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나> 20년도 더 된 아픈 사랑이 문득 그리워진다 //

by 장아무개


책 제목이기도 하고, 내용의 중심이 되기도 한 이 문장,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수 십, 수 백 번 바다를 바라봤지만, 파도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바람이 부니 바다에 파도가 생기고, 예쁜 하얀 포말의 파도가 모래사장에 자리 잡은 저의 발을 살짝 간지럽힐 때의 재미가 좋았을 뿐이었습니다. 작가는 바다에 자신의 감정을 살짝 얹혔습니다. 작가거 되어버린 바다에게 매일 수천번씩 반복되던 파도가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운명이 그 안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뒤에 따르는 문장입니다. 바다에서 파도를 빼놓을 수 없듯이, 나에게 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걸, 한 문장으로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경이로움.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소름이 돋아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는 과연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나에게 '너'는 첫사랑 일까 아니면 현재의 사랑일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이지만, 그럼에도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첫사랑보다 아픈 사랑을 했던 그녀가 생각났습니다. 왜 헤어져야 하는지도 모른 채 헤어져야 했던, 너무나 어렸던 그때의 사랑을 간직했던 그녀가 말이죠. 모든 사랑이 그러하듯, 당신엔 인생의 전부였던 사랑이, 지금은 한낱 추억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파도와 나의 일, 그 안에는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만 나의 관심과는 달리 당신은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더욱 가슴 한편을 욱신거리게 만드는 문장이지 싶습니다.


이 책을 집어 든 순간 김연수 작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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