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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on Salam Feb 20. 2023

14. 맨몸운동의 매력이란 - 러닝 01

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14

14. 맨몸운동의 매력이란 - 러닝 01


내가 사는 곳에서 걸으면 5분, 달리면 3분 정도 거리에 한강이 있다.

한강도 보통 한강이 아니다. 젊은 이들의 성지이자 연회장으로 유명한 메카인 뚝섬유원지다. 그곳에서 나는 일주일에 한 두번 이상은 한강변을 따라 달리곤 한다.

러닝은 한강 근처에서 살기 이전부터 종종 해왔던 운동이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다른 운동보다 특별히 러닝을 더 좋아한다거나 애착을 가지고 대하진 않는다. 서서히 나이를 먹어가니 어떤 운동이든 해야만 했고,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운동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선택받은' 최후의 운동이다.


어렸을 때는 같은 또래처럼 농구나 축구 같은 구기종목을 좋아했다. 나의 운동능력은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영 떨어지는 수준도 아니었다. 재밌기도 했고, 실제로 시간을 많이 할애하며 즐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단위로 경쟁하는 단순한 운동방식이 내 들끓는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물론 지금은 그런 종목들을 할 수는 없다. 애석하게도 팀스포츠지만 같이 운동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팀을 꾸릴 만한 열정도 없다. 근력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그리고 역동성이 크고 몸싸움도 심해 부상의 위험을 언제나 신경써야 한다. 이젠 다치면 예전처럼 잘 아물거나 낫지 않는다. 회복능력도 떨어진 것이다. 어렸을 때야 밥만 잘 먹고 잠만 잘 자도 울버린처럼 곧 잘 회복됐었다. 가만히 있어도 자동으로 성장하는 체력은 마치 작전주가 솟구칠때의 느낌과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런 주식도 하락세가 있고, 사이클이 지나면 경기침체기도 오듯, 나의 몸뚱이 역시 쇠락의 국면을 맞이한 듯하다. 온갖 몸에 좋다는 약을 먹고, 바르고, 붙여도 딱히 좋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체력적인 문제가 제일 앞섰다. 나이가 차오르면서 내 폐활량도 턱밑까지 차올랐다. 여러 가지 여건과 신체 기능상의 문제로 격렬한 구기운동은 더 이상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몸상태가 이쯤 되니 어떤 운동이라도 당장 해야만 했었다. 그 이유에는 아름다움과 감상따윈 없었다. 이거라도 안 하면 큰일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딱 그 정도 이유에서 시작한 운동이 바로 이 러닝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러닝이란 운동은 하면 할수록 단점이 많다고 느껴진다.

중력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근력이 약하거나 자세가 어긋나면 곧바로 뼈나 연골, 관절에 통증이 생긴다. 심지어 재미도 없고, 운동으로서의 효율도 낮은 편이다. 그리고 실외에서 달리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래도 달린다. 달리다가 생기는 문제보다 안 달려서 생길 문제가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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