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15
앞에서 줄기차게 러닝의 단점을 떠들어 댔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점이 아예 없지는 않다. 만약 러닝이 전혀 매력 없는 운동이라면 나도 이토록 오랜 시간 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달릴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꼽는 러닝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지극히 개인중심적인 운동이라는 점이다. 모든 운동이 다 스스로와의 싸움이고, 개인적으로 극복해야 할 지점이 존재하지만 러닝은 그 부분이 유독 집중된 느낌이다.
이것과 연동된 다른 한 가지 매력은 러닝이란 운동이 생각보다 정신적인 운동이라는 것이다. 러닝이라고 쓰고 정신수양이라고 읽어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활동이다.
이미 앞에서 말한 대로 러닝은 타 운동에 비해 재미적인 요소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리고 운동의 효율도 낮은 편에 속한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러닝을 한다는 건 꽤 단호한 결의가 필요한 활동이라는 점에 많은 이가 동의했다.
러닝을 하다 보면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다. 숨이 차오르고, 지루한 시간이 지속되면 곧 스스로 맘먹었던 거리에서 슬슬 타협을 하기 시작한다. 어차피 중도포기를 해도 아무도 모른다. 이 정도 뛴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자아설득의 시간, 악마의 속삭임이 반드시 찾아온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또는 너무 추워도 문제다. 서있기도 힘들 때는 문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대형미션이다. 그런 날씨에 러닝을 한다는 건 분명 건강을 위해서, 또는 달리는 게 마냥 즐거워서는 결코 아닐 것이다. 환경을 극복하고, 강한 의지로 뭔가를 이뤄내고 싶은 성취감이 앞설 때 가능하지 않을까? 말 그대로 정신수양이다. 마치 폭포수를 맞고 있는 도인 같은 느낌처럼.
이런 점에서 러닝은 멋진 운동이긴 하다. 시간이 갈 수록 러너들이 증가한다는 점이 그것을 증명하는 듯 하다. 러닝이야 말로 맨몸으로 어디서든 '의지만 있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걸을 수 있다면 달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