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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on Salam Feb 24. 2023

16. 맨몸운동의 매력이란 - 러닝 03

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16


16. 맨몸운동의 매력이란 - 러닝 03


시야가 탁 트인 곳을 좋아하는 나는 반지하 보다 옥탑을, 빌라보다 고층 아파트를, 산보다 강이나 바다를 좋아한다. 근처에 한강이 있어서 좋은 점은 도심 속에 갇힌 나의 시야반경을 넓히고 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강에서는 굳이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야밤 중 수면에 비친 불빛들을 조용히 앉아 바라보고 있으면 이것이 바로 '물멍'이지 싶다. 난 가끔은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에 온갖 잡생각으로 꽉 차 있는 머릿속을 한 번씩 비워내는 나름의 세척활동과도 같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음에도 잡생각이 떠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심한 날은 한강을 옆에 끼고 달리기를 해본다. 나는 평소에 10km 정도를 달린다. 청담대교에서 시작해 한남대교를 반환점으로 다시 돌아오면 거의 그 정도 거리다. 혹한의 겨울을 제외하고 날씨가 좋으면 하루 걸러 하루는 러닝을 한다.

달릴 때마다 느끼지만 이 러닝이란 운동은 참 적응하기 힘들다. 마치 내 몸속에서 두 개의 자아가 서로 싸우고 있는 듯하다. '이 정도 달렸으면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는 지점이 없다. 그럴 때마다 '어림도 없지'라며 또 다른 자아가 나의 합리화를 억누른다.


10km는 한 시간이면 충분히 뛰고 남는 시간이다. 그때마다 숨은 턱끝까지 차오르고 몸은 고달프지만 오히려 나에겐 변태처럼(?) 그 점이 러닝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달릴 때는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안 든다. 잡생각은 일체 들지 않고 이 고달픔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중간에 적당히 하다가 다시 돌아오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딱히 그럴 수도 없다. 일부러 왕복으로 10km를 맞춰놓고 달리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해 봤자 어차피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자존심 강한 나에겐 중도포기란 있을 수 없다. 뭐든 하려면 확실하게 하고, 하다가 관둘 거면 시작도 하지 않는 똥고집이 있다.


어쨌든 이렇게 엎치락뒤치락 10km를 겨우 완주하고 나면 잡생각은커녕 머릿속이 비워낸 탈곡기 마냥 텅 비어버린다. 개운함과 성취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면 잠도 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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