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구속으로 취소된 취재지원
폭염, 극한호우 등 자연재해는 언제나 언론 관심사이다. 불가항력에다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항상 나오는 기상 주제라도 꼭 다뤄야 하는 뉴스이다. 새로운 시각과 장면으로 담으려 한다.
날씨와 계절에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강한 비바람에 우산을 기울이는 직장인, 노란색 비옷과 장화를 신고 빗길을 걷는 어린이, 풍랑주의보 속에 정박해 있는 어선, 불볕더위 속 아스팔트에 피는 아지랑이, 화창한 햇살에 무르익는 붉은 사과, 절정을 이룬 단풍과 알록달록한 옷의 등산객 행렬, 첫눈이나 첫서리가 내린 강원도 등등
최근에는 이상기후가 빈번하고 피해의 규모도 커졌다. 날씨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언론사 별로 색다른 아이템으로 보도하려는 경쟁이 붙었다. 철도에서는 폭염 시 선로에 물을 뿌리는 ‘자동살수장치’가 더운 날씨를 대비하는 안전설비로 주목을 끌고 있다.
한여름 햇볕에 고스란히 노출된 선로에, 방음벽 등으로 통풍이 잘 안 되면 선로 온도가 50도를 훌쩍 넘곤 한다. 쇠로 된 선로가 고온에 늘어나면 휘어질 수도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온도를 식혀야 한다. 햇볕의 반사율이 높은 흰색 페인트칠을 칠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자동살수장치가 한여름 단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살수장치는 레일 온도가 48도를 넘으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살수 설비이다. 달궈진 철길에 물을 뿌리는 장치이다. 자갈로 이뤄진 모든 고속선로 구간과 일반 선로 등 전국에 450여 곳 넘게 설치되어 있다. 스프링클러처럼 시원하게 뿌려지는 물줄기 사이를 뚫고 300km로 달리는 KTX까지 멋진 그림을 이룬다.
또한 물을 뿌리기 전과 후 온도계로 표시된 숫자의 변화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방송 뉴스로는 제격이다. 일반인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희소성도 있다.
몇 차례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문의 온 여러 기자에게 설명을 했다. 재난주관 공영방송에서 취재를 요청했다. 장소와 날짜, 가능한 시간, 연출할 수 있는 화면 등등 세세하게 설명했다. 날씨가 변수였다. 뉴스 특성상 미리 취재팀을 구성하고 현장까지 출동하는데 실제 촬영 날에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 구름이 많이 끼어 온도가 높지 않을 수도 있다. 일기예보를 참고해도 100% 믿을 수 없다.
기자도 의욕이 있었고, 데크스도 허가했다. 동선을 짜고 현장 직원을 섭외했다. 일주일 전 준비를 마치고 취재 당일 아침까지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당일 찾아왔다. 2025년 7월 10일 애초에 촬영하기로 한 날 전직 대통령이 재구속되었다. 정치 뉴스가 채워지면서 폭염 뉴스는 빠지게 되었다. 워낙 급박하게 아이템이 변경되어 취소 사실도 촬영 시작 1시간 전에 전달받았다. 현장 사업소 도착 30분 전에 상황을 파악해 바로 통보해줬다. 작업자들도 모두 철수했다.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