 현재는 가스레인지 위에서 모터로 돌아가는 모터 로스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먼 옛날 원시인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우리가 된 것처럼, 초기 커피 기구부터 지금의 로스터까지 쭉 늘여놓으면 인간의 발전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참 뿌듯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로스팅할 때 발생하는 연기를 마셔가며 아파트에서 로스팅을 합니다.



커피 주문을 받습니다

물론 동네 주민들에게만요


커피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도 내야 하고 식품판매 허가도 받아야 하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려면 통신판매 허가도 받아야 하고, 매우 복잡합니다. 몇몇 분들은 카페나 SNS를 활용해 알음알음 판매하기도 하는데, 가끔 이러한 판매 행위를 신고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1차적으로 판매한 사람이 불법을 저질렀으니 할 말은 없지만, 벌금이 꽤 쎄서 저는 그렇게 판매할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 판매를 합니다. 커피를 마시러 유어커피를 찾는 동네주민들에게만요. 주로 안주인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서 넛이 주 고객입니다. 솔직히 로스팅을 한 번 할 때마다 약 1kg의 생두를 로스터기에 넣고 있지만, 로스팅 후의 무게를 재보면 무게가 상당히 감소해있습니다. 아무리 건조한 생두라고 해도 수분을 품고 있고, 로스팅 과정에서 그마저도 날아가버리기 때문이죠. 많으면 30% 정도 감소한 결과물을 보고 있노라면, 주인장과 안주인이 마시기에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단골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요? 유어커피를 주로 방문해서 커피를 마시다 보니 유어커피 로스팅 원두에 흠뻑 빠져버린 고객분(?)들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저희가 먹을 분량의 일부를 판매하고 있긴 합니다. 처음에는 조금씩 나눠줬지만 받는 분들이 부담이 되는지 알아서 커피값을 스스로 내던 게 지금은 그 금액으로 정해졌습니다. 물론 일반 커피숍에서 판매하는 원두보다 값이 싸다 보니 유어커피를 통해 원두를 구입하는 것도 있을 테지만요. 꾸준히 구매해주시는 고객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커피를 마십니다


생두를 구입하고, 로스팅을 하고, 커피를 내리고, 원두를 나누고. 이 과정과 함께 가장 중요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커피를 마시는 것.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주인장과 안주인은 하루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거든요. (물론 책도 많이 읽고 있습니다만.)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고, 유어커피가 가장 빛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가끔 행복에 총량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이 됩니다. 나만의 총량이면 좋겠지만, 누군가의 빨간불이 켜져야만 다른 누군가는 파란색 불을 보고 길을 건널 수 있는 도로 위 신호등처럼, 내가 누리는 행복이 누군가가 누려야할 행복의 일정량을 가져와야 하는 건 아닐까 라고 말이죠. 물론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바로 어쩌다 만들어진 홈카페-유어커피 입니다.


이렇게 '어쩌다 홈카페 - 유어커피'의 소소한 일상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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