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커리어를 발견이라고 믿지 않는다
‘어떻게’보다 ‘무엇’을 묻기 시작하면서
나는 서서히 다른 질문을 하게 되었다.
KPI를 달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KPI 자체를 설정하는 질문.
성과를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성과의 구조를 설계하는 방향.
기술과 영업의 디테일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맥락 속에서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개인의 성과는 결국 자기 영역 안에서의 최적화에 가깝다.
그러나 ‘무엇’을 묻는 순간,
타인과 조직의 선택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그때부터
의사결정의 기준을 세우는 사람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방향을 잘못 정하면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
그만큼 방향을 정하는 자리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나는
‘잘하는 사람’에서
‘정렬시키는 사람’으로 이동하고 싶어졌다.
자동차의 휠이 정확히 축 위에 자리하는지 점검하듯,
조직의 선택이 올바른 방향 위에 있는지를 묻는 사람.
결정은 실무자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단위의 책임을 감당하는 자리는
다른 질문을 요구한다.
관점이 바뀌자
자연스럽게 그런 ‘결정하는 자리’에 관심이 생겼다.
사장이라는 직함 자체가 목표였던 적은 없다.
사장은 명사에 불과하고, 자기만족과 외부 평가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내적 태도다.
직함을 좇으면 조급해진다.
관점을 유지하면 축적은 지속된다.
사장은 직함이 아니라
특정 질문을 계속 묻는 사람에 더 가깝다.
커리어는 주식시장처럼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내가 설계할 수 있는 것은
확률과 태도뿐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해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커리어 설계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는 자리라면
어디든 기꺼이 서겠다.
명사에 집착하기보다
가치를 만들어내는 태도에 집요해지고 싶다.
‘사장’이라는 명사보다
형용사를 추구한다.
방향을 설계하는,
가치를 만드는,
연결하는.
직함이 아니라 작동 방식에 집중하는 것이다.
오늘의 위치와 상관없이 유지 가능한 태도.
커리어는 위치가 아니라 상태에 가깝다.
복잡계 속에 있지만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한다면
이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커리어 = 선택 + 자본 + 연결 + 기록 + 시간
나는 더 이상
커리어를 발견한다고 믿지 않는다.
커리어는
선택과 자본, 역량과 연결, 그리고 기록이
오랜 시간 쌓이다가
어느 순간 다시 조합되는 결과물에 가깝다.
나는 그 조합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로 했다.